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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전의원, 말이 좀 그렇다

[벼리의 돋보기]시의원이 도토리요?

벼리 | 기사입력 2005/05/30 [00:22]

이윤수 전의원, 말이 좀 그렇다

[벼리의 돋보기]시의원이 도토리요?

벼리 | 입력 : 2005/05/30 [00:22]
지난 5월 6일 민주당 소속 시의원 3명이 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꾸자 민주당에서 왜 즉각적인 반응이 없나 싶었다. 경험으로 치면 이런 일은 바로 대꾸하고 나서는 것이 상례인데 의외의 일이다. 이 윤수 전의원이 좀 바빴다는 지역언론의 전언이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한 이유로 등장했지만 그게 어디 붙일 만한 이유인가.
 
시쳇말로 ‘쪽수’를 따지는 일이 엎어져도 한참 엎어진 정치판에선 꽤 의미있는 터라 민주당의 즉각적 반응의 부재는 민주당의 쇠락을 암시하는 듯하다. 한 때 잘 나가던 민주당이 아니었던가. 지난 해 총선 당시 총선연대의 이 전의원에 대한 공천반대와 그의 낙선, 그리고 최근 일부 시의원들의 탈당 사태로 어찌 시절이 하 수상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이윤수 전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태년의원과 열린우리당의 시의원빼가기'에 대해 공식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성남투데이

아무튼 20여 일이 지난 5월 26일에서야 굼벵이 구르듯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의원의 공식 대꾸가 나왔다. 이 전의원의 메시지는 두 가지로 간추려진다. 우리당과 김태년 의원이 시의원 빼가기를 했다, 당적을 바꾼 시의원들은 민주당 배신자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거리(距離)의 열정'을 발휘해 어디 따져보자.
 
우선 이 전의원, 시의원이 물건이요? 빼가게? 아니 사람이 물건이요? 빼가게?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 이 전의원은 정치적 수사쯤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실은 정말 생각없이 나온 말일 뿐이다. 정치에 대한 근본태도, 사람에 대한 근본태도가 혼재되어 나타난, 그 태도들이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시의원이 뭐 조삼모사(朝三暮四), 조사모삼의 도토리인가? 정치인으로서 같은 정치인을 바라보는 태도가 ‘영 아니올시다’다. 이 전의원은 과연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는 지 의심스럽다. 그것은 권력 크기의 차이인가? 활동장과 기능의 차이인가? 어느 것이 유의미한 것인가? 이 전의원의 말은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시의원을 취급해줄 게 없다는, 깔아뭉개는 어법이다.
 
이런 어법에 열 받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두 가지 오기를 부릴 수 있겠다. 물음의 방식으로 해보자. 첫째 이 전의원, 거 시의원들 거느리고 제왕적 국회의원 노릇을 해왔다는 거요? 둘째, 거 계속 정치를 짜증나게 할 거요? 이런 마땅한 오기는 설령 우리당이 시의원들을 끌어당겼다는 이 전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전혀 영향 받지 않겠다.
 
만약 우리당 시의원이 민주당으로 왔다면 이 전의원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그 때는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닐지 모를 일이다. 역설적으로 빼가기 어법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더하기 수준으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말하자면 정신없이 극과 극을 왔다갔다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상성 내지 평정(平定)에서 일탈된 정치는 흔한 말로는 구태정치다. 비유컨대 제 꾀에 결국은 제가 속아 넘어가는 원숭이들의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 웃긴다. 조삼모사, 조사모삼, 조오모이, 조육모일……. 숫자놀음에 울고 웃는 구태정치, 그 조삼모사의 세계. 그러고도 선거 때만 되면 임금님들 앞에 ‘한 표 줍쇼!’하고 치사하게 표 구걸을 하다니!
 
언론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선정주의에 있듯, 정치의 가장 심각한 병폐는 폭로주의에 있다. 그 폭로가 사실과 합리적인 논증에 근거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라는 점에서다. 이 전의원이 시의원 빼가기를 어필하기 위해 무슨 구차한 말들을 늘어놓았더라? “거절하지 못할 압력”, “매수”, “성남시의 각종 이권 개입” 등등 의혹?
 
거절하지 못할 압력? 설령 압력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쳐도 표현을 보아하니 시의원들이 뭐 꿀릴 게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그들은 비굴하다는 얘기다. 그런가? 그들에게 대놓고 물어볼까? 문길만 의원, 한선상 의원, 홍경표 의원, 뭐 꿀릴 게 있소? 비굴해요? 그래요?
 
매수? 우리네 상식에 매수란 돈이나 그와 유사한 대가 보상으로 사람을 꼬드겨 제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매수당한 사람은 그래서 전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과연 그 시의원들이 매수당할 만큼 인간 이하인가? 돈으로 매수했나? 다음 지방선거 때 시의원 출마 자격을 주었나? 우리당 당헌당규를 보니 그럴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인격과 관련된 이런 막말이 고명하신 이 전의원으로부터 여과없이 나온 것은 누가 봐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이권 개입이라니? 정말 입 밖에 내선 안될 말이다. 거절하지 못할 압력이니 매수니 하는 말은, 그래도 백보쯤 양보하면 우리당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쯤으로 봐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권 개입이란 말은 시의원들이 그런 짓이나 하고 다니는 무리라는 생각 없이는 불가능한 소리다. 거 참, 입이 좀 그러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남의 당에 갔다고 이런 해선 안될 소리를 퍼붓다니? 가기 전까진 그래도 함께 한 사람들 아닌가? 이게 어디 고명하신 이 전의원이 할 소리인가? 깨놓고 말해 누워서 침 뱉는 격이지!

▲ 성남시의회 문길만, 한선상, 홍경표의원이  지난6일 오전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사진왼쪽부터 문길만,한선상,이상선 열린우리당성남시당원협의회장,     ©성남투데이
 
시의원 빼가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걸한 말들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구태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말들을 막 쏟아 내다니! 이 전의원, 참 낡았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례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배웠으면 좋겠다.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것, 제대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왜냐하면 정치인은 다른 누구보다도 말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전의원을 다 비판할 수는 없다. 이 의원의 말에서 들을 만한 소리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당으로 간 시의원들을 민주당 배신자로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일리가 있다. 민주당과 이 전의원으로서는 할 만한 소리다. 이 몫은 당연 해당 시의원들의 몫이다. 당사자들은 정치도리상 답해야 한다. 할 말이 없다면 이 점에 관한 한, 사과하고 끽 소리 않고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을 ‘배신한’ 시의원들은 배신자 소리에도 불구하고 다른 또는 그 이상의 배신을 뛰어넘는 우리당 입당의 사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릇 정치인은 자기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마땅한 근거와 공분(公分)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진솔하기만 하면 된다. 정치가 어디 의리만으로, 일리만으로 할 수 있겠나.
 
이 요구는 우리당으로 간 시의원들을 난처한 지경에 빠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직은 성급한 상투어로 ‘철새’로 매도하지 않음에 당사자들이 유의해주길 바란다. 시의원들은 앞으로 도의원, 국회의원, 시장도 될 수 있는 지역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정치적 성장의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 이런 불편할 수도 있는 기회를 딛고 일어서는 것은 그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전의원이 일리 있는 배신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근거를 민주당과 민주당 당원들이 선거운동을 도았다는 점에 한정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진짜 정치에 짜증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정당의 현실이 아직은 지역에서 시의원후보, 도의원후보를 내보내고 시장후보나 내보는 선거정당 수준이지 막상 당선되고 나서 그들이 지방자치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 협의, 조정하는 지역정당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성남의 어떤 정당도 선거를 뛰어넘는 지방자치 참여에는 별다른 몸을 쓰고 있지 않다. 그만큼 정당들이 지방자치 참여에는 무관심하고 따라서 무능력하다는 얘기다. 오로지 선거운동이나 잘 해서 지역권력 장악에만 눈독을 들일 뿐 지역주민과 더불어 지역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풀고 지역의 꿈을 만드는 일에는 꽝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정당시스템으로는 지역정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없지 않다.
 
제도로서의 지방자치는 굴러가고 있지만, 있으나마나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 무용론'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심지어 지방자치제도가 “온당치 못한 사람들의 이권 추구의 장이 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방자치 부정론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역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실제로 시장이 하는 사업들, 의회에서의 시의원의 발언에는 왕왕 이권개입 여부와 관련된 구설수가 뒤따르곤 한다.
 
제도로서 지방자치의 마지막 보루는 시의회다. 지금처럼 제왕적 시장 아래에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대한 시의원 개인의 열정과 역량에 사실상 전부 의존하는 현재의 의정활동 방식은 보기에도 안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마저도 극히 일부 시의원에 한정되고 있으니. 여기에 의회주의자로서의 신념을 가진 시의원은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예산심의 및 의결, 행정사무감사, 조례 발의 및 제정 등에 걸쳐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시장 이하 시 집행부에 시의회가 역부족일 수밖에! 공무원사회에선 시민의 대표기구인 시의회를 우습게 보는 풍조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이번 공직협 성명서는 이런 불순한 태도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 이로 인한 그 피해는 지금 고스란히 시민사회로 되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이 전의원의 발언에선 젯밥에나 관심 있고 제사에는 관심 없다고 말해도 좋을 선거정당의 부정적 측면들을 많이 확인하게 된다. 아직도 지역정치에 난무하는 이런 낡은 정치적 수사들로 인해 지역정치,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지역정치의 한 몫을 맡고 있는 이 전의원도 여기서의 문제의식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 전의원에게 고깝게 들릴 만한 소리들을 늘어놓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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