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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엽시장’인가, ‘이대엽씨’인가

〔벼리의 돋보기〕亡年會로 돌변한 忘年會에서

벼리 | 기사입력 2006/12/25 [21:26]

‘이대엽시장’인가, ‘이대엽씨’인가

〔벼리의 돋보기〕亡年會로 돌변한 忘年會에서

벼리 | 입력 : 2006/12/25 [21:26]
연말이다. 한 해의 끝을 코앞에 두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다. 한 해의 어려움, 시름을 잊자고 갖는 망년회(忘年會)다. 더러 지나친 과음이 문제가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싸움박질도 없지 않지만 대개 사람들은 차분하게 망년회를 갖는다. 망년회를 갖는 뜻은 찝찝한 마음으로는 새해를 좋게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털어버리는 일이 우선 중요하리라. 사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언가 채우려 들고 세우려 들지만 버리는 것,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게 사람들의 삶을 관찰해온 내 판단이다. 지나치거나,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일의 성취를 향해 차분하게 나아갈 수 있는 탓이다.

▲ 이대엽 시장은 시민사회를 향해서, 하다못해 시의회에서조차 왜 시청이전을 하는지 당당하게 제 입으로 말한 적이 없다. 공감을 구하기 위해 설득에 나선 적이 없다.  심지어 시의회에서 조차도...    ©조덕원

최근 지역의 지인들이 갖는 망년회에선 올해 망년회는 망년회(忘年會)가 아니라 망년회(亡年會)라는 비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 훌훌 털어버려야 할 망년회 자리에서 왜 망년회(亡年會)라는 비탄이 터져 나올까. 이유는 이대엽 시장 때문에 구시가지가 망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지인들은 구체적인 이유들을 이렇게 말한다.

“이대엽 시장만 포기하면 포기되는 시청이전은 한나라당 시의원들에 의해서 예산이 밀실에서 날치기로 통과되고 이대엽 시장의 재산관리계획(법의 심판까지 받은 ‘셔블’의 합법화)은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알뜰하게 통과되었다. 구시가지 시민들의 염원인 시립의료원은 여전히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체 이게 구시가지 망하는 판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말 올해는 망할 놈의 망년잔치 한 번 거방지다!”

망년회 자리에서 들려오는, 이대엽 시장과 관련된 비탄조의 얘기들은 이런 것들만 있는 게 아니다.

“중소상권 중심의 상권특성상 구시가지의 성호시장, 중앙시장 등 재래시장과 구시가지 골목골목마다 있는 수많은 동네슈퍼들은 대형유통점 입점으로 싹쓸이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구시가지 주민들의 삶이 붕괴되는 엄중한 사태다. 이대엽 시장은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는 대형유통점 입점 찬성이 압도적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재개발이 투기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도 투기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민영 허용 발언으로 투기바람에 기름을 끼얹는 장본인은 누구인가? 이대엽 시장이다. 하긴 그는 민선3기 내내 재개발 지연과 순환재개발 흔들기로 임기를 다 보낸 바 있다. 구시가지의 중심지로 새롭게 탈바꿈해야 할 1공단지역은 어떤가? 아직도 개발의 방향, 방식은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 최근 시의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청사 이전 예산을 부활하면서 기습적인 날치기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 가운데 그 중심에 이수영 의장과 박권종 부의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예결위원회 예산안 심의에 들어 오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이수영 의장과 박권종 부의장.     ©조덕원

뿐만 아니라 성남시의회와 관련된 얘기들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성남시를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성남시의회를 이끄는 의장이 이수영 의원이다. 이수영 의장은 시민사회에 그간 어떤 메시지들을 던졌는가? 기억되는 게 없다. 의장으로서 무능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게다가 의장으로서 양당 합의 없이는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잡지 않겠다던 그가 양당 합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진입 시도에 앞장 선 것은 상징적이다. 과연 성남시의회를 이끄는 수장 맞는가? 그의 의장으로서의 권위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박권종 부의장은 어떤가? 시청이 이전되는 여수동에 부동산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시청이전을 위한 표결에 참여하며, 어떻게 밀실 날치기 통과를 총지휘할 수 있는가? 결국 이대엽 시장처럼 자신의 재산관리계획을 통과시킨 게 아닌가? 어떻게 시의회의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권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욕설을 버젓이 회의석상에서 늘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누가 그를 부의장으로서 아니 공인으로서 대접할 수 있을까?”

지인들은 “민선3기 이래 구시가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 부재로 시름시름 망해가고 있는 구시가지에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시작을 연 것이 시청이전”이라는데 공감을 나타낸다. “시청을 구시가지에 빼내어 분당 옆에다 대궐 같은 새 시청사를 짓자는 게 망해가는 구시가지에 폭탄을 터뜨린 게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얘기들이 거침없이 망년회 자리에서 쏟아져 나온다. 구시가지의 어제를 살아오고 구시가지의 내일을 걱정하는 지인들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망년회는 어느 새 망년회(亡年會)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누군가 “이건 망년회(忘年會)가 아니라 망년회(亡年會)야!”라고 말한 것이다. 망년회(亡年會)로 돌변해버린 망년회. 지인들의 비탄은 자연스럽게 이대엽 시장에 대한 성토로 거침없이 이어진다.

“이대엽 시장은 과연 성남시장이 맞는가? 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가? 구시가지 망하는데 앞장서는 시장이 과연 시장인가? 이대엽 시장은 구시가지 출신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구시가지를 배신한 게 아닌가? 그는 성남시장임을 스스로 내던진 게 아닐까? 어떻게 그를 성남시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에게 더 이상 이대엽 시장이 아니라 그냥 이대엽 씨로 불러야 마땅하다.”

그렇다. 이대엽 시장이 아니라 그냥 이대엽 씨다. 하긴 그는 시민사회를 향해서, 하다못해 시의회에서조차 왜 시청이전을 하는지 당당하게 제 입으로 말한 적이 없다. 공감을 구하기 위해 설득에 나선 적이 없다. 그의 시장으로서의 권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이 망년회(亡年會)로 돌변한 망년회의 결론이다. 지인들의 상처는 오래토록 아물지 않을 것이다. 구시가지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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