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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반대 오늘은 내꺼?

〔벼리의 돋보기〕오늘 성남에서 공공기관 이전문제란?

벼리 | 기사입력 2006/09/09 [07:08]

어제는 반대 오늘은 내꺼?

〔벼리의 돋보기〕오늘 성남에서 공공기관 이전문제란?

벼리 | 입력 : 2006/09/09 [07:08]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3개 한나라당 광역자치단체장들이 7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이전적지에 대해 건교부장관이 직접 도시관리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건설법 제정안의 관련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 열심히 반대투쟁에 열을 올리면서 정치적 광을 팔던 선거가 끝났나 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제 와서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 권한을 내달라니! 어제는 반대하고 정치적으로 잘도 써먹더니 오늘은 내꺼라며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그래서 활용 권한을 달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진은 올해 초 모란민속시장앞에서 열린 공공기관 수도권이전 반대를 위한 집회에 이대엽 시장이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덕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인천시장, 권영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도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적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은 해당 지자체에 일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관련 조항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음에도 건교부는 이를 미반영한 채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건교부장관이 지자체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한다면 도시공간계획체계가 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공공기관 이전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을 해당 지자체가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도시의 건설적 발전, 지자체의 고유권한, 도시공간계획체계의 와해 등 아주 그럴싸하다. 이 같은 명분들은 다 지역의 자율성을 모토로 하는 지방자치의 취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럴싸하게 보인다.

그러나 김문수가 누구인가. 공공기관 이전 반대의 선봉장이 아니었던가. 수도권만으론 나라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없고 날로 격화되고 있는 세계적 경제전쟁에서 버텨 낼 재간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성장엔진을 단발로 하는 것보다는 쌍발로 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법 아닌가. 김문수는 아직 대권을 잡아보지 않아서인가.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전 공공기관 이전 반대를 장외투쟁까지 벌여가며 정치적으로 써먹지 않았던가. 참여정부의 국가균형 발전정책에 온갖 이유를 달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으며 마침내 지방선거를 통해 이 나라의 지방정부들을 장악하지 않았던가.

열심히 반대투쟁에 열을 올리면서 정치적 광을 팔던 선거가 끝났나 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제 와서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 권한을 내달라니! 어제는 반대하고 정치적으로 잘도 써먹더니 오늘은 내꺼라며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그래서 활용 권한을 달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락없다. “우린 그때그때 달라요!”

그럼 성남은 어떤가. 아류로서 똑같다. 나는 일관되게 나라도 살리고 성남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을 정책적으로 풀어보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시장, 딸랑이 짓을 서슴지 않던 시의원들은 오로지 공공기관 이전 반대라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지 않았던가. 시의회를 정치도구로 삼아 공공기관 이전반대특위까지 만들어 온갖 쌩쇼를 벌이지 않았던가. 그들이 성남의 미래에 의미있게 남겨준 게 대체 뭔가. 그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런 성남시가 선거가 끝난 뒤에는 약삭빠르게 활용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성남시는 최근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공공기관 이전적지 활용방안 검토’라는 문서자료를 통해 이 같은 방향 선회를 명확히 했다. 물론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건설법의 향배에 따라 성남시의 검토내용은 상당히 흔들릴 게 분명하다.

반대에서 활용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여서 한 마디로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이전은 사필귀정이라는 점에서 성남시의 방향 선회는 결과적으로 이 같은 필연성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묻자. 성남시는 뭘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비전제시 능력, 활용방안 마련 능력은 있는가.

옛일을 미루어 오늘을 아는 법. 민선3기에서 성남시의 주요 대형프로젝트들이 좌충우돌하고 실패로 끝난 사례들, 그 우리의 집단적 체험을 감안하면 성남시가 활용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해도 뭘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문제에 직면해선 현재로선 이 시장을 조금도 신뢰할 수 없다. 신뢰할 수 없는 유사한 사례도 있다.

물리적인 의미의 공간적 특성 외에는 도시의 뚜렷한 특성도 없고 특히 자족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당에서 분당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 백현유원지 개발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최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장대훈 대표가 성남시에 대놓고 아예 손도 대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했겠는가. 장 대표의 일침은 성남시가 능력도 없고 사고나 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성남시가 그간 지역경영을 책임지는 자세로 잘 수행해왔더라면, 공공기관 이전문제를 도시의 미래를 위해 정책적으로 잘 대응해왔더라면 이번 7일 건교부를 향해 권한을 달라는 한나라당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주장에 공감도 표하고 최소한 그 판에 성남도 끼어 가자고 감히 주장했을 터이다.

그러나 정책은 없고 너무나 정치적인 한나라당 따라서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한나라당의 태도, 또 이에 덩달이 춤을 추면서 정책대안 마련에는 무능력 그 자체를 드러냈던 성남시의 그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지금은 오히려 건교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누구보다도 지역 우선의 태도를 견지해온 내가 이번 경우 이런 반지역주의적 태도를 드러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뢰할 수 없어서다.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수립하는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 성남시가 그럴만한 비전제시 능력이나 구체적인 방안 수립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성남시로서는 공공기관 이전지 활용방안에 대한 정부계획의 확정이라 볼 수 있는 오는 10월 건교부의 지침이 나오면 이를 참조하면서 활용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미리 분명히 해두는 것이지만 건교부 지침 확정 이후 성남시가 활용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거나 지역사회의 분열로 이어질 그 어떤 야로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지금 구시가지에 난립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고려와 같은 음험한 꼼수가 터럭만치라도 개입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성남시의 무분별한 공공기관 이전지 매입계획 수립(올해 6월에 나온 국토연구원의 ‘공공기관종전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성남소재 6개 공공기관의 매각비용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약 1초266억원에 이른다)이나 비효율적 사용이 심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교부의 지침 확정 이후 이어질 성남시의 도시기본계획 변경안 수립, 공공기관 이전지 활용방안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범시민적인 지혜와 힘을 모으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큰 마당을 펼치기 위해선 화제거리를 성남시가 책임지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화제거리는 성남시 차원의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연구용역을 통해서 도출되어야 한다. 시의회도 이 점을 의정활동을 통해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연구용역은 건교부가 오는 10월 최종 결과를 도출하기로 한 ‘공공기관 종전부지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참조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지 활용문제에서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토픽이 있다. 그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공공기관 이전지가 어떻게 성남을 재생시키는데 획기적인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게 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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