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거닐거나 이동할 때 버스를 타면, 온갖 공연 포스터를 볼 수 있다. 공연 홍수라고 할 만하다. 공원의 무료공연에서 오페라하우스의 뮤지컬, 전설적인 가수의 특별 공연 등. 포스터를 보면서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암울한 시대에 대중의 한(恨)을 노래로 승화한 어느 가수의 콘서트는 더욱 보고 싶어진다. 오래전의 이야기다. 동기들이 함께하는 모임이었다. 한 친구의 직장은 예술센터. 어느 친구가 그 친구에게 제안한다. 볼만한 공연이 많던데 초대권을 구할 수 없느냐고. 충분히 티켓을 살 수 있는 입장에 있음에도 무료 초대권의 유혹은 그 만큼 크다. 그러나 그 친구는 초대권은 힘들고 직원들에게 판매하는 할인 티켓을 구입하라고 말한다. 나름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친구들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친구의 말에서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각종 공연의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인기 있는 공연은 보통 10만원 안팎이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는 서민들은 물론이요, 중산층도 큰 맘 먹어야 관람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유료 공연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외면한다. 결국 수준 있는 공연의 관람자는 제한된 소수에 그치고 만다. 경제적 결핍은 문화적 결핍으로 이어진다. 공연을 준비하는 어느 지인의 하소연이 생각난다. “왜 이렇게 초대권을 달라는 사람이 많은지...그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겠는데, 있는 사람들이 더 해요. 공짜를 더 좋아하더라구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초대권을 만든다. 초대권을 발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초대권이 꼭 가야할 곳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간다는 데 있다.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 공연 단체에 대한 감사권을 지니고 있는 시의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 각종 이익단체 사람들, 기자들 등이 무료 초대권의 단골 향수자 들이다. 이 기회에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내가 무료 초대권을 사용해야 하는가. 초대권이 가야 할 곳은 다른 곳이 아닌가. 중간에 내가 가로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도 중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주은래 총리는 청렴한 생활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그가 생전에 불문율처럼 지켰던 규범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공연을 관람할 경우, 반드시 입장권을 구입하여 관람한다. 절대로 초대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초대권 사용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 특히 ‘갑’의 입장에 있는 공직자들은 주은래 총리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품격 있는 공직자들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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