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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월드 유치 축하 플랜카드부터 떼라

[벼리의 돋보기] 잡 월드 유치 이후, 무엇을 해야 하나?

벼리 | 기사입력 2005/05/30 [00:10]

잡 월드 유치 축하 플랜카드부터 떼라

[벼리의 돋보기] 잡 월드 유치 이후, 무엇을 해야 하나?

벼리 | 입력 : 2005/05/30 [00:10]
좋은 세상이다. 잡 월드(job world) 추진을 위해 노동부와 성남시가 손을 잡기로 하자 안산시가 성남시  선정 과정에 ‘썸씽’이 있는 게 아니냐 해서 노동부에 심사과정을 공개하고 재심의하라고 요구했으니 말이다(주요언론 5월 12일치 보도). 썸씽이 있었다면 까밝혀야 하고 마땅히 재심의해야 마땅하겠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분위기를 감안하면 어찌 시샘 받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잡월드 유치는 많은 지자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보인 터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부터 잡 월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벼리의 앞선 주장에 이어 다시 일이 제대로 되기 위한 쓴소리 몇 마디를 성남시에 전하련다. 약인 줄 알고 일단 한번 먹어보고 제대로 검토해보면 다행이겠다. 잡 월드 유치 초기 때 보여준 어영부영하는 태도로 시간 땜이나 할 요량이면, 지금 당장 사업을 반납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지난번에 이대엽 시장이 더 이상 부지 무상 제공이란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쏴붙였더니 담당과장이 “이제 없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혀 약발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그래야지. 알아들었으니 다행이다. 그럼 나열식으로 쓴소리를 늘어놔보자.

▲노동부 국책사업인 종합직업체험관인 '잡 월드(job world)'성남유치가 결정되자,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축하 현수막.     © 성남투데이
 
첫째, 길거리, 동네 입구마다 시쳇말로 스티카 붙이듯 덕지덕지 붙인 잡월드 유치 축하 플랜카드 말이다. 시정이, 그리고 시정홍보가 아주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번에 100만 시민의 숙원사업이라고 거짓 미화하면서 내붙인 행정타운 조성 축하 플랜카드처럼 역시 관권을 동원했다. 아직도 그것 밖에 안되냐? 주민들 선동하냐? 자랑할 게 그렇게도 없냐?
 
거기 이름을 내건 각종 기관, 단체들 보면 이대엽 시장의 지역적 기반이 시쳇말로 관변단체들로 대폭 축소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비용은 고스란히 그 단체들에 전가했다며? 왜 그렇게 주민들을 수고스럽게 하는가? 그거 붙여놓을 만큼 붙여놨으니 얼른 다 떼고 제대로 된 홍보를 했으면 좋겠다. 홍보전문가에게 자문을 얻고 공직자들이 머리 맞대고 지혜를 내면 일시적이지 않은, 반영구적인 좋은 방법, 수단들이 강구될 것이다. 그만큼 성남지역사회와 미래세대에게 가치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둘째, 유치 과정에서 나쁘게 말하면 성남시는 노동부에 '뻥'을 쳤다. 노동부를 설득하기 위한 핵심논리 가운데 하나인 그곳을 지나는 신분당선과 관련된 얘기다. 성남시는 그곳에 성남시 맘대로 지하철 역사를 건설하겠다고 노동부를 설득했다. 그러나 그 지하철 역사는 예정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신분당선이 민자유치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만한 설치 타당성과 지역사회의 주체적인 대응노력 없이는 저절로 지하철 역사가 설치될 수 없다.
 
이 점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이 사업이 2천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형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지역사회 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은 필수다. 이 점에서 시 집행부는 노동부와의 협의일정에 맞춰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세우고 시의회에 제대로 보고해 협조를 요청하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도 브리핑하고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유관기관들 및 시민사회에도 ‘잡 월드란 무엇인가?’에서부터 그 내용, 의의, 지역 및 미래세대에게 미치는 효과, 성남시의 추진방안 등에 걸쳐 제대로 된 설명회를 열 필요가 있다. 선거에 이용하려는 얕은 수작은 다 보이니까, 이번엔 제대로 알리고 지역사회에 폭넓은 협력을 요청하면 좋겠다.
 
셋째, 노동부가 요구하는 '부지 규모'와 잡 월드 개발을 위한 '땅 모양'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는 일이다. 유치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베껴 시정홍보지에 내보낸 그림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과연 땅 모양을 제대로 잘랐는가, 하는 점이다. 해당부지와 남은 땅의 연관관계, 나아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방연관효과를 과연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문제의식은 간단하다. 땅은 한번 잘못 건드리면 고치기 어렵다. 이 점과 관련해 백현유원지 사업 시행과 관련한 우선협상 문제도 지혜롭게 처리될 문제일 것이다.
 
넷째, 잡 월드 추진에서 '행정적 실천단위'와 관련된 문제다. 지금의 성남시 행정능력과 조직체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사업의 추진은 불가능하다. 누구 한두 사람 실무담당자나 박아놓고 보고나 받으면서 일을 치르려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능력 없다고 실토하고 지금 당장 반납하는 게 낮다. 뭉개고 앉았다간 성남시민 아니 이 나라 미래세대에게 민폐만 끼치고 만다.
 
잡 월드 사업은 미래사업이다. 따라서 지극히 어려운 사업이다. 그것은 잡월드의 출발인 공간 조성에서부터 콘텐츠, 각종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에서 전례 없는 사업이다. 노동부가 상당부분 책임을 진다고 해도, 또 성남시가 앞장서지는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그것을 이해하고 따라잡을 만한 ‘파트너쉽’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혁신의 관점 없이는 결코 접근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혁신의 관점과 태도를 가진 인력들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천단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잡월드와의 관계 속에서 성남시의 경제, 사회문화 지도를 다시 작성하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새로운 성남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되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이후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사회문화적인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연간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치면 그 여파가 어떠하겠는가. ‘자기 주도성’의 관점에서 잡 월드와의 연관 속에서 성남시의 경제, 사회문화 지도를 다시 작성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잡 월드의 유치는 큰 예산 들이지 않고도 아주 싱겁게 끝이 났고 이 시장의 말 같지도 않은 헤프닝으로 오히려 성남 유치의 의미를 상당히 깎아먹었다. 그러나 잡 월드의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성남시가 하기 나름이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부터는 시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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