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차이, 이견에 꽉 막혀서야

〔벼리의 돋보기〕한나라당, 변할 수 있을까

벼리 | 기사입력 2007/03/07 [21:30]

차이, 이견에 꽉 막혀서야

〔벼리의 돋보기〕한나라당, 변할 수 있을까

벼리 | 입력 : 2007/03/07 [21:30]
시의회에서 지금 한나라당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일은 의아스럽다.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 그들은 걸핏하면 별 내용도 없이 ‘당론’이라며 ‘표결처리’를 내세운다. 먼저 끓는 게 빈 냄비라더니.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인 깨인 시민으로서나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답게 제 주견을 밝히고 상대 의견을 경청하고 차이와 이견을 논쟁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는다. 논의 자체를 모르고 시의회가 논의의 장임을 무색케 한다.

▲ 성남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 변할 수 있을까? 사진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회 자료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는 모습.     ©성남투데이

실명을 거론해보자. 행정기구 개편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초선 남용삼 의원은 소속 상임위인 자치행정위에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용감하게도(?)’ 표결처리를 내세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당 소속 상임위원장 이상호 의원이 이를 얼씨구! 하고 받은 것은 물론이다.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이해될 만하다. 시 집행부와 사전조율이 짐작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행정기구 개편문제는 엄하게 따져야 할 핵심쟁점이 있다. 요약하면 첫째 높은 자리 늘리기가 눈에 띈다. 이 시장에게 줄선 공무원들의 우선 독차지가 될 우려가 높고 따라서 능력있는 공무원들과는 거리가 있다. 행정기구 개편을 서둘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두를수록 능력있는 공무원들은 손해를 본다. 시장권력 붕괴위기에 처한 이 시장에겐 레임덕 우려 및 차후 지역에서의 사회적 지위 보장 등 이해관계 노림수를 따져볼 수 있다.

또한 행정기구 개편은 직접적인 대민행정 강화 측면에서 확대해야 할 구청, 동을 줄이고 대신 정책기능 중심인 시청을 확대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행정의 변화 추세에 맞지 않는 잘못된 것이다. 일선 구청, 동에서 “거꾸로 간다”, “시청에서 다 해먹는다”는 볼 멘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기구 개편문제를 고민해본 자부심 있는 시의원이라면 이런 핵심쟁점들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도 자치행정위에서 남용삼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도적으로 표결처리로 몰고 갔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퇴장으로 저항했다. 그저 믿는 것이라곤 숫자놀음이니까. 한나라당 의원들로 인해  이미 시의회는 냉철하게 논의하고 그런 논의를 통해 시의회의 의지를 결정하는 곳이 아닌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빈곤한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통법부로 전락된 셈이다.

행정기구 개편문제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개인적으로 그들이 실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의원의 기초자질이자 기본의무인 공부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본질에선 자신이 없고 나약한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가 정치적인 성장과 미래를 담보할 보증수표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믿고 기댈 것이라고는 숫자놀음이며 당론이라는 허울뿐인 알리바이나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행태는 시청이전문제, 박권종 의원문제 등 다른 중요 사안들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 정치는 ‘패거리정치(cronyism)’라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패거리정치는 정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 비판받는다. 그것이 유지되는 것은 제대로 논의하거나 시비를 가리지 않고 감추고 무마하고 얼렁뚱당 넘어가려는 의식과 태도가 지배적일 때다. 따라서 그 자질과 실력, 인정받는 정당한 힘에서 한나라당은 형식적인 1당일 뿐 내용적인 1당은 결코 아니다.

내가 보기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념과 정책이 서로 맞거나 비슷해서 한나라당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패거리정치를 통해 서로 맞거나 비슷할 뿐이다. 더구나 이 동질성, 유사성도 따지고 보면 당적이지 않은 이해관계를 바탕에 깔고 있어 일시적이며 봉합적이며 분파적이다. 이 점은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들은 이념적, 정책적 동질성을 확인하거나 지역현안에 대한 문제의식과 논리를 공유하는 모임이 잦다.

교섭단체 등장으로 지역정치가 활성화되고 시민사회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특히 장내·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그렇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주도의 지역정치는 올해 대선이 있고 이 시장의 시장권력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강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정세의 주도적인 힘이 될 것이다. 물론 대선에서도 생기있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변해야 한다. 변화의 요체는 차이, 이견에 꽉 막혀있고 무기력한 현재의 모습에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에 있다. 특히 교섭단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한나라당 내 일부 시의원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그 변화를 보여주고 주도해야 한다. 현재와 구조가 전부가 아니다. 당을 주도하는 의지와 능력도 발휘해야 하며 상대를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대권을 장악할 것 같은 현재의 전국정세와 마찬가지로 신뢰는커녕 불신을 확산하고 있는 현재의 지역정세도 한나라당에 독이다. 무너질 땐 일거에 무너지는 법이다.

냉혹한 현실정치에서 변화란 변화를 거부하는 자를 거세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로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누가 성남의 다수당이며 누가 지역권력을 장악하느냐가 아니다. 그것은 대칭적이든 비대칭적이든 질적인 정치적 균형이다. 그것이 좋은 지역사회, 안정된 지역사회로 가는 첩경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지역정치에서 한나라당은 턱없이 빈곤하고 무책임하고 무기력하며 종종 반시민적이다.


 
  • ‘남’이란
  • 잘 늙는다는 것
  • 의회독재를 경계한다
  • 플라톤 왈, ‘나보다 못하는 거시기들’
  • 성남의 한계를 씹는다
  • 여기가 섬이다. 자, 뛰어보라!
  • 진정성이 있냐고 물으면
  • 시립병원투쟁 제안?
  •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까
  • 2008년 7월 8일 국치일(國恥日)
  • 촛불이 꺼질 수 없는 이유
  • 박권종의 반란 또는 삑사리의 비밀
  • 조중동만이 조중동?
  • ‘모두의 정치’를 향한 위대한 시작
  • “무당 찾아 굿도 하라고 그래!”
  • 총선, 한나라당에 역풍분다
  • 이명박정부 심판론, 총선 쟁점화
  • 대운하 찬성하십니까?
  • 386, 386정치인을 아십니까?
  • 1% 부자 내각이라니!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