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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된 위세과시, 무슨 위엄 있을꼬!

[벼리의 돋보기] 이 시장, 새해 구청방문은 왜 하나?

벼리 | 기사입력 2005/01/12 [22:53]

허황된 위세과시, 무슨 위엄 있을꼬!

[벼리의 돋보기] 이 시장, 새해 구청방문은 왜 하나?

벼리 | 입력 : 2005/01/12 [22:53]
다산선생의 실학자다운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저서가 목민심서(牧民心書)다. 주목해야 할 것은 목민심서가 목민관이 대민사업에서 꼭 지켜야 할 행동을 세밀하게 조목화하고 그것을 실제 실천했는지를 검열하는 '고적(考績)'의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산이 목민심서 저술에 이 방식을 적용한 것은 당대의 목민관들이 선정(善政)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부정적 현실을 직시한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당시에는 권력구조상 지방관직인 목민관이 중앙관직인 경관(京官)보다 가볍게 여겨졌고 이 때문에 권력욕에 사로잡힌 목민관들은 지방관서 수령에서 경관으로 올라가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致富)와 학정(虐政)을 자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가들은 조선을 망하게 한 일등공신이 이들 목민관이라고 전한다. 이런 부정적 현실에 대한 다산의 직시는 그로 하여금 타개책으로 제도적인 시스템을 주목하게 했고, 그 산물이 바로 고적의 방식이었다.
 
더구나 이 방식에 배인 다산의 문제의식은 단순히 제도적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에 머문 것이 아니라 그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민초들의 여론수렴을 특히 강조했다는 점에 있다. 목민심서에 그것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게 하는 것이 부임육조(赴任六條)에 나온다.  “민초들로부터 병폐가 되는 일을 직접 묻고 여론을 구한다”는 대목이 그것인데. 다산은 이 일을 목민관의 으뜸가는 의무로 간주했다. 제왕적 자치단체장들이 활개치는 오늘의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가지 더 언급해보자. 옛날의 군주들은 지방순시를 중요한 정치적 의무로 간주했다. 그 이유는 지방순시를 통해 민초들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민초들로부터 여론을 직접 묻기 위함이었다. 생생한 민심 파악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지방순시는 관료들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인 여론수렴을 위해서였다는 이유도 있었다. 당 태종의 정치철학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는 수 양제가 지방순시를 민초들의 여론수렴의 장치가 아닌 통치자의 위세과시의 장으로 악용한 사례를 상세하게 들면서 통렬하게 비판한다.
 
새해 벽두마다 이대엽 시장이 구청을 방문해 구청 공무원들은 물론 많은 시민들을 만난다. 작년에 유심히 지켜본 것인데, 이 자리는 수준 이하의 짜고치는 사전각본대로 더구나 형식적으로 진행돼 전혀 시민들의 여론수렴의 장이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자리는 이 시장의 위세 과시의 자리임을 보여주기에 바쁘다. 그렇다고 이 위세 과시가 무슨 위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눈 있고 귀 있는 이들에겐 그저 빈 냄비의 그것으로 포착된다. 그러니 속에서 매스꺼움이 올라올 수밖에.
 
예컨대 작년 이 때쯤 분당구청 방문에서 이 시장은 단지 분당에서 오래 살았다는 이유 하나를 들어 "시장 잘 뽑았다"고 자화자찬하는 허황된 위세를 과시한 바 있었다. 올해 이 시장의 중원구청 방문을 전하는 보도를 접해도 역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마 내년 새해 벽두에도 이런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이 시장의 허황된 위세를 빛내주기 위해 준비하느라 애쓴 ‘고달픔들’을 안스럽게 바라보고 수 양제가 지방순시에서 위세를 과시하다가 자신과 나라 모두 망했다고 전하는 역사기록을 삼삼하게 떠올려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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