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고..

[벼리의 돋보기] 성남에서 공기업 이전문제란?

벼리 | 기사입력 2005/03/16 [04:58]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고..

[벼리의 돋보기] 성남에서 공기업 이전문제란?

벼리 | 입력 : 2005/03/16 [04:58]
공기업 이전문제가 성남지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로 아직은 일방적인 찬반이나 정부에 후속대책을 요구하는 정도의 얕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 근거들도 아직은 정치적이거나 자의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만큼 목소리만 크지 정책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다.

▲ 관변단체 중심으로 성남시 전역에 내걸린 공기업 이전 반대 현수막.     © 성남투데이
 
14일 성남상공회의소가 마련한 공기업 이전에 따른 대책회의는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이 대책회의는 뜻 깊은 논의의 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참여의 결과 성남지역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시민적 대책을 내오기 위한 지혜를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이대엽 시정부는 주민자치시대에 맞게 시급히 범시민토론회라도 열었어야 했다. 이를 통해 공기업 이전에 대한 시민적 문제의식의 공유와 폭넓은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시민적 공감과 참여에 바탕을 둔 이전대책을 마련하고, 시민사회와의 연대적 실천을 모색해야 했다.
 
그러나 하는 짓을 보니 능동적이기커녕 공기업 나간다니까 그저 난리났다는 반응적인 태도다. 10일 공기업 빼가려면 "건물과 토지를 무상으로 돌려주고 떠나라"는 내용의 정치적인 수사문 발표나 관제동원 방식으로 요즘 한창 거리 곳곳에 내건 공기업 이전반대 현수막들을 통해 정치적 선동에 열 올리는 들끓는 냄비짓이 그런 사례들이다.
 
그러면서도 이대엽 시정부는 실제로는 14일 대책회의에서 보듯 공기업 이전을 수용하고 정부에 구걸하는 비굴한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사실상의 이전 수용이라는 입장을 내놨으면서도 그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한심하다.
 
공기업 이전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딱히 무시할 수 없다고 해도 이런 양상이 도드라질수록 오히려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뭇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뭇사람이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衆好之必察焉 衆惡之必察焉. 論語)"는 말은 이럴 때 적절하다.
 
▲공기업 이전에 따른 성남시 대응방안 마련 대책회의에서 이대엽 시장이 성남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성남투데이

반대한다면 명확한 반대의 근거를 제시해 온 나라가 찬성해도 성남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라. 반대로 찬성한다면 찬성의 근거를 제시해 온 나라가 반대해도 성남만큼은 필사적으로 찬성하라. 괜히 편승하거나 부하뇌동하거나, 이 시장의 정치적 입장만으로 수준 이하에서 문제를 대하지 말라.
 
아니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키는 지혜를 발휘하던가 해야 한다. 솔직히 이대엽 시정부가 이전을 반대할 근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민이 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기업 이전에 대한 시의 대책을 묻자 이에 대해 시는 뭐라 답했는가. 
 
"2004년도 우리시 지방세 징수액은 8,679억원이며 토지공사,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3개사에서 납부한 지방세는 367억원으로 전체 세입의 4.2%으로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분명히 고백하고 있지 않는가. 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지만 이는 모호한 둘러대기일 뿐이다.
 
톡 까놓고 말하자. 그 동안의 행적으로 봐서 이대엽 시정부가 성남경제의 현실에 대한 판단과 그 비전에 대한 정책과 실천이 부재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성남적인 자원과 인프라를 고려해 성남경제 살리기를 고민하고 실천한 바가 없다. 과연 지역경제든 도시경쟁력이든 아니면 시민의 경제든 기초개념이나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오히려 이대엽 시정부는 무리한 네이버 유치에서 보듯 특혜의혹과 앙꼬 빠진 진빵이라는 비난과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거나, 빗발치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예 성남구시가지를 말아먹기로 작정한양 시민의 혈세 5천740억원을 들여 호화판 시청사를 짓겠다는 허욕이나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공기업 이전문제에서 결국 이대엽 시정부에 남는 것은 얄팍한 정치적인 대응 뿐이며, 그것은 결코 시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다른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지경에 놓여 있다. 이대엽 시정부가 공기업 이전을 반대할 사유들을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면, 위기를 기회로 돌리는 계기로 삼는 것이 차라리 백번 낫다.
 
가령 약발도 없는 세수문제는 더 이상 들먹거릴 이유가 없다.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미미한 공기업이라면 수도권 경제집중 완화라는 나라정책에 대승적으로 협력해주고, 중장기적으로 성남경제에 필요한 공기업이라면 합당한 근거를 들어 칼을 들이대듯 막으면 된다.
 
한편에선 나라 균형발전에 동참하고 한편에선 성남 특성발전에 한번 나서보라는 지적이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는 냉철한 지혜를 발휘해 성남적인 경제, 성남적인 자족의 의미를 구체화해보라. 과연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조차 못하면? 이대엽 시정부에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 한다는 세간의 조소가 쏟아져 들어오리라. 특히 이 시장은 지금 시기가 살얼음판임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 자리는 결코 버티는 자리가 아니다.
 
 
  • ‘남’이란
  • 잘 늙는다는 것
  • 의회독재를 경계한다
  • 플라톤 왈, ‘나보다 못하는 거시기들’
  • 성남의 한계를 씹는다
  • 여기가 섬이다. 자, 뛰어보라!
  • 진정성이 있냐고 물으면
  • 시립병원투쟁 제안?
  •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까
  • 2008년 7월 8일 국치일(國恥日)
  • 촛불이 꺼질 수 없는 이유
  • 박권종의 반란 또는 삑사리의 비밀
  • 조중동만이 조중동?
  • ‘모두의 정치’를 향한 위대한 시작
  • “무당 찾아 굿도 하라고 그래!”
  • 총선, 한나라당에 역풍분다
  • 이명박정부 심판론, 총선 쟁점화
  • 대운하 찬성하십니까?
  • 386, 386정치인을 아십니까?
  • 1% 부자 내각이라니!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