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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고것밖에 안되나

〔벼리의 돋보기〕경제환경위의 시청사 이전 표결처리를 보고

벼리 | 기사입력 2006/11/22 [23:12]

시의회, 고것밖에 안되나

〔벼리의 돋보기〕경제환경위의 시청사 이전 표결처리를 보고

벼리 | 입력 : 2006/11/22 [23:12]
칼 포퍼(K. R. Popper)가 말했듯이 훌륭한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훌륭하지 않은 정치인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 없다. 그렇다. 언론이 정치인를 감시하는 것, 특히 훌륭하지 않은 정치인를 감시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감시의 결과는 당연 ‘솎음’이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솎음을 위한 머슴들의 면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길게는 선거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성남지방자치에 정당공천체, 원내정당인 교섭단체의 등장 이후 시의원들은 ‘지역정치인’으로 대접받기에 손색이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의회 역시 ‘성남의 국회’라는 위상을 갖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필자는 이 점을 강조했고 높은 기대를 걸어 왔다.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시의회가 성남의 중대한 문제들을 얼마나 잘 토론하고 결정하느냐, 시의원들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하느냐만 남은 셈이다. 시의원들은 과연 이 같은 과제를 얼마나 자각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성남시의회는 성남의 지역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공적인 장소다. 의회를 뜻하는 Parliament의 어원은 ‘말하다’라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정의하면서 동시에 유일하게 ‘말을 지닌 동물’로 정의했다. 의회와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 정치가 주고 받는 말을 통해 곧 토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여기서 발생된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표결처리가 아니라 활발한 토론에 있다.

과연 시의회는 성남공동체의 운영을 위한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곧 지역정치인들은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토론을 시의회에서 펼치고 있을까. 혹시 귤인지 탱자인지 구분조차 못하는 저급한 토론이나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물을 맑게 하기보다는 물을 흐리게 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1일 열린 시의회 경제환경위를 잘 들여다보자.

우선 탱자가 귤이라고 우기는 소리가 나왔다. 시 집행부는 여수동 국민임대주택단지 내 공공청사 부지매입 및 시청사 신축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내놓으면서 ‘주민숙원사업’이라고 우겼다. 주민숙원사업? 누가 숙원한다고? 깨놓고 말하면 이대엽 시장만의 사업 아닌가. 시청사 이전문제를 둘러싼 전후좌우를 살피기는커녕 빠득빠득 우기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아닌가. 왜 주민을 파는가. 어째서 주민이 숙원한다고 뻥을 치는가.

더구나 시청사 이전문제의 뿌리를 들추자면 성남의 지방자치를 살찌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선1기 오성수 시장의 지극히 정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바로 분당주민들의 이른바 ‘분당독립시’ 주장에 정치적 맞불용으로 내놓았던 것 아닌가. 더 이상 누가 딴소리 할텐가. 필요하다면 민선1기 당시 이른바 ‘행정타운 조성’과 관련된 시 관련자료 공개 및 당시 오 시장 발언을 재론해서 시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접근했는지 까발려 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사실상 시청사 이전에 불과한 문제를 ‘행정타운 조성’으로 거짓 포장해서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이 시장이며, 민선3기 당시 취임 1년째 되던 날이다. 선거공약이 결코 아니다. 오 시장 혼자 부르짖다가 이미 끝난 일을 느닷없이 재탕해서 ‘비전’이란 장밋빛을 칠해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충분한 검토는 전혀 없었다. 취임 1년 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이름뿐인 시장에 불과했던 이 시장이 국면 전환용으로 들고 나왔을 뿐이다.

탱자를 귤로 우기는 박권종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토론의 논리와 근거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통점이다. 계속사업이라니? 오 시장 때 일은 이미 끝났고 이 시장 혼자 우격다짐으로 추진하는 일이 아닌가. 두 번 시장 한다고 계속사업인가. 시민복리를 위한 사업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오히려 성남 구시가지 공동화를 초래한다고 비난받는 사업을 과연 이 시장이 계속해서 추진한다고 계속사업이라고 우길 수 있나.

예산절감이라니? 오성수 시장, 이대엽 시장이 사둔 땅 어디로 가나. 땅이 썩나. 차기 한나라당 성남시장 후보를 노리고 있는 신영수 전 재개발범대위 상임대표가 전에 공개적인 토론과 시에 보낸 의견서에서 밝힌 대로 공원, 문화시설 등 실로 신구시가지 주민들이 상호이해와 상호교류, 새로운 지역아이덴티티 창출의 장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쓰면 어디 덧나나.

대형청사? 아무리 이 시장의 행정스타일이 독선적이라고 하지만 ‘아방궁’이라도 지어보겠다는 것인가. 대체 요즘 시절이 어떤 시절인가. 성남시의 우선사업은 재개발과 시립병원이다. 재개발은 성남 구시가지의 재생과 구시가지 주민들의 역사적인 상처의 치유를 겨냥하고 있다. 시기적 긴급성으로는 당연 시립병원을 세우는 일이다. 여기에 시 재원이 우선 투자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자 순리이다. 왜 굳이 아방궁부터 짓겠다고 열을 내는가. 성남 구시가지 공동화대책도 내놓지 못할 만큼 시민들의 삶은 외면하면서 무슨 아방궁부터 짓겠다고 난리를 피우는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물을 맑게 하기 보다는 물을 흐리게 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초선인 김시중, 김혜숙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이다. 시민단체 출신이라면 시민단체 출신다워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공천을 줄 때 이 점을 주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름 아닌 정치의 물을 맑게 해보라는 뜻이다. 따라서 시민단체 출신이 정치에 발을 담글 때는 다른 출신들보다도 몇 배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하나? 시민단체 출신답게 메시지가 분명했어야 했다.

정치인에게 메시지는 생명이다. 메시지가 흐리면 유권자는 결코 그 정치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패한 정치인과 성공한 정치인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에 있다. 상대의 토론이 귤을 탱자로 우기는 격이라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여기에 높아진 의회의 위상에 걸맞는 수준의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럼 두 의원의 메시지는 딱 한 가지다. 더 이상 토론을 진행할 수 없다, 정상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때까지 안건 처리를 연기하자--라고 주장했어야 했다. ‘심의 보류’가 그것이다.

기권이라니? 무슨 메시지가 그런가. 그것은 표결처리에 대한 원칙있는 반대가 아니다. 일종의 물타기 아닌가. 토론다운 토론이 이루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표결처리는 최악이며, 그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노동당 김현경 의원 말대로 다수당의 힘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표결처리 자체를 부인해버린 김현경 의원의 퇴장은 정치적으로 메시지가 분명하다. 오랜 만에 민주노동당이 참 잘했다.

시의원은 시의원다워야 한다. ‘명사수’가 많이 나와야 시의회가 시민의 머슴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지난 시의원 선거 당시 나왔던 메시지 하나를 시의원들에게 여기에 남긴다. ‘반면교사’로 삼자는 뜻이다. 반면교사는 결코 녹녹한 말이 아님을 강조해둔다. 역사는 오류를 너무 많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기는 메시지는 시의원 선거 당시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며 선거구 주민들에게 전한 다름아닌 김시중 의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성남시의회를 성남시민의 것으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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