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3인 아이들과 만난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날 때 보다 키도 훌쩍 컸고, 코 밑도 제법 검은 티가 납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코앞에 둔 지라, 진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방송고를 가겠다는 친구도 있고,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으며, 대학 진학을 위해 인문계를 선택하겠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의 단점들이 눈에 뜨였습니다. 얼굴을 봐도 본체만체, 수업 중 핸드폰 사용, 수업 중 물 먹겠다고 들락날락…. 무례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산만하기는 말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꿈도 없고 희망도 없이 무기력하게 사는 것이 아닌 가 생각되었습니다.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무시당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큰 소리 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분위기에 오히려 제가 적응해가던 어느 시점에 공부방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의젓해졌어요. 철학 수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의 효과라기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결과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으나, 제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 많이 배우고 변한 사람은 저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아이들이 제 말에 집중하지 않고 딴청을 피워도 들을 이야기는 다 듣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이 아이들을 파악하듯이 아이들도 선생을 파악하고 나름의 판단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공정한 눈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힘을 얻고 기분전환을 경험합니다. 아이들과의 만남 자체가 공부입니다. 변덕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진짜 공부를 아이들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얼마나 더 함께 할지는 모릅니다. 아이들도 세상에 나가 살아갈 준비를 해야겠지요. 세상살이에 인문학 책읽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판단은 아이들이 하겠지요. 아이들이 원하는 한 만남은 계속될 겁니다. 아니,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제가 아이들에게 계속 만나자고 부탁해야겠습니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