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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이벤트'를 기대한다

[벼리의 돋보기] 위기에 처한 순환재개발(3)

벼리 | 기사입력 2005/01/31 [05:00]

'빅 이벤트'를 기대한다

[벼리의 돋보기] 위기에 처한 순환재개발(3)

벼리 | 입력 : 2005/01/31 [05:00]
전현직 시장이 격돌하는 '빅 이벤트'를 곧 보게 될 것 같다. 28일 성남시의회 재개발정책특별위원회에서 혼란과 위기에 빠진 구시가지 재개발정책을 놓고 전현직 시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구시가지 재개발정책을 둘러싼 전현직 시장의 격돌은, 그 무대가 일회적인 선거판이 아니라 시민의 상설적 대의기구인 시의회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볼거리다.
 
그러나 외관상의 볼거리에 주목해서 빅 이벤트 운운하는 것은 희화화(戱畵化)의 우려가 없지 않다.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봐야 하는 원칙적인 견지에선 선정적인 희론(戱論)을 늘어놓은 것은 언론의 본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전현직 시장의 격돌에 내재된 의미 곧 빅 이벤트라는 수사적 표현을 가능케 하는 의미를 포착해 시민들에게 전달해주는 책무를 어찌 마다하랴. 이런 관점에서 빅 이벤트 속으로 들어가보자.
 
▲성남시의회 재개발특위가 전.현직 시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해,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두 전.현직 시장이 격돌하는 '빅 이벤트'를 보게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민선2기 김병량 전 시장(사진 완쪽)과 민선3기 이대엽 현시장(오른쪽)     © 성남투데이
 
우선 정책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전현직 시장이 시의회에 나란히 출석하는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며 성남 지방자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이는 '시장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거나 단절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간 성남지역사회에서 많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고려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책의 변경이나 단절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근거'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며 왜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고 동의되는 바가 없느냐 하는 반성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포인트가 시사하는 바는 정책의 변경이나 단절에서 후임자의 '자의성' 여부다. 이 자의성 문제를 주목하는 것은 이 자의성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결국 정책의 수혜자인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시장지배형'의 지방자치제가 의미하는 것은 합리적인 절차와 근거 없이 시장 마음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크고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의미에서, 정책의 변경이나 단절은 반드시 지방자치의 성숙을 위해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중대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전현직 시장의 격돌은 전국에서 그 사례를 볼 수 없는, 성남의 지방자치가 성숙하는 도상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극히 좋은 사례다. 시민들은 이 빅 이벤트를 통해 정책의 변경 및 단절의 합리적인 근거가 무엇이며 이에 대해 시민의 눈으로서 판단해볼 수 있는 드문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개발정책특위는 지방자치라는 가치 실현에 충실하다. 과연 재개발정책특위라는 이름 그대로 '정책’특위답다.
 
또 구시가지 최대 현안인 재개발정책 자체에 대한 전현직 시장의 철학과 정책마인드를 한 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이 점에서 김병량 전시장의 출석은 깊은 관심을 끈다. 김 전시장이 구시가지에 재개발정책을 도입한 '원작자'라는 점, 이 시장이 깨려고 시도하고 있는 이른바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을 도입한 당사자라는 점 때문이다. 김 전시장은 증언해야 한다. 과거 한 시기 민선시장으로서 성남지역사회를 책임졌던 공인의 입장에서 의무이며, 퇴임시 "성남사람으로 남겠다"는 공언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성남지역사회의 성격 및 역사성을 고려한 정책적인 견지에서 또 시의 공식적인 자료들을 통해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을 꼼꼼히 검토해보면, 그것은 우리나라 재개발의 새로운 모델일 뿐 아니라 공공재개발의 첫 시도로서 획기적인 것이다.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이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전단계에 걸쳐 공공이 주도하고 사회적 약자 및 지역주민들 돕는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고, 특히 구시가지 현실을 염두에 둘 때 구시가지의 재생은 물론 우려되는 성남, 분당, 판교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도시삼색화의 방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탓이다.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이 가진 정책적 내용과 함의들에 대해서, 또 이에 대한 김 전시장의 생각과 판단들을 묻고 확인하려는 것이 바로 재개발정책특위가 김 전시장을 부르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재개발정책특위는 김 전시장을 통해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아마 구시가지 재개발방식으로서의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의 도입 취지, 구시가지의 현실에서 그것이 지닌 정책적 의미와 가치,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에 따른 철거재개발과 수복재개발의 정책적 함의, 사업추진의 현실성, 현재 사업착수 지연사태와 관련한 문제점, 시예산 배정에서 순위문제,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셋팅해야 할 정책적 고려요소들 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에 대해 그간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온 이 시장에 대해서는 재개발정책특위가 집요하게 물고늘어질 것 같다. 이 시장은 정치적인 맥락에서 김 전시장이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을 도입하면서 이를 선거정치로 악용하려 했다고 말해왔다. 좋은 정책을 펴서 재선에 도움이 된다면 재선을 노리는 민선시장이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는 견지에선 단지 부대효과일 뿐이다. 이 시장이 이런 본말의 차이마저 전도시켜 정치적으로만 재개발을 대해온 것은 아닌지 이번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는 정치 이전에 시민을 위한 살림살이가 아니던가.
 
이 시장이 취임 무렵 언론을 통해 "민선2기 재개발정책이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전면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같은 맥락에서 작년 시민의 날을 계기로 줄곧 계속돼온 "수복재개발을 철거재개발로 바꾸겠다"는 공언에 대해선 확실히 짚어봐야 한다. 이 시장 공언의 준거인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역시 그 실체적 의미를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그것이 민영재개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날카롭게 따져야 한다.
 
특히 이 시장의 공언들이 이미 시가 시민의 혈세를 들여 재개발기본계획, 구체적인 정비구역계획들을 세우는 것 자체가 구시가지 재개발이 민영재개발이 아닌 공공재개발이라는 점을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고늘어져야 한다. 사실 이 시장이 말하는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우려는 공공재개발의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부 투기세력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해 민선2기 재개발기본계획이 주민의 재산가치 향상을 염두에 둔 '사업성'을 따지는 비례율을 기준으로 수복재개발과 철거재개발로 구분한 대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것은 이 시장이 최근 수복재개발구역인 은행2구역 주민설명회에서 시의 공식적인 설명자료와 시 관계 공무원들을 통해 전면적인 철거재개발의 도입이란 앞서의 공언도 뒤집고 도시계획시설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말을 바꾼 사실이다. 이런 '말 바꾸기'에 깔린 핵심은 공공재원의 투입을 통해 도로를 비롯한 각종 공공기반시설 설치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수복재재개발의 포기 따라서 '재개발사업 자체의 포기'를 의미한다는 점에 있다. 더구나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도시계획시설사업이라는 결코 순수치 못한 편법을 통해 재개발사업 자체의 포기를 은폐하고 위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개발에 대한 이런 이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과 기만을 고려하면, 이 시장은 빅 이벤트를 회피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시장은 그럴 수 없다. 현직시장으로서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불행한 전임시장'이란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 전시장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마저 걷어내고 시의회에 나와 증언하라는 뜻을 이 시장은 심각하게 읽어야 한다. 어쩌면 2층 시장실에서 5층 시의회까지 올라오면 되는 사소할 수도 있는 일을 기피한다면 누가 이 시장을 장안의 웃음거리로 삼지 않겠는가.
 
전현직 시장이 충돌하는 빅 이벤트는 현재 사업 착수시기 지연, 정책적 혼란과 주민기만 등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이 처한 엄중한 파국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자리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분명하다. 이 빅 이벤트는 이후 구시가지 재개발정책의 원칙과 사업의 실제 내용을 명확히 하는 일로 이어지는 실마리로 자리매김되어야 함도 물론이다. 빅 이벤트를 기대하는 지역사회의 간절한 희망과 기대를 재개발정책특위가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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