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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글러먹었다

[벼리의 돋보기] 고것 밖에 안돼?

벼리 | 기사입력 2005/04/26 [22:19]

열린우리당, 글러먹었다

[벼리의 돋보기] 고것 밖에 안돼?

벼리 | 입력 : 2005/04/26 [22:19]
한 동안 '돋보기'를 들지 않았다. 당분간, 어쩌면 영영 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지쳤다고 할까. 여기엔 직간접적으로 나눠야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문제가 핵심으로 놓여 있다.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받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지 그 물음과 대화하는 중이다. 그 만큼 우리 사회는 소통이 동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만큼이나 그것에 대한 경험과 이해 나아가 훈련이 매우 부족하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전우주와 대면하는 사람(개인)에 대한 견해와 태도에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도 직시하고 있다.
 
이런 탓에 이번 중원구 국회의원 재선거 역시 어떠한 생각도 품지 않았다. 그 동안 지역언론을 통해 일부 비추기도 했던 '꼴리는 대로 하는' 분석과 판단의 도구, 잣대조차 모두 머리 속에서 털어내고 지냈다. 다만 소박한 바램으로 품은 게 있다면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선거, 따라서 재선거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객관적인 한계-대표성의 질에 관한 문제와 관련된-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비롯, 지역의 각 정치세력이 유권자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뭐라 나무랄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박한 바램이 세상살이의 궁극적 결론이 결국 용서와 화해로 이어져야 한다는 개인의 신앙과 무관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중원구 재선거에 대한 어떠한 분석이나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원구 재선거에 대해 어떤 태도가 있다면, 그것은 무지 그 자체다. 작년에 치러진 총선 때처럼 특정 아젠다에 꼴리는 태도로 '방점'을 찍거나, 몇몇 특정후보들에 대해 시쳇말로 '지랄'을 떨거나, 욕을 먹으면서까지 선거판에 전혀 선거적이지 않은 '허튼 소리'를 떠들어대는 짓 따위는 설령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겉으로는 소신과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양 하지만 실상은 유권자들 각자의 의미있는 정치적 견해, 태도 나아가 권리-이것은 늘 현실의 제도를 뛰어넘기까지 하는데 언론은 이것을 제대로 포착하는 법이 없다-를 수의 문제 곧 표 계산과 또 선거전략전술의 문제로 그 바탕에 깔아대는 교묘함도 어떻게 대처해볼 도리가 없다.
 
그래서 지금의 경계는 그저 흐릿한 사람, 시쳇말로 맹추와 같다. 그러나 본성적으로 갖추어진 눈마저 없는 게 아니라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주었으면 한다. 그것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으로 말해지든, 분명한 것은, 딱히 이것이다 저것이다 확정짓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그 의미가 얼마든지 보충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신을 포함, 몸은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연히도 오랜만에 취재기자가 작성한 인터뷰 기사와 재선거 관련기사들을 점검하다가 불덩이 같이 아주 '인상적으로' 달려드는 '인상' 몇 가지를 밝힐 작정이다. 이 인상들은 다 열린우리당과 관계가 있고 그것을 인상의 강도에 따라 밝혀둔다.
 
첫째, 열린우리당은 왜 중원구 재선거를 치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유권자들에게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 근본적인 이유는 이상락 전의원과 관련된 사건으로서는 종결된 것이나 이번 재선거로 연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에 대한 정치적 책임문제로 이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정파들에겐 한편으로는 재선거를 치르는 행운의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나름대로 이치있는 정파적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최소한 열린우리당이 재선거에 돌입할 무렵에 이 문제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납득할만한 해명 내지는 사과 또 이에 걸맞는 행동을 취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지금 열린우리당, '꽝'이다.
 
둘째, 그런데도 선거운동 기간 중 금권선거 의혹이 열린우리당의 조성준 후보측에서 불거져 나왔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중원구 선관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핵심은 조 후보측과 관련된 금권선거 의혹이다. 이 나라 정당의, 특히 지역단위에서 정당의 취약한 구조적 현실로 보아 유권자에게 돈을 건넨 선거운동원이 민주당 당적이다, 민주당의 정치공작이다, 하는 조 후보측의 반론은 사실 여부를 떠나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다시 한번 명확히 하자면 핵심은 조 후보측이 금권선거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중원구 재선거는 열린우리당의 금권선거 의혹으로 조용하고 내실있는 선거가 되기는 이미 글러먹었다.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열린우리당은 유권자의 냉엄한 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셋째,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의장의 재개발범대위 방문과 열린우리당 지지 요청 발언이다. 열린우리당, 재개발범대위 다 경솔했다. 재개발범대위는 문전박대를 했어야 했다. 그게 시민단체의 자존심이고 성남의 자존심이다. 최소한 선거시기는 피했어야 했다. 재개발문제가 아무리 중원구를 포함한 성남구시가지 지역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아젠다로 떠올랐다고 해도, 또 재개발범대위가 재개발문제의 가치와 중요성, 원칙을 지역사회에 공론화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왔다고 해도 양자의 만남은 맥락상 '선거전략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선거국면에서 집권여당이 재개발범대위에 와서 단지 동어반복에 불과한 집권여당이라는 논리로 시쳇말로 '빽을 쓰며' 지지를 요청하고, 거기에 재개발 아젠다에 관한 한 시민 전체의 아젠다임을 모든 활동에서 주의와 신중을 기해야 할 재개발범대위가 '점잖게 딴청 피우는' 코메디 장면으로 얼마든지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상들이 그저 생각을 지우고 지내는 이 하찮은 자에게 '인상적으로' 들어온 것은, 반복하지만 그만큼 이번 재선거가 이미 글러먹은 선거가 되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열린우리당 때문이다. 더구나 무엇보다도 열린우리당 때문에 치르는 재선거가 아닌가. 이 글러먹었다는 표현을 쓸 때 솔직히 비애감을 감출 수 없다. 허약한 성남의 지역정치, 아직도 성숙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지역정치 현실에 비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누가 달래줄 수 있으랴! 결국 선거판에서이긴 하지만 폼나게 대접받는 유권자는 왕이 아니라 봉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중원구 재선거에서 유권자가 알아서 냉엄하게 판단하고 처신할 수밖에 없다. 시급한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인상들을 씻어내는 일이다. 그만 눈을 닫아 버리자.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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