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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달동네 ‘은행동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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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달동네 ‘은행동 아이들’

【한덕승 칼럼】 겉과 속이 다른 아이들! 그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

한덕승 | 기사입력 2011/10/12 [16:37]

성남의 달동네 ‘은행동 아이들’

【한덕승 칼럼】 겉과 속이 다른 아이들! 그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

한덕승 | 입력 : 2011/10/12 [16:37]
▲ 한덕승 기획편집위원.     © 성남투데이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면 은행 중학교가 보입니다. 이 학교 정문 앞에 3층 벽돌건물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납니다. 아이들은 저를 철학 샘이라 부릅니다. 철학 샘이라 불리지만 아이들에게 어려운 철학을 강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읽어 주거나 돌아가면서 함께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종종 지루해 합니다. 빨리 끝내달라는 요구가 다반사 입니다. 제가 땡땡이를 치는 날이면 아주 좋아한다고 합니다. 어떤 녀석은 문자로 휴강해달라고 압력을 넣기도 합니다.

이제 중3인 아이들과 만난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날 때 보다 키도 훌쩍 컸고, 코 밑도 제법 검은 티가 납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코앞에 둔 지라, 진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방송고를 가겠다는 친구도 있고,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도 있으며, 대학 진학을 위해 인문계를 선택하겠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의 단점들이 눈에 뜨였습니다. 얼굴을 봐도 본체만체, 수업 중 핸드폰 사용, 수업 중 물 먹겠다고 들락날락…. 무례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산만하기는 말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꿈도 없고 희망도 없이 무기력하게 사는 것이 아닌 가 생각되었습니다.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무시당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큰 소리 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분위기에 오히려 제가 적응해가던 어느 시점에 공부방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의젓해졌어요. 철학 수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의 효과라기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결과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으나, 제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 많이 배우고 변한 사람은 저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아이들이 제 말에 집중하지 않고 딴청을 피워도 들을 이야기는 다 듣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이 아이들을 파악하듯이 아이들도 선생을 파악하고 나름의 판단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공정한 눈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힘을 얻고 기분전환을 경험합니다. 아이들과의 만남 자체가 공부입니다. 변덕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진짜 공부를 아이들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얼마나 더 함께 할지는 모릅니다. 아이들도 세상에 나가 살아갈 준비를 해야겠지요. 세상살이에 인문학 책읽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판단은 아이들이 하겠지요. 아이들이 원하는 한 만남은 계속될 겁니다. 아니,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제가 아이들에게 계속 만나자고 부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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