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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장해진 '이대엽 한나라당시장'

[벼리의 돋보기〕지방자치가 위태롭다

벼리 | 기사입력 2005/05/11 [06:41]

기고만장해진 '이대엽 한나라당시장'

[벼리의 돋보기〕지방자치가 위태롭다

벼리 | 입력 : 2005/05/11 [06:41]
이대엽 시장이 입이 있어도 제 얘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연설을 들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관련부서에서 써주고 이 시장은 다만 읽어나가기 때문이다. '더·듬·더·듬' 말이다. 이런 사실에서 '자치'와 '(구태)정치'의 차이를 실감나게 느끼곤 했다. 게다가 이 시장은 민선1·2기 시장과는 달리 출신배경이 달라선지 이따금 빨간 마후라식 액션을 가미한다. 누가 한물 간 액션배우 아니랄까봐 그런 것도 같다. 이만하면 그의 연설은 가히 삼류코미디다. 
 
▲이대엽 시장은 항상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할때에는 고개를 숙인다. 공무원들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어내려가기 위해서 말이다. 고개숙인 이 시장, 언제까지 공무원들이 써준 원고만 그대로 읽고 있을 것인가?     © 성남투데이
이대엽 시장의 연설문집이라는 것이 있다. 성남시에서 만들었다. 언젠가 시청에서 그 연설문집을 살펴보다가 어느 공무원에게 물었다. "여기 이 시장의 생각이 제대로 담겼거나, 이 시장이 꼼꼼히 챙긴 연설이 있습니까?" 공무원의 반응이 어땠을까? 그는 '얼른' 이 시장의 연설문집을 책상 밑으로 치워버렸다! 할 일없어 이 시장을 패러디나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나는 참으로 진지하다.
 
이런 사실들을 사례로 드는 것은, 중대한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이 시장이 자신의 철학과 정책에 따라 공직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한다는 것, 지역의 현실을 개선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자치시정을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언젠가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지관근 의원이 "왜, 시장이 제 입으로 제 얘기를 하지 못하냐?"고 따진 적이 있었다. 이 시장이 뭐라 답했나? "단체장이 제 멋대로 얘기하면 안된다"(!) 당시 시의원들은, 일부는 기막힌 표정을, 일부는 대놓고 웃지 못해 들릴락말락 키득키득했던 것을 기억한다.
 
저자거리에서 들리는 얘기들이 있다. "이러다가 성남시장 수준이 ‘하향평준화’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 있다. "개나 소나 다 시장하려고 달려든다." 이런 자조 섞인 얘기들은 결코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성남에서 시장이란 자리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앞서 고개숙여 들어두어야 하리라. 아무튼 지금 돌아가는 시정을 염두에 두면 성남시민은 민선 3기 출발에서 시장을 선택하는 일에서 '결정적 오류'를 범했다. 시장될 사람의 철학과 정책을 '제대로' 아니 '사실상'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후회스러운 일이다.
 
민선 3기에 시장이 이러할진대 더 이상 시장이 막말을 토해내도 그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나 이번 막말은 지방자치의 본질 훼손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9일 이 시장은 재선거 승리지역 당선사례 투어에 나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한나라당과 나는) 서로 믿음이 있으니까 당원 자격으로 시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 부인하지 않는다", "정치적 포지션은 언제나 한나라당이기에 시장을 포기할지언정 당원 자격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막말을 토해냈다.
 
이 시장 발언에 차기 시장선거 염두니 하는 해봐야 빤한 논평은 들이대지 말자. 이 점에 관한 한 차라리 침묵하자. 그만큼 그의 발언엔 분노부터 치솟게 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그의 막말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성남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입장에서다. 그가 뭐라 막말했는가? "한나라당 당원 자격으로 시장을 하고 있다!", "성남시장을 포기해도 한나라당 당원은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과연, 도대체, 이게 시장으로서 할 말인가?!
 
상식이다. 시장자리는 정치적 포지션을 뛰어넘는 자리다. 정당정치와 전혀 다른 지방자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의 장에서는 어떤 정치적 반대파에도 당당해야 하고 동시에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함이 있어야 한다. 전자의 측면이라면 며칠 전 기자회견차 문희상 당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시청을 방문했을 때 문전박대한 것은 어떤 잘못이 없으리라. 그러나 이 시장은 이번 한나라당 인사들의 시청방문에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던고! 결국 열린우리당 인사들에 대한 문전박대는 당당했던 게 아니라 애써 무시한 것이다. 밴댕이처럼 속이 좁은 것이다.
 
이 점에서 동시에 이 시장은 얼마나 정치적인가! 정당정치와 지방치가 다르다는 상식이 이 시장에게는 없다. 그의 발언이 막말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는 아주 정치적이다. 그가 이번에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보인 태도는 열린우리당을 무시한 경우와 견주면 아주 비굴한 것이기도 한다. 잘 되고 있지도 않은 행정타운 추진사업을 도와달랐다며? 한나라당 신상진 당선자와 본질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은 뭐라 보고했을고? 이 시장, 성남시장 자리가, 성남시민을 대리하고 대표하는 그 자리가 그런 자리였는가? 분노스럽다. 그리고 역겹다!
 
그렇다. 그는 성남시장이 아니다. 성남시장을 포기해도 한나라당 당적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지독히 정치적인 한나라당시장이며, 정치적 반대파조차 배려하지 못하는 속 좁은 정치인이며,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굽신거리는 비굴한 정치인에 불과하다. 관선시대가 아닌 민선시대에 시장실에서 정치색채가 농후한 막말이, 그것도 비굴한 막말이 터져나오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그것은 지방자치가 정당정치에 여지없이 흔들리는 현장과 사례를 보여준다. 지방자치가 거꾸로 가고 있다. 그 한복판에 중원구 재선거에서 승리 같지 않은 승리에 기고만장해진 '이·대·엽 한·나·라·당 시·장'이 있다.
 
민초들의 피로서 쟁취한 지방자치가 위태롭다, 지금-이곳 성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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