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 새로 짓는 것을 깨끗이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주장을 반박하는 반론이 있다. 이 업무를 담당한 한 공직자의 말이다.

“현 시청사는 구시가지 규모에 맞게 지어진 것이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시청에 있어야 할 도시정비사업소, 상하수도사업소가 밖에 나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시의회 보세요. 얼마나 비좁습니까? 시의회가 열리면 공무원들이 복도에 줄을 섭니다.”
“예, 맞습니다.”
“앞으로 사회복지사들도 많이 늘어납니다.”
“그렇군요.”
“판교가 조성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예, 맞습니다.”
“시청 지하실을 사무실로 쓰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시청사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시청사가 포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넉넉이 받아들인다. 그나마 공직사회 내부에서 이런 근거들을 제시하며 일리를 주장하는 공직자도 드물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치게 행정중심적인 발상이 마땅치 않다. 바꿔 말해 시민중심적이지 않은 게 별로라는 판단이다. 수용할 수 있는  그 일리의 ‘차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논거들을 제시하는 그 일리를 수용한다고 해도 시청사 조성사업을 ‘멀티’하게 보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느낀다. 일리는 복잡한 현실에 대한 파악이 없으면 그 자체마저 현실과 '헛돌고 겉돌'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이가 '귀에 꽂히는 말'을 덧붙였다.

“이 업무를 맡지 않았을 때는 왜 시청사를 지어야 하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거 꼭 지어야 되나 싶었습니다.”

화답했다.

“아, 그랬군요. 그럼 제안 하나 하지요. 공직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번 해보시죠. 시청사 짓는 것 동의하는지, 동의한다면 왜 지어야 하는지 말이죠.”

그이의 화답이 나왔다.

“아, 그거 좋은 제안이네요. 내부 전산망을 활용하면 어려운 일 아니죠.”

자리를 일어나면서 불현듯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이 묘안이 떠오른 것은 1983년 10월 5일에 준공된 현 시청사가 당시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튼튼하게 지어진 시청사임을 모르지 않아서다.

(한층 더 올리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