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모두들 물가걱정을 하지만 기혼여성의 경우에는 물가만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으로 추석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가족들아 모여 차례를 지내고 모두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 위해 드는 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부담하고 있는 것은 여성에게는 추석이 명절이 아니라 지옥절이라는 웃지 못할 용어까지 등장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 명절이 즐겁지만은 않게 된 가장 주요한 이유는 명절을 지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명절때는 시장 보는 것, 차례음식 만드는 것, 아침, 점심, 저녁 식구들 밥 차리기, 설거지 하기, 과일상 내기, 주안상 내기 등 종일 손이 마를 때가 없는 것이 명절 노동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가족 모두가 모여서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다. 시어머니, 며느리, 미혼인 딸들이 주로 이런 노동을 감당하며 명절을 지내게 된다.
반면, 노동은 여성의 의무이지만 실제 행사인 차례, 성묘 등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중요시 되었던 제사의례는 의례 남성이 주도하여 여성은 참여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 관행은 깨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명절을 전통적인 가족내의 일로 여기는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거기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 소외감과 열등감을 갖게 한다.
한부모가족과 시설공동체에 지내는 이들에게 명절이 즐겁지 않은 이유는 확대된 개념의 명절 문화, 이웃과 함께 하는 명절, 혼인관계, 혈연관계를 초월하는 공동체 중심의 명절이 없기 때문이다.
|
▲명절만 돌아오면 여성들에게는 '명절증후군'이 나타나는 등 심각한 휴우증도 발생하고 있다. © 우리뉴스 |
그동안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웃어라 명절!'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명절을 일방의 희생을 통해서가 아닌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임을 천명하고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래서 많은 의미가 있다.
이제 생각들은 그래도 많이 변화한 것은 틀림없지만 실천을 통해 즐거운 명절을 만들어 가는 가족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추석.
남성들이여!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추석을 만들기 위해 생각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함을 잊지 말자. 또한 내 주변을 돌아보고 슬픈 추석을 지내는 이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 진정한 추석의 의미임을 한번 새겨보자.
이주노동자, 시설의 아이들, 혼자사는 어르신 등 이번 추석엔 소외된 이웃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신연숙 성남여성의전화 이사는 성남여성의전화 대표를 역임한 뒤 현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인권국장과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