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얼씨구, 춤까지 추고 자빠젼네”

〔벼리의 돋보기〕한나라당 ‘수해골프’를 보는 이런 눈 저런 눈

벼리 | 기사입력 2006/07/24 [04:57]

“얼씨구, 춤까지 추고 자빠젼네”

〔벼리의 돋보기〕한나라당 ‘수해골프’를 보는 이런 눈 저런 눈

벼리 | 입력 : 2006/07/24 [04:57]
“국토가 장대비에 휘둘리고 건설노동자들이 절명의 생존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지난 5·31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압도적 지지와 희망을 받으며 ‘대권’이라는 고지탈환의 기반을 탄탄하게(?) 굳힌 한나라당은 대표 경선을 둘러싼, 해묵은 밥그릇 싸움에 날 세우고 이 와중에서 일부 당직자들은 쏟아 붓는 장대비를 맞으며 시원한(?) 골프 라운딩을 즐겼습니다. 선량이 장대비를 가르며 골프공을 날릴 때, 울진군 온정면 산간농촌 마을의 구십 노인은 장대비에 쓸려가는 콩 모종을 한사코 움켜쥐며 한 포기 한 포기 옮겨 심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이승의 힘을 모두 모아 장대비에 쓸리다 남은 밭 한 귀퉁이에 소중하게 옮겨 심었습니다. 구십 할머니에게 콩 모종은 식구가 한 해 동안 먹을 소중한 양식이었으므로 장대비에 쓸려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만 없었습니다.” (<시민의 신문>, 7월 23일치, ‘구십 할미가 콩 모종을 다시 심는 까닭’중에서)

▲ 사진출처: http://kr.blog.yahoo.com/gounhani     ©성남투데이

인용한 이 기사의 내용은 “말이 과연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는 아주 드문 한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똑같이 주어진 조건 하에서 뚜렷하게 다른 일을 동시에 전함으로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쓴 기자는 글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새겨두고 있는 기자가 아닌가 싶다.

반면 대개의 언론들은 한나라당의 ‘수해골프’가 도마 위에 오르자, 한나라당이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에 그치고 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3일 ‘수해골프’에 대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치다니 정신없는 사람들”이라며 “그 사람들 수해지역에서 자원봉사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단다. 강재섭 대표는 24일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에게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다짐, 일일삼성(一日三省)의 허심, 단사표음(簞食瓢飮)의 자세를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단다.

말은 참 번지르르하다. 그러나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은 당 대표든 대선주자든 이러쿵저러쿵 말하기에 앞서 합당한 조처를 신속히 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차원이란 관점에서는 말은 그 다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그들은 ‘누구 죽이려는 음모’라며 서로를 물어뜯는 내분 양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언론 역시 그들이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에 그치지 말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런 일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이 무엇인지를 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진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언론은 한나라당이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다는 보도에 그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들을 비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결국 이렇게 말하는 한나라당이나, 이를 리바이벌하는 수준에 그치는 언론이나 ‘도낀개낀’이다.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 그 자체다. 이런 말의 가벼움보다는 차라리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풍자가 훨씬 낫다. 오랜 말에 블로그들을 뒤졌더니 한 블로거가 이렇게 썼다!

“물난리에 이 눔덜 보소. 그기 경제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놈들...하필이면 물난리 중에 골프치면서 민생경제를 도와주고 있냐? 에레이...개만도 몬한 눔들...저것들 뽑은 새기들도 다 물난리에 쓸어버릴 개종자들이여...”(http://kr.blog.yahoo.com/gounhani)

이 블로거는 이어 언론에 소개된 수해골프 사진을 올려놓고 이렇게 평했다.

“얼씨구~~ 춤까지 추고 자빠젼네 ㅡ,.ㅜ;;;써”

이 블로거의 짧은 풍자와 촌철살인의 사진평은 재미까지 있다. 거대언론이 비껴가는 현실의 구멍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의미를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긴 이것이 전통적 의미의 언론이나 그들을 닮아가는 인터넷언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블로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주지하는 대로 블로그는 2003년 이후 새로운 미디어로서 인터넷 상에 지배적인 정보공간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펌질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것이 바로 확산의 미학을 가진 ‘펌글문화’가 아니겠는가. 정확하게 찔러서 한나라당 경기도당인가. 지방자치의 ‘지’자도 모르는 그들이, 성남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는 그들이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성남의 시장, 지방의원들의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떠올리면서 말이다.
 
  • ‘남’이란
  • 잘 늙는다는 것
  • 의회독재를 경계한다
  • 플라톤 왈, ‘나보다 못하는 거시기들’
  • 성남의 한계를 씹는다
  • 여기가 섬이다. 자, 뛰어보라!
  • 진정성이 있냐고 물으면
  • 시립병원투쟁 제안?
  •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까
  • 2008년 7월 8일 국치일(國恥日)
  • 촛불이 꺼질 수 없는 이유
  • 박권종의 반란 또는 삑사리의 비밀
  • 조중동만이 조중동?
  • ‘모두의 정치’를 향한 위대한 시작
  • “무당 찾아 굿도 하라고 그래!”
  • 총선, 한나라당에 역풍분다
  • 이명박정부 심판론, 총선 쟁점화
  • 대운하 찬성하십니까?
  • 386, 386정치인을 아십니까?
  • 1% 부자 내각이라니!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