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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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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자!

[벼리의 돋보기] 동전의 양면

벼리 | 기사입력 2004/12/27 [00:15]

평범하게 살자!

[벼리의 돋보기] 동전의 양면

벼리 | 입력 : 2004/12/27 [00:15]
마음이 여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權力을 가진 자(정치인), 神力을 가진 자(종교인), 財力을 가진 자(재벌)를 부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선망도 하고, 시기, 질투도 하고, 존경하기도 한다. 그러나 權力, 神力, 財力은 모두 여린 백성들로부터 나온다. 이 세상의 주체는 정치인, 종교인, 재벌이 아니라 바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서민 여러분, 그네들에게 비굴하지 마십시오. 비겁하지 마십시오. 굽신거리지 마십시오. 지옥이 있다면 그네들(정치인, 종교인, 기업인)이 제일 먼저 우선하여 끌려갈 것입니다. 여린 백성, 노동자, 농민, 근로자, 서민 여러분, 평범한 것을 자랑스러워 하십시오.('사색' 전문)
 
▲자루스님 목에 걸린 '사색'이라는 볼만한 글. 남한산성 어느 절집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 성남투데이
 
제목이 ‘사색’으로 남한산성 어느 절집에서 마주친 글이다. 뒤통수를 쳤다! 거 참, 어떤 스님인지 대단하네!
 
우선 그 글에 쓰여진 대로 여린 백성들에게 전하는 글인 탓이다. 이렇게 전해 받은 여린 백성들이 그 글에 쓰여진 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 이미 가장 좋은 세상이리라. 유토피아가 따로 없고 불국토(佛國土)가 따로 없고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테니까.
 
또 그 글이 뒤통수를 쳤다고 느낀 것은 글에 '감춰진 것'을 포착한 탓도 있다. 글은 한편으로는 권력, 신력, 재력이 여린 백성들의 부러움, 두려움, 선망, 시기, 질투, 존경의 대상으로 나타난다고 쓰고 있다. 곧 권력, 신력, 재력이 여린 백성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 신력, 재력이 여린 백성들로부터 나온다고 쓰고 있다.
 
두 진술이 서로 어긋난다. 모순인가? 아니다. 모순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다. 두 진술은 각각 진실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전의 양면이다. 바로 이 글에 '감춰진 것'으로 포착되자마자 강렬한 사색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제목도 묘하네. 사색이라니.
 
동전의 양면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결국 변증법처럼 이쪽, 저쪽이 아닌 제3의 어떤 것을 조작해 복종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상 속 허구'일 뿐이다.
 
그럼 어느 한쪽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다. 권력, 신력, 재력이 여린 백성들로부터 나온다는 진술을 받아들이면 된다. 판단의 기준은? 의지하면 된다. 욕구하면 된다. 갈망하면 된다. 바로 의지다! 욕구다! 갈망이다!
 
반면 이 진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려움이 없지 않다. 권력, 신력, 재력이 여린 백성을 지배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보다 더 강하면 된다.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과 '강도(强度)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더 강하면 된다.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보다 더 강하게 되면 권력, 신력, 재력은 여린 백성을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닮으려고 애를 쓸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약한 것이 강한 것을 동경하는 법이니까.
 
어떻게 해야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보다 강해질 수 있을까. 거 참, 어떤 스님인지 대단하네! 평범함을 자랑스러워 하면 된다는 진술이 바로 답이다. 다만 평범하면 된다. 평범함을 무기 삼으면 된다니? 권력, 신력, 재력을 특별한 것으로 보지 말라는 소리다. 왜? 권력, 신력, 재력은 여린 백성들로부터 나왔으니까.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을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이니까 그들이 오만하게도 여린 백성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만 평범하면 된다, 평범함을 무기 삼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만 평범함을 의지하면 된다, 욕구하면 된다, 갈망하면 된다. 바로 평범함에 대한 의지다! 욕구다! 갈망이다! 그래야 강해진다.
 
여린 백성들이 평범함을 갈망하는 것, 그럼으로써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보다 강해지는 것, 여린 백성들이 권력, 신력, 재력이 자신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갈망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감추어진' 동전의 양면에서 이끌어낸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 다수의 문제는 양의 문제가 아닌 질의 문제라는 점, 여린 백성들이라는 다수의 문제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런 의미 이동, 가치 이동이 있다면 권력, 신력, 재력으로 여린 백성들을 지배하는 자들은, 아마 “지옥이 있다면 제일 먼저 우선하여” 끌려가지 않을까.
 
이 글의 제목처럼 '사색'해보자.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머리의 사색과 몸의 사색은 같은가, 다른가. 머리로 사색하는 것은 이 글을 사색하기 어려움에 틀림없다. 모순에 빠지거나 설령 감추어진 동전의 양면을 볼지라도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하긴 절집에서 사색이란, 사색이라기보단 '비움'일 터, 비움이라면 머리로 사색하라는 얘기는 전혀 아닐 터.
 
재미있다. '사색'이라는 제목의 글을 목에 걸고 사색해보라고 권하는 이는 '자루스님(布袋和尙)'이 아닌가. 당나라 때 '미륵'으로 불리던 거지성자. 늘 웃는 얼굴, 뚱뚱한 몸집에 배불뚝이, 지팡이 끝에 매달린 커다란 자루(포대), 그 속엔 사람들에게 있는 대로 다 내준, 별별 것들이 들어 있었다고.
 
(평범하게 살자, 그래 평범하게 생각하고, 평범하게 느끼고, 평범하게 처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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