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러한 다양성은 다당제로 나타나고, 제 정당은 정책경쟁을 통해서 집권을 추구한다. 집권자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고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즉 코드가 맞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코드인사는 공약을 잘 지키기 위한 출발이자 유권자에게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다는 증표이다. “코드인사 안 할 거면 왜 집권하느냐?”는 어느 장관 출신 정치인의 말은 타당하다. 지난 25일 성남시의회는 기초의회 사상 전국 최초로 인사청문회(?) 성격의 ‘시의회 사전 의견청취’를 실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의견청취’ 과정은, 의원들의 준비 부족도 나타났고, 자질이 의심스러운 질의도 있었으나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의견청취’ 후 해당 상임위(문화복지위원회) 한성심 위원장(한나라당 바선거구)의 “뜻 깊은 의견 청취 시간이었다”는 발언은 ‘의견청취’라는 새로운 제도의 긍정성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이런 소중한 경험이 의견청취 차원을 넘어서 공직 내정자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의 자리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지방의회라고 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 보다 못하라는 법은 없다. 시스템의 안착을 위해서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국회보다 나은 인사 검증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좋은 선례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충분히 보일만 하다. 그러나 새로운 절차의 도입이 갖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두 공직(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와성남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내정자에 대한 동의안은 부결되었다. 그런데 부결의 이유를 한나라당은 설득력 있게 밝히지 않았다. 내정자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전문성이 부족한지,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이유를 밝혀야 하지 않는가?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어서 부결시켰는지 도통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내정자들에게 특별히 문제가 없음에도 동의안을 부결시켰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 ‘ 민주당 시 행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만 하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것인가. 상생과 타협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믿을 수 있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상대가 먼저 보여주기를 원하기 전에 나부터 시작하겠다는 자세가 아쉽다. 이런 비판은 한나라당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여년이 되어간다. 언제까지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상태에 머무를 것인가?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방 흠집내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도 되었다. 정치적 상대방을 고립과 제압의 대상인 적이 아니라 정치적 경쟁자로 존중하자. 정치적 경쟁자의 수준이 내 수준이라는 것을 아는 통찰이 안 보인다. 자극이 올 때 보이는 반응이 어떠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반응이 또 달라진다. 자극에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감각적 수준의 정치를 극복하길 바란다. 상대방의 수준이 높아질 때 내 수준도 동시에 높아지고 성남의 정치문화도 한 단계 진전할 것이다. 이제부터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경쟁하자. 코드인사는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시장이 경쟁당 소속이라도,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만들어주자. 성남에서는 정치적 경쟁자를 인정하는 정치문화 전통을 만들어가자.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모든 정당에게 똑 같이 요구되는 시민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코드인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소통은 코드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들의 코드가 같은 세상은 올 수도 없고, 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만 있는 세상에 무슨 재미와 활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는가. 상생은 소통에서 시작되고 소통은 다른 코드를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는데서 비롯된다. 코드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정치적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일 것이다. /성남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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