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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당선은 상대적 의미에 그쳐

[벼리의 돋보기〕무엇을 낚자고 재선거 치렀을꼬?

벼리 | 기사입력 2005/05/02 [03:40]

신상진 당선은 상대적 의미에 그쳐

[벼리의 돋보기〕무엇을 낚자고 재선거 치렀을꼬?

벼리 | 입력 : 2005/05/02 [03:40]
'6대0'
 
'육대빵!'이라고 크게 소리 내어 읽자. 미니총선이라 부른 4.30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완패했다. 당사자야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그런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자. 열린우리당은 '참패'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의 어떤 인사는 "집권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하는 것 봤냐"라고 생각없이 뱉어낸다. 정신 못차렸다. 선거 전 낙승을 장담하던 태도와 견주면, 이런 무책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 때문에 유권자 입장에선 단지 '막말'로 들린다.
 
▲  한나라당 신상진 후보가 개표가 진행될 수록 큰 표차이로 앞서가며 당선이 유력시 되자 환호하고 있다.       ©성남투데이

주지하는 대로 총선판은 정치바람이 드세다. 정치바람? 한쪽으로 쏠리고 왕창 휩쓸린다는 소리다. 모든 바람이 그렇듯이 결코 어떠한 경우에도 옛사람이 가르친 '멈춤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멈추면 죽는다'는 극단적 위기감의 포로가 된다는 소리다. 그것은 교육현장에 쌩쌩 부는 치맛바람을 뺨치고도 남는다. 정치바람의 부정적 색채는 우선 정당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번 선거의 승리는 더 빨리 달리고 한숨도 쉬어서는 안된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매서운 채찍으로 알고, 민심이라는 나침반으로 대선 승리를 향해 대항해를 계속하겠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과연 전국 최하위의 투표율 기록에 복잡한 선거전선이 형성된 중원구에서 민심이란 나침반을 운운할 수 있나? 여기에 대선 승리를 향해 '더 빨리 달리고 한숨도 쉬지 않겠다'고? 가히 편집증적 발언으로 들린다.
 
한나라당을 찍었다고 다 한나라당 지지인가.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든, 중원구 열린우리당의 이번 선거행태에 대해서든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소리도 꽤 들리던데. 투표행위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편차와 의미들이 있다. 한국의 정치가 언제 이것을 제대로 포착한 적이 있던가. 낮은 투표율은 또 어떻고? 여기엔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조차 감당할 수없는 의미들이 잠복해 있다. 어떤 의미는 뒷날 결정적 순간에 표로서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또 어떤 의미는 제도화된 정치의 부정으로 끝끝내 남아 다른 '저항'을 준비하기도 한다.
 
일부 설익은 유권자들도 정치바람을 타기는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해볼까. 한국사회가 아직도 제대로 배우고 익히지 못한 '소통'이란 문제의 경우, 그 실험 나아가 대안으로까지 그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는 인터넷에서조차 얼마나 속보이고 부박한 말들이 난무하는가. 이번 중원구 재선거에서 성남투데이의 기사들에 달린 댓글의 상당수가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문제가 된 돈질은 어떻고? 가뜩이나 후보 하나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열린우리당 때문에 치른 재선거가 아니었나. 없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자기 선택을 귀중히 여기는 사람의 입장에선 뿔나게 열 받기도 했고, 사회적 낭비에 대한 우려도 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서 되려 금권선거 의혹이 불거져 나오다니! 뒤집어질 일 아닌가. 더 이상 입에 올리기도 싫다.
 
열린우리당 조성준 후보가 유세를 돌면서 금권선거 의혹을 민주당에 돌리고 강하게 부인하는 변명을 늘어놓을 때, 저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유권자로선 선관위 발표에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이번 중원구 재선거에서 심각한 편집증세를 보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 결과에 지나친 의타심을 발휘했나? 그러니 오만하게도 이번 재선거에서 정치적 파트너로 대접조차 하지 않은 민주노동당 밑으로 주저앉고 마는 망신을 당한 게 아닌가.
 
당선자는 또 어떻고? 신상진 당선자는 현재 고법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대법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에서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 박탈로 의원직을 잃게 된다. 납득할만한 적절한 해명이 과연 그로부터 있었던가. 그런데도 당선되다니! 선택한 그들은 누구인가? 그의 당선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앞으로 명줄과 관련된 이 문제에 그는 목맨 송아지 처지로 빠질 우려가 높다. 그의 의원직 상실의 현실화, 또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유권자로서 그래, 그때 두고 보자는 '독기'만은 간직해두자.
 
'정치단위인 나'로서는 늘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고작 표나 구걸하는 수준에서 나를 현혹하려 한다면 '엿 먹어라!'하고 거부하는 일에서 경우와 필요에 따라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일까지 언제나 그렇다. 내 삶은 내게 속하고 그 몸짓들도 그렇다는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나처럼 자기를 이롭게 하는 삶의 태도를 가진 자에겐 선거정당 수준의 정당에 지속적인 유대를 표명하기 어렵다. '정치적 회색'은 지금 정치상황에선 매우 중요한 색채라고 믿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원구 재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공개 지지했다. 판단의 척도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한나라당이 꼴 보기 싫고 열린우리당이 글러먹어서다. 둘째, 첫째 척도의 연장선에서 대신 민주노동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여기엔 올곧게 지역사회에서 일해 온 지역일꾼으로서 후보에 대한 존경도 덧붙일 수 있다. 덧붙여 계산으로 치면 한나라당이 된다고 봤고 따라서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회색인간의 이번 판단을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는 이미 주장한 바, '개혁과 진보의 결집'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것이 성남지역사회에서 갖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그것은 아직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최대한의 명분과 실리를 확보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른 반한나라당 선거전선이라는 지역정치적 입장에서는 물론 최소한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정치의 건강함을 염두에 둔 이들의 상당수가 이번에 민주노동당을 선택했음을 알고 있다. 여기에 한 동안 잘 나가는 듯 보이던 열린우리당이 중원구 재선거에 주창한 '평화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이 별 약발이 먹히지 않았음을 상기해두자. 이것은 열리우리당의 당초 장담과는 달리 기대치 이하의 저조한 득표력이 입증한다. 평화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의 바탕에는 호남표 결집이라는 달갑지 않은 '지역주의적 선거전략'이 숨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중원구 재선거는 재선거를 치르게 된 근본사유를 고려할 때,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선거 결과와 관련된 의미들에 대해 큰 언론에서 떠드는 얘기들은 적어도 중원구 재선거에 비쳐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중원구는 다만 말도 안되는 재선거, 아니 '이상한' 재선거를 치렀을 뿐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염두에 둘 경우, 이번 재선거는 무엇을 낚게 될지도 모르고 그저 바다에 그물이나 한바탕 던진 것과 같은, 이상한 선거를 치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재선거에선 선거결과의 명암을 가르는 키포인트 곧 낮은 투표율과 조성된 선거전선의 특성 곧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대립, 민주노동당의 선전에 힘 입어 한나라당 신상진 후보가 당선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그의 당선의 의미는 절대적이지 않다. 상대적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의 여러 차례에 걸친 '화합과 통합'에 관한 주창은 앞으로 얼마든지 다른 맥락으로 읽혀지면서, 이와 관련된 그의 행보는 지역의 다양한 현실적 비판행위들에서 필수적인 고려요인이 될 것이다. 
 
이상한 재선거를 치렀을 뿐이므로, 중원구 나아가 성남의 건강한 유권자들이 좌절할 이유는 전혀 없다. 늘 시작하는 자만이 강하게 버티고 살아남는 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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