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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벼리의 돋보기〕시의원 삼보일배, 어떻게 볼까?

벼리 | 기사입력 2007/01/02 [21:22]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벼리의 돋보기〕시의원 삼보일배, 어떻게 볼까?

벼리 | 입력 : 2007/01/02 [21:22]
불가에서 삼보일배란 세 걸음을 걸으며 땅바닥에 오체투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삼보(三寶:佛·法·僧)에 귀의하는 것인가? 곧 한 걸음에 부처에, 두 걸음에 진리에, 세 걸음에 부처의 삶을 사는 이들에 귀의한다는 뜻인가? 또는 삼혹(三惑:貪·嗔·癡)을 지우는 것인가? 곧 한 걸음에 탐욕을, 두 걸음에 집착을, 세 걸음에 무명(無明)을 버리겠다는 뜻인가? 단지 불가의 수행법인가?
 
▲ 열린우리당 성남시의원들이 시청사 이전 예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남한산성 입구에서부터 시청앞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조덕원

삼보일배란 그런 것이 아니다. 거울같이 맑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부처요, 순간순간 맑은 마음을 내는 것이 진리요, 그 맑은 마음이 안팎으로 걸림이 없어야 부처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서는 탐욕, 집착, 무명과 같은 욕망들을 버리고 마음이 지어낸 그 욕망의 분별마저도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삼보일배다.

‘물을 마셔봐야 찬지 따듯한지 스스로 알 수 있다(人飮水冷暖自知)’고 했다. 삼보일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것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그 뜻을 헤아릴 수도 없다. 누구든 함부로 말하는 것은 다만 주둥이질이요, 무엇이든 함부로 헤아리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삼보일배는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쉽게 헤아릴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난 해 마지막 날 시민들과 함께 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삼보일배는 성남지방자치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 삼보일배에는 일념(一念)이 배어 있다. 그 일념이 ‘시청 이전 저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념이 만념(萬念), 만념이 일념’이라고 했다. 그 삼보일배에는 오로지 시청이전 저지라는 한결같은 마음이 담겨 있고, 그 마음의 전부가 시청이전 저지일 뿐이다.

우리들 앞에 다가온 그들의 삼보일배는 그 누구도 우리 삶의 터전인 성남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위대한 상징이다. 일념이 만념이요 만념이 일념인 시청이전 저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기독교인들을 비로소 기독교인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말이나 생각이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곳을 상징의 힘은 도달한다. 위대한 상징은 위대한 힘을 낳는다.

삼보일배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회에서 한나라당의 밀실 날치기 통과를 막지 못한 속죄의 속깊은 마음을 냈을 것이다. 삼보일배마다 시민과 함께 성남 구시가지를 죽이는 시청이전을 저지하겠다는 굳은 다짐도 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그들의 삼보일배는 저항과 순수한 마음의 일치, 정치와 순수한 마음의 일치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해 마지막 날 거리에서 그들의 삼보일배를 지켜본 시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그들의 삼보일배를 전하고 나누게 될 것이다. 동시에 그들의 삼보일배의 정반대 편에 시장의 무모함, 그의 위험함에 대해서 똑똑히 말하게 될 것이다. 시청이전은 그가 포기하면 100% 포기되는 그만의 사업이 아니던가.

아마 수많은 시민들이 시청 앞 광장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그날 시청이전 포기를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동시에 시장의 책임도 엄중하게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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