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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엽 시장, 지나치게 가볍다

〔벼리의 돋보기〕일화 전용축구장이라니?

벼리 | 기사입력 2007/03/27 [13:02]

이대엽 시장, 지나치게 가볍다

〔벼리의 돋보기〕일화 전용축구장이라니?

벼리 | 입력 : 2007/03/27 [13:02]
이성 중심의 사고에서는 종교와 스포츠가 분리된다. 가령 일화축구단은 일화라는 기업의 축구단일 뿐이다. 여기서 일화는 그냥 기업일 뿐이며 통일교 관련 기업으로는 간주되지 않는다. 일화축구단의 구단주도 일화축구단을 운영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가 설령 통일교의 실세라고 해도 그냥 구단주일 뿐이며 통일교 관련 인물로는 간주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가 이성을 필요로 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는 것은 세상을 판명하게 보기 위해서다. 이성 중심의 사고가, 그러나 다는 아니다. 그와는 다른 사고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탈근대적인 발상을 가진 사고들이 대개 그렇다. 탈근대적인 사고는 이성 중심의 사고가 지닌 판명한 분별의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분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분법은 이항대립의 한 축에 힘을 부여한다. 자연 다른 한 축은 억압되는 것이다. 나가 아닌 너가 되고, 이 때 너는 나와 공존할 수 있는 너, 나를 나로 있게 하는 너가 아니라 물리쳐야 할 너 곧 남이 되는 것이다. 나와 너가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나와 너는 나와 남이 되는 것이다. 이분법이 극복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면서 저것이다. 삶이 곧 죽음이며 죽음이 삶이듯 양가적이라는 얘기다. 어느 한 축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 의미 자체가 다중적인 경우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시인 랭보는 자신이 또 하나의 너임을, 자신의 정신적 무질서가 신성한 무한자에 결부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말을 하는 의식보다 의식 저편의 무의식이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종교적인 사고 역시 이성 중심의 사고와 다르다. 더구나 그것은 사고에 머물지 않는다. 신앙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속적인 인간의 삶을 보충하고 보완한다. 세속적인 인간의 삶을 탈세속적인 어떤 것으로 바꾸려 든다. 세속적인 삶에서 오는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 보다 완전한 삶을 가능케 한다. 그래서 역사상 종교가 현실을 극복하는 일은 많았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성남에는 기독교인들이 많다. 이들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를 신앙하는 시민들이나 종교를 신앙하지 않는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성남의 시민들이다. 이들은 성남시민의 절대적인 수를 차지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일화축구단을 성남축구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일화축구단을 그냥 일화라는 기업의 축구단으로, 일화축구단의 구단주를 그냥 일화축구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 기독교인들은 일화축구단을 통일교 관련 기업의 축구단으로, 일화축구단의 구단주를 통일교 관련 인물로 먼저 본다. 통일교라는 종교를, 그 칼라를 우선 보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일화축구단을 성남축구단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화축구단은 성남축구단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일화축구단이 성남에 연고지를 마련하고 성남이란 이름을 쓰고 있고 성남을 홍보하고 있으며 성남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모든 성남시민들에게 성남시민의 축구단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다.

성남이 축구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름아닌 ‘시민화합’을 위해서다. 성남시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일화축구단을 성남축구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은 일화축구단이 시민화합에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런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성남의 기독교인들이 통일교라는 종교색이 연상되지 않으면 된다. 그것은 일화축구단에서 연상되는 통일교라는 종교색을 빼거나 아니면 일화축구단이 아닌 다른 축구단이 성남축구단이 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성남일화축구단이 아닌 ‘성남축구단’으로 이름을 개칭할 필요가 있고, 통일교 관련 인물인 구단주가 전문축구인이거나 전문경영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이대엽 시장이 해야 할 일은 성남축구단을 만드는 일이다. 일화축구단은 아직은 충분히 성남축구단이 아니며 충분히 시민화합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해야 할 일은 일화축구단에 무엇을 퍼주는 일이 아니다. 일화 전용구장은 오히려 시민화합을 해친다. 이 점에서 일화축구단에 전용구장을 만들어주려는 움직임은 재고되어야 한다. 기독교인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대엽 시장은 지나치게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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