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긴급현안질문이란 무엇인가?

〔벼리의 돋보기〕시민에게 봉사하는 강한 의회를 위하여

벼리 | 기사입력 2006/10/18 [00:05]

긴급현안질문이란 무엇인가?

〔벼리의 돋보기〕시민에게 봉사하는 강한 의회를 위하여

벼리 | 입력 : 2006/10/18 [00:05]
북핵사태가 벌어지자 얼마 전 국회는 3일간의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만사를 젖혀두고 북핵사태를 다루었다. 그만큼 북핵사태는 긴급을 요하는 중요한 국가적 의제였던 탓이다. 긴급현안질문은 대정부질문제도의 하나로 14대 국회에서 도입되었다. 이번에 국회는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국회가 뜨거운 공론장임을 유감없이 국민에게 보여주었다.

원내정당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성남시의회는 이 나라 기초의회들 가운데 정당이 책임지는 지방의회의 선진적인 사례로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남은 과제는 이런 의회 시스템을 의원들이 어떻게 굴리느냐에 있다. 제도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굴리고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의원 역량에 달려 있다. 제도를 부리는 의원들의 역량이야말로 성남시의회의 밝은 장래는 물론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성장을 보장하는 핵심이다.

이런 사례와 관점을 고려해서 성남시의회가 신설한 긴급현안질문제도가 활용되어야 한다. 자주 이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당초 성남시의회가 긴급현안질문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회의 대정부질문제도의 하나인 같은 이름의 그것을 차용한 것이고 이번에 국회가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북핵사태를 비중있게 다룬 것처럼 성남시의회도 그에 걸맞는 사안을 다루어야 함도 분명하다.

따라서 의원들이 과연 이 긴급현안질문제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제도운영의 과제로 떠오른다. 이에 대해서는 특히 원내정당을 선도하는 당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 의원들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긴급현안을 선택하는 몇 가지 척도들을 제시해볼 수 있다.

우선 지금 당장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성 내지 절박성을 고려해야 한다. 긴급현안질문에서 우선 ‘긴급하다’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시정이나 시정이 놓치고 있지만 지역사회로 눈을 넓혀 긴급성을 요하는 의제가 어떤 것인지를 의원이 포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선 노하우보다 노휘치(know-which)의 감각적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의원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긴급하다고 해서 단발적인 사안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발적인 사안은 시 집행부를 상대로 하는 질문 가운데 ‘5분 자유발언’을 이용하면  딱이다. 이 점에서 어느 시기 동안 지속성을 갖지 않는 사안은 긴급현안질문으로서는 부적절하다. 착각은 금물, 아무 질문이나 긴급현안으로 포장했다가 해놓고선 시민사회에 대실망을 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둘째로 현안이어야 한다. 현안이란 의제의 ‘중요성’에 관한 표현이다. 현안이란 곧 다루고자 하는 의제의 의미, 가치, 무게가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요구한다. 쉽게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면 진정한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는 점에서도 현안으로는 부적절하다. 대개는 가령 보건의료, 도시계획, 지역경제 등 분야의 일반성을 바탕으로 하되 특정성이라는 색깔을 갖는 사안이 마땅할 것이다.

현안은 의제의 전모, 이미지가 누구에게나 뚜렷해야 한다. 그 의제가 성립되기 위해 포함할 수 있는 지점들·해석들과 그것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여기에 의제의 면모나 이미지, 구성요소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과 맥락의 변화를 염두에 두는 것은 필수다. 의원은 의제의 안팎을 꿰뚫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상황과 맥락의 변화에 따라 단계를 달리하며 의제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의제를 다뤄야 의원 입장에서는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투자가 곧 회수가 되는 방법이 된다.

셋째로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 하며 그것은 순수해야 한다. 솔직히 5대 성남시의회에 들어와 이루어진 많은 시 집행부를 상대로 한 질문 가운데 왜 했는지, 무슨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를 도대체 알 수 없는 질문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의지와 열정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순수하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뒤집어 말하면 그것은 ‘할 게 없어서’, ‘아는 게 그것뿐이라서’, ‘튀거나 뜨기 위해서’였던 탓이다.

자신을 선출직으로 세워주고 자치권을 위임한 시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유급제 실시로 시민들로부터 봉급을 받는다는 것이 프로로서 일하라는 의미임을 망각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해 잠이 안 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의식적인 것보다 무의식에 잠재된 ‘완장’이 더 깨기 어렵다는 것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음을 덧붙여둔다.

의회가 열릴 때마다 의원들이 긴급현안질문을 적극 활용하고 이를 위해 제대로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의회는 살아 있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발언에 잔꾀를 부리거나 과시의 수단으로 왜곡하거나 고작 시장을 세우지 못하는 대리전의 양상으로 가는 수준이라면 진짜 곤란하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자 유일하게 말을 하는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말한 바 있다. 살아 있는 말을 통해 공론장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해하면 딱이다.

시 집행부가 수행하는 시정은 물론 이를 뛰어넘어 지역사회로 눈을 돌리면 긴급현안이 될 수 있는 의제들은 꽤 있다. 또 잠복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그것을 보지 못하고 찾지 못하는 의원 자신의 무능이 다만 문제일 뿐이다. 암만 잘해도 고작 틔거나 뜨는 수준의 긴급현안질문이라면 그것은 금방 추락하고 만다. 저만 어떻게 해보겠다는 얄팍한 재주부리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조감도를 그리고 제대로 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의원들은 이륙의 과정이 그것이 중력으로부터 이탈하는 힘든 과정임을 체험하고 체감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체험을 해보지 않은 의원이라면 결국 그렇고 그런 의원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프로는 평소 준비하고 쌓아두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야 때가 되면 예리한 칼을 뽑아 한번 쓱싹할 수 있고, 한번 쓱싹해도 시장조차 유구무언으로 가라앉는 칼바람이 인다.

자, 그럼 지역사회의 어떤 문제가 긴급현안인가? 그 문제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을 수 있는 문제인가? 보았는가? 찾았는가? 특히 요즘 바깥나들이에 바쁜 의원나리님들! 귀는 열어두고 계시는가?
 
  • ‘남’이란
  • 잘 늙는다는 것
  • 의회독재를 경계한다
  • 플라톤 왈, ‘나보다 못하는 거시기들’
  • 성남의 한계를 씹는다
  • 여기가 섬이다. 자, 뛰어보라!
  • 진정성이 있냐고 물으면
  • 시립병원투쟁 제안?
  •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까
  • 2008년 7월 8일 국치일(國恥日)
  • 촛불이 꺼질 수 없는 이유
  • 박권종의 반란 또는 삑사리의 비밀
  • 조중동만이 조중동?
  • ‘모두의 정치’를 향한 위대한 시작
  • “무당 찾아 굿도 하라고 그래!”
  • 총선, 한나라당에 역풍분다
  • 이명박정부 심판론, 총선 쟁점화
  • 대운하 찬성하십니까?
  • 386, 386정치인을 아십니까?
  • 1% 부자 내각이라니!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