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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 시장은 없다

〔벼리의 돋보기〕이대엽, 시장 맞냐?

벼리 | 기사입력 2007/01/24 [03:17]

성남에 시장은 없다

〔벼리의 돋보기〕이대엽, 시장 맞냐?

벼리 | 입력 : 2007/01/24 [03:17]
23일 시립의료원 설립추진위 회의가 열리자마자 이대엽 시장은 의례적인 인사나 하고 쏙 빠져나갔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시장으로서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며 들을 것은 듣고 거를 것은 거르고 또한 당당하게 제 견해도 밝히면서 시립의료원 설립을 둘러싼 담론을 이끌어야 할 소임을 포기한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란다. 중요한 일이 있다니? 시의원, 시민운동가들이 단식농성까지 하는 지경에 지금 성남에서 시립의료원 설립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가. 더구나 그것은 시장 연임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준 이 시장의 정치적 담보물이 아닌가. 마땅히 시장된 자로서 성실하게, 앞장서서 나서야 할 사안 아닌가.
 
▲ 성남시의료원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대엽 시장은 자신의 공약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급한사정으로 인해 인사말만 낭독(?)한채 자리를 떠 눈총을 샀다.     ©조덕원

이날 다른 지역언론에는 이대엽 시장이 대권행보차 성남에 온 박근혜와 자리를 함께 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지역언론에 이날 시장으로서 그가 한 일이라고 보도된 이 사실은 시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소임을 포기한 사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도대체 성남을 이끌어 가야 할 시장 맞냐.

때문에 시장의 그간의 행태를 유심히 지켜봐온 언론의 입장에서도 그를 의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이날 그가 보여준 시장으로서의 소임 포기행위에 대해 여기저기서 “시장이 개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갔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그냥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명색이 국회의원을 세 번 하고 시장을 두 번 하는 정치인이라면 기본은 있을 것이다. 설령 식견이 부족하다고 해도 최소한 당당함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설령 그간 이 시장의 과오에 대한 질책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피하지 않는 여유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추진위는 이 시장에게 전혀 불리할 게 없는 자리다. 이 시장이 만든 자리이고 따라서 경향적으로나 수적으로나 이 시장에 맞추어 만든 자리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양적으로는 이 시장의 과오를 질책하는 소리보다 이 시장을 추켜세우는 소리가 훨씬 많은 자리다.

시장이 도망갔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그가 소임을 포기한 것은 그를 질책하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당당하지 못하다, 비겁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지만 그를 추켜세우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반길 만한 모습이 아니다.
 
▲ 이대엽 시장을 대신해서 회의를 주재한 최홍철 부시장 이날 크게 실언을 했다. “성남시가 시립의료원 설립의지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틀렸다.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 임기 내에’ 시립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이것이 이 시장이 시민에게 약속한 시립의료원 설립공약의 정확한 의미다.   ©조덕원

결국 이날 자리는 최홍철 부시장이 대신했다. 늘 시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물론 공인으로서의 언어구사능력조차 의심받는 이 시장을 대신한데다가 결코 쉬운 자리도 아니었으니 그 부담과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크게 실망했다. 두 가지 과오를 지적한다.

최 부시장 말마따나 고견을 듣기 위한 자리라면서 왜 ‘발언의 질’을 구하지 않고 ‘발언의 양’을 구했는가. 3분씩 순서대로 돌아가며 발언케 한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다분히 형식적인 의사진행 방식이지 자신이 밝힌 바 고견을 듣기 위한 방식이 결코 아니다. 최 부시장의 가장 큰 과오다. 의도는 분명하다. 소수를 다수에 가두려는.
 
심의 및 자문 안건으로 왜 부지문제만을 다루었는가. 부지 뿐 아니라 재원조달, 의료원 건립규모 및 의료수준,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 등 담당과장이 보고한 여러가지 안건들이 있었다. 왜 다른 안건들은 다루지 않고 일방적으로 파장시켰는가. 골치 아픈가. 그것은 행정수장으로서 문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는 섬약한 모습일 뿐이다.

덧붙여 한 마디 더 해두자. 최 부시장은 크게 실언을 했다. “성남시가 시립의료원 설립의지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틀렸다.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 임기 내에’ 시립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이것이 이 시장이 시민에게 약속한 시립의료원 설립공약의 정확한 의미다. 한 마디 남기자.

‘성남에 시장은 있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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