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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 테크닉이 아닌 지방자치다

[벼리의 돋보기] 이대엽의 판교 분양가 조정, 어떻게 볼까?

벼리 | 기사입력 2006/03/29 [06:31]

문제는 정치 테크닉이 아닌 지방자치다

[벼리의 돋보기] 이대엽의 판교 분양가 조정, 어떻게 볼까?

벼리 | 입력 : 2006/03/29 [06:31]
오랜 만에 이대엽 시장이 홈런 한방 때렸나? 판교 아파트 분양가 승인을 보류했고, 그 결과 분양가격을 일부 낮췄다. 주어진 시장권한을 잘 써먹었고, 합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누구를 위해서? 이 시장 왈, “성남시민을 위해서”란다. 그래, 잘했다. 토 달지 않겠다. 계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남시민에게 이득이 오는 일인데. 평소 그렇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라는 아쉬움만 보탠다.

이번 이 시장의 홈런 한 방에 일부 언론, 또 말은 삼가고 있지만 일부 정치적 반대파들의 시각은 ‘공천과 시장선거를 계산에 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장이 곧 선거운동에 뛰어들면 시장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도 적기를 선택한 정치적 제스처로 볼 수 있다. 본인은 딴청부리듯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지나치다”며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 이번 판교 분양가 조정으로 이대엽 성남시장의 그 동안 시정파행의 엄중한 책임이 면해지지 않는다. 평가와 심판이란 나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숲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덕원

그 동안 이 시장은 ‘좋은 일로는’ 성남시민과 언론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한나라당 성남시장 공천을 앞두고 1공단 특혜용도변경 의혹이 불거져 나와 심각한 정치적 수세국면에 처해 있기도 하다. 여기에 판교 아파트 분양가 조정은 정치적으로 ‘국면전환용’으로 행사된 게 분명하다. 한나라당 시장이 참여정부를 상대로 빡세게 박았다는 그럴듯한 얘기도 들린다.

그럼,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봐야 하는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지방자치의 문제’다. 그가 누구인가? 성남의 지방자치를 말할 때 그 한복판에 놓여 있는 사람 아닌가. 성남의 지방선거에서 늘 초점이 되는 것은 ‘성남시장 선거’가 아닌가.

지방자치는 정치와 다르다. 시민운동과도 다르다. 그래서 지방자치다. 지방자치는 선심, 인기, 정치적 계산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지역주민의 각종 삶의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처럼 문제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문제의 해결이라는 실행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이 시장의 정치적 홈런 한 방을 바라볼 수 있다. 하나의 유용한 판단도구로서 지방자치적 관점을 염두에 두고 민선1, 2, 3기 성남시장의 리더쉽을 비교해보면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이 시장의 권한 행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이다.

성남시장이란 공무원 중심의 행정자치보다는 주민의 자치능력 강화를 위한 주민자치, 정치인 중심의 ‘나 잘난’ 정치가 아닌 지역주민 중심의 생활정치의 수장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시정부 운영을 넘어 성남 지역경영의 총체적 책임을 진 ‘왕머슴’ CEO라 할 수 있다. ‘왕머슴’이란 성남경영의 CEO 이전에 성남지방자치에 무한책임을 지는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그럼 민선1기 오성수 시장은 어떤가? 비유컨대 ‘잠롱이었을까? 잡놈이었을까?’ 돌이켜보면 민선1기는 ‘선심행정의 시대’였으며 그의 리더쉽은 ‘나를 따르라!’는 독재자형이었다. 그에겐 주민자치, 생활정치의 개념이 없었다. 관선시장 출신으로서 주민이 배제된 시정부를 이끌었을 뿐이다. 결국은 비리에 연루되어 성남시민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민선2기 김병량 시장은 어떤가? 민선2기는 민선1기의 양적 개발의 후유증을 보완하고 구시가지 재개발의 원칙 마련, 분당의 자족기능 확충이라는 질적 개발을 위해 첫 걸음을 내딛은 의미있는 시대였다. 김 시장의 리더쉽은 부드러운 수평형이었다.  그러나 김 시장은 주민자치, 생활정치를 통해 성장한 지방자치세력의 미약이라는 시대적 한계와 맞물려 소수자적 입지, 시민운동세력과의 갈등, 측근 비리 연루로 결국은 무너지고 말았다.

민선3기 이대엽 시장은 어떤가? 민선1기 오 시장과 비슷하되 특히 ‘정치적 테크닉’이 두드러진다. 오 시장, 김 시장과 특히 다른 점은 시정부 운영능력이 무능하다는 점이다. 단발적으로, 즉흥적으로, 사안별로 시정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료의존도가 심각하다. 이 같은 기회주의적 포퓰리즘의 모습으로 비전은 고사하고 민선1기, 민선2기에 걸친 정책적 성과의 훼손이 심각하다.

그에겐 지방자치가 없다. 주민자치가 없고 생활정치가 없다. 이를 이끌고 대표할 만한 경험도 없고 생각도 없다. 대신 능하디 능한 것은 정치적 테크닉이다. ‘헐리우드 액션스타’라는, ‘엽기적’이라는 세간의 비아냥도 그래서다. 그가 시장 권한을 행사한 이번 판교 분양가 조정은 그 동안 그가 전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성남시민을 위해서라는 그의 해명이 ‘오직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판교 분양가 조정으로 이 시장의 그 동안 시정파행의 엄중한 책임이 면해지지 않는다. 평가와 심판이란 나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숲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 공천과 시장선거를 앞둔 이 시장이 흐믓한 심사에 젖어 “대붕의 뜻을 어찌 참새들이 알리오!”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의 유전(流轉)을 아시는가? 이 시장에게 그간의 성남 경영의 무능, 주민자치와 생활정치 활성화에 대한 책임 방기를 상기시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슴에 꼭 쥐어주자.

‘어찌 뱁새가 대붕의 뜻을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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