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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벴냐? 하루 식목일행사를 위해서?

[벼리의 돋보기] 사라진 서어나무 군락지

벼리 | 기사입력 2005/04/06 [04:20]

왜 벴냐? 하루 식목일행사를 위해서?

[벼리의 돋보기] 사라진 서어나무 군락지

벼리 | 입력 : 2005/04/06 [04:20]
 
봄 한참 때 남한산을 바라보면 점점이 피어난 수많은 벚나무로 마치 산허리에 꽃구름이 감겨 흐르는 것 같다. 가을에는 서어나무 단풍불에 말문이 닫힌다. 그렇다. 남한산은 봄에 벚꽃, 가을에 서어나무 단풍이다.
 
남한산에서 서어나무는 대규모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서어나무 숲의 희소성, 그것이 중부지방 낙엽활엽수림대의 극상(어떤 기후조건 아래 영구적으로 지탱되는 식물사회)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서어나무를 성남을 상징하는 나무로 주장도 하고 싶다. 그런데 서어나무 군락지를 성남시가 망가뜨렸다. 단 하루 식목일 행사를 위해서다.
 
▲자연숲의 대표수종으로 알려진 서어나무 수십년생이 무참히 잘려나간 현장.     ©성남투데이
 
숲이란 하나의 식물사회다. 남한산은 특히 살이 많은 육산이라 식물상이 매우 풍부하다. 서어나무 뿐만 아니라 참나무류, 층층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병꽃나무, 고추나무, 화살나무가 많이 난다. 인적이 뜸한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얼레지, 복수초, 윤판나물, 앵초, 바람꽃, 종의넝쿨. 참으아리 등 휘귀한 야생초도 많다.
 
식물상이 풍부하다는 것은 사람의 이용이 최소화된다면 스스로의 천이(遷移)와 자정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숲을 성남시가 행정권력의 이름으로 일거에 망가뜨렸다. 단 하루 시장이 참석하는 폼 나는 식목일 행사를 위해서다.
 
물론 초여름에 남한산을 보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아카시아나무 군락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서울 가까운 북쪽 사면은 남한산의 산허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성남 방면에서도 사람의 발걸음이 잦은 곳은 아카시아나무가 점차 늘고 있다. 등산객들의 잦은 발걸음, 이용적 관점에서 자꾸 숲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심지도 않은 아카시아나무가 자꾸 번진다는 것은 그만큼 남한산의 숲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남한산의 본디 숲을 잘 보존하기 위해선 아카시아나무만 솎아내면 된다. 굳이 나무를 새로 심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등산객들의 지나친 접근만 잘 통제해도 숲은 저절로 살아날 수 있다. 굳이 나무를 심고 싶다면 남한산에 나는 나무종류나 몇 종 선택하면 된다. 이것이 남한산에서 허용될 수 있는 유일한 수목갱신이며 숲의 보존방법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현장 확인 결과, 성남시는 아카시아나무 노령목을 베어낸다는 명분으로 제 생명과 제 자리를 온전하게 유지하도록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벚나무, 서어나무, 참나무, 층층나무들을 거의 다 베어 버렸다. 중키의 나무들, 키 작은 나무들은 또 얼마나 되는가! 이렇게 숲을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그저 등산객들, 놀이객들 눈맛이나 보라고 대신 남한산에서 나지도 않는 엄한 나무들만 잔뜩 심어대다니!
 
다시 묻자. 시당국이 숲을 망가뜨린 이유는 무엇인가? 단 하루 시장이 폼 나게 참가하는 식목일 행사를 위해서다. 관계공무원들이 폼 나게 시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이 바람에 숲에는 나무가 없어야 하고 나무가 보이지 않아야 그곳에 나지도 않는 엄한 나무들을 심는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바로 골이 비고 방향 없기로 소문난 이대엽호 전시행정의 극치다.
 
그러나 참혹하다. 베어진 밤나무, 서어나무, 벚나무, 참나무 그루터기를 보는 심정은 참혹하다. 특히 성남시의 식목일행사가 벌어진 그곳은 남한산의 산 아래쪽에선 보기드문 대규모 서어나무 군락지다. 아람드리 그루터기, 채 피우지 못한 검회색 가지 끝의 적갈색의 꽃. 무참히 베어진 서어나무들을 보는 심정은 참으로 참혹하다.
 
폼 나는 하루 식목일 행사를 위해 숲을 망가뜨린 시장 이하 관계공무원들에게 뭐라 해줄까? 30년 넘게 남한산과 더불어 왔기에 뒤집어지는 이 속을 어떻게 전할까?
 
'이 천하에 나쁜 XX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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