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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연(湛然), 순수하게

[벼리의 돋보기] 두서없이 주저리

벼리 | 기사입력 2005/03/28 [05:27]

담연(湛然), 순수하게

[벼리의 돋보기] 두서없이 주저리

벼리 | 입력 : 2005/03/28 [05:27]
산을 보며 산을 잊고
흐르는 구름을 따른다
숲에는 딱다구리 요란하고
마당에는 붉은 매화 코가 시리다

 
이 맛 한맛이라
주루르 떨어진다
……눈물
이 눈물은 무엇인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이 있다. 두 눈, 두 귀, 두 콧구멍은 다만 하나로 보고, 듣고, 냄새 맡을 뿐인데 말이다. 그는 늘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 한 입으로 여러 말 하는 사람도 있다. 계산에 능숙한 탓이다. 그는 지옥과 천당 뿐 아니라 금수, 귀신 등 별의별 잡세상을 오간다. 역시 입이 문제고 의식이 문제다.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 그 바닥이나 속내를 들여다본다. 늘 애를 쓴다. 가령 파랗게 보이지만 틈으로 새빨간 것이 비치거나 뒤집어 쓴 껍질이 누더기 걸레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겪을 때마다 입맛이 쓰다. 감동의 활화산을 터뜨리는 질문을 누군가로부터 받고 싶다. 우리 집 아이들은 그런 질문들을 아주 잘한다. 역으로 에비가 질문하면 열에 아홉이 “그냥요”다. 아이들을 사랑한다.
 
최근 독도문제로 이 나라에 잔치판이 벌어졌다. 그 잔치판에 이념과 선동, 같잖은 말들이 난무한다. 국가주의 냄새가 나기도 하고, 정치적 계산법이 읽혀지기도 하는 그 잔치판이 정말 싫다! 가진 것들은 “이 나라가 싫다!”고 나라를 떠나지만, 없는 나는 귀 닫을 뿐이다. 다만 나라사랑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순수한 모습만 가슴에 남는다. 어느 새 아내는 뉴스채널을 드라마채널로 바꾸더니 국에 밥 말아 열심히 먹는다.
 
성남투데이에 오른 적지 않은 댓글에서 비애를 느낀다. 단적으로 1%의 인간에 99%의 인간 아닌 어떤 것들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어느 인터넷뉴스미디어에서 댓글저널리즘이란 말을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댓글에 대해 수용자들의 새로운 언론행위로서 그 중요성과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댓글 다는 사람들은 특히 익명이라는 새롭고 새로운 탓에 창조해야 할 의미 영역에 함부로 똥칠해선 안된다. 그것은 자신을 욕보이는 길이다.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자신을 포함한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치영역에서 이 원칙은 공(公)이란 잣대로 확인되어야 한다. 언론은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나팔수 노릇을 해선 안된다. 이 공의 엄밀한 확인 없이는, 이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언론은 개만도 못한 개일 뿐이다. 언론은 자신을 포장하지 말라. 더 이상 그것은 교묘함이 아니다. 빤히 보이는 쓰레기소굴이다.
 
업그레드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물은 그냥 흐르던가. 그 흐름에는 수많은 변주가  있다. 일상생활이란 그와 같다. 어제 생각이 틀린 줄 알았다면 오늘 그것을 틀렸다고 자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 없이 오늘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된다. 그것 속에 깨달음이 있고 감동이 있고 성숙이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세상 흐름만을 보고 그 변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 안타깝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과 문자, 생각에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말과 문자, 생각은 그러나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이 이치는 각 사회마다 또는 고금을 달리 해 말과 문자가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 조금도 어렵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집착으로 인해 그 도구들이 사람을 부린다는데 있다. 사람이 노예로 전락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상황이 되풀이된다는 점에 있다. 도구가 도구임을 절실히 알면 아무 것도 드러낼 것도, 생각할 것도 없다는 점만 남는다. 바꿔 말하면 모른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여기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네가 하는 말과 문자, 생각은 결코 소통되지 않는다. 그것은 짝 없는 들여우의 외침일 뿐이다.
 
두서없이 썼다. 그러나 다만 순수하게 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대로 썼다. 틀리고 맞고는 나중 문제이며 이 순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삶을 삶답게 가꾸고자 했던 옛사람들은 순수함을 담연(湛然)이라 했다. 마치 물이 맑고 맑아서 깊기도 하듯이. 여기에 순수냐 참여냐, 순수냐 복잡함이냐, 순수냐 전략이냐 등등 따지고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다만 돌아 앉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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