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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통합 ‘관권통합’비판 이어져

지방선거 앞두고 후보들도 선거일정 혼란…주민반발도 거세

성남투데이 | 기사입력 2010/01/20 [02:50]

행정구역 통합 ‘관권통합’비판 이어져

지방선거 앞두고 후보들도 선거일정 혼란…주민반발도 거세

성남투데이 | 입력 : 2010/01/20 [02:50]
경남 마산.창원.진해에 이어 경기 성남·광주·하남시 행정구역 통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해 연말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성남시의회가 이달 20~22일 임시회 회기내에 통합안에 대해 찬성 의결할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3개 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성남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통합 이후 6월 지방선거까지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지방자치수호를 위한 관제 졸속통합 저지 성남시민대책위’가 이대엽 성남시장이 시민들과 약속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모습.     ©성남투데이

정부, '포괄적인' 통합시 설치법 입법예고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단체 간 자율통합에 따른 행정특례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같은 달 16일 지방의회를 통과한 '경상남도 창원마산진해시 설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제정안은 마산·창원·진해를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안부는 당초 마산·창원·진해 통합시 설치법과 성남·광주·하남시 통합시 설치법을 별도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성남시의회가 의견 제출을 이번 달로 미뤄 성남·광주·하남 통합시 설치법을 만들 수 없게 되자 지난해 12월28일 이미 입법예고한 두 개의 법률안을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 및 지원특례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통합시 설치법)을 다시 입법예고했다.

행안부는 법을 적용할 통합자치단체를 별표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성남시의회가 이달 20일 임시회를 열어 찬성 의결하고 25일께 의견을 제출하면 곧바로 별표를 추가하는 법률안 일부 수정을 통해 곧바로 국회에 제출할 수 있게 하는 계산을 깔아뒀다.

행정안전부 자치제도과 관계자는 당시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경기도 광주.성남.하남시의 경우 법률안 2조에 이 법이 적용되는 신설 지방자치단체를 추가할 수 있게 되어 있어 1월 중으로 성남시의 입장이 정리되면 이들 지역도 추가할 수 있어 문제는 없다"며 "법안이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법을 각각 제정할 경우 법명에 들어갈 지자체 이름의 순서를 정하는 문제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통합시 설치법의 입법예고 기간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성남시의회가 의견 제출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경우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 국회 제출 전까지 거쳐야 하는 정부 내 입법절차상 2월 임시국회 제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조바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통합시 설치법은 이달 중 국회에 제출돼 다음 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통합 이뤄져도 반발 계속될 듯

만약 통합이 실현되더라도 반대진영의 반발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졸속추진에 반대입장을 갖고 있는 김시중 시의원(성남시의회. 국민참여당)은 "행정안전부가 통합 추진 절차를 상황에 따라 자신들 입맛대로 끼워 맞추고 있다"며 "여론이 불리하다 싶으니 주민투표 얘기도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하고 "3개 시 통합 과정 자체가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으로 규정한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기준을 무시한 것은 물론 통합 대상 자치단체를 아예 별표로 정하게끔 한 것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관권통합’의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통합 과정에 주민들의 의사를 묻겠다는 건 안중에도 없고 행안부의 시간 계획표만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성남, 광주, 하남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상 ‘군’을 제외한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90일 전까지 현직을 사퇴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까지 고려하면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은 2월19일.

성남시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논란만 계속되고 국회 처리 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황이라 예비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임시국회가 2월28일에 통합시 설치법을 처리할 경우 예비후보 등록은 현행대로 성남, 광주, 하남시장 후보로 따로 등록해야 한다. 이후 통합시 선거를 치를 때 통합시장 후보로 지위를 승계한다고 해도 주도권에서 밀려난 예비후보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짙다.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3개 시를 통합해 선거를 실시하게 되면 광주, 하남시장 예비후보들과 공천경쟁을 해야 하므로 부담이 가중된다”며 “결국 중앙 정치권에서 내리꽂는 인사가 공천을 받고 나머지는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자 통합에 반대하는 성남시 일대 시민사회진영을 주축으로 민주당, 마산.창원.진해 반대진영과 연대하는 등 통합 반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또 이 지역 시민대책위는 시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민투표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며 주민투표 실시 촉구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인 이기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성남투데이
“중앙집권 강화의 목적..오히려 주민 불편 초래”

[인터뷰]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시작은 1994년 내무부 공무원들이었다. 당시 최형우 내무부 장관은 지방선거를 10개월 앞둔 8월 행정체제 개편안을 들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현 행정안전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들고 나온 것이 지난 해 8월이고 올해 6월 지방선거를 10개월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개입하며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경기도 강화군이 인천에 편입되는 등 83개 시.군이 통합, 폐지, 개편됐다.

이후 2005년 들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산돼 국회에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가 구성된다. 특위는 영호남 등 지역감정을 해소해 보자는 취지로 2006년 지방선거 전에 개편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러한 개편 논의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해 8월 민주당에서 현재의 도를 폐지하고 전국 지자체를 70여개 전후의 광역형 도시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이 안이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현재 민주당 노영민 의원과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의 '기초지방자치단체 간 자율적 통합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율통합 지원을 위한 특례법안' 등 관련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기우 교수는 19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면서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봤을 때 효율성은 없었고, 오히려 인구가 부족해지면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예를 들어 "원주군과 원주시를 합치고 난 뒤 군민들은 원주군이었을 때가 더 좋았다고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제주도의 경우 4개 시군을 합쳐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었지만 서귀포와 남제주군은 인구가 빠져나가 상대적으로 낙후되는 현상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풀뿌리 지방자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정부와 주민은 가까울 수록 좋고 효율적인데, 면적이 커지고 인구가 많아지면 정부의 관심이 떨어지고 구체적인 생활 수요를 알기 어려워져 풀뿌리 지방자치는 사실상 어려워져 주민 불편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효율성'과 함께 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경쟁력'이다.

이기우 교수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구가 최소한 300만명은 되야하는 데 지금과 같은 50만-100만 인구로는 경쟁력에서 차이를 내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전남이 180만 정도인데 이것도 경쟁력 없는 셈이라며 적어도 500-1000만 인구가 되야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제경쟁력도 사라지고 주민은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광역단위를 쪼개는 것과 같아 지역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또 주민 생활과 관련 공동체 의식의 약화를 우려했다.

"사람들이 만나면 이름이 뭐고 어디에 사는지를 확인하듯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지역공동체는 그만큼 중요한데 이를 인위로 해체하고 새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반문화적이고 토목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우 교수는 현재 통합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경기도 성남을 예로 들었다.

"경기도 성남의 경우를 보세요. 이미 성남 내부에서도 통합이 안되요. 예를 들어 분당 주민들은 자신이 성남 시민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어요. 경기도 분당이라하지 성남시 분당구라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성남과 분당은 분리시켜줘야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보니 구 시가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을 분당에 쏟아부어 분당만 살고 성남은 낙후만 된다고 불만이죠. 반대로 분당 주민들은 세금을 구 시가지에 주니까 세금은 많이 내도 발전이 안된다고 불만이고 이런 내부 갈등만 더 키우게 됩니다."

당장 행정구역 통합 대상인 경기도 성남.하남.광주에서 이런 문제는 드러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방의회의 의견만을 물어 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대표성이 없다"며 "지역구 의원이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말만 듣고 일을 벌이는 데 이것이 곧 주민의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행정구역 통합 문제는 주민투표로 결정할 문제이고 그렇게 되면 아마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민중의소리>(www.vop.co.kr)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른 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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