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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님, 성군이 되십시오”

〔벼리의 돋보기〕이대엽 시장 항소심 재판 관람기

벼리 | 기사입력 2007/04/04 [10:48]

“이 시장님, 성군이 되십시오”

〔벼리의 돋보기〕이대엽 시장 항소심 재판 관람기

벼리 | 입력 : 2007/04/04 [10:48]
4일 서울 고등법원 302호 법정에서 진행된 이대엽 시장 항소심 재판을 시종 지켜봤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재미있는 광경 하나. 변호인석에 앉아 있던 변호사가 방청석에 이 시장 친인척 중 실세로 널리 알려진 피고인 이모 씨가 들어와 앉자 “보좌관님!”하며 다가가 말을 건네더군요. 하긴 일부 성남시 공무원들이 이모 씨에게 서슴없이 “보좌관님!” 하는 것을 몇 번 본 일도 있고 그래선 안 된다고 제가 지적한 적도 있긴 하지요.

그런 변호사가 펼치는 이런저런 내용의 변론, 그리고 재판 내내 단정한 자세로 나란히 피고인석을 지키고 있던 이모 씨, 이 시장의 마지막 진술을 차례로 듣고서는 세 사람의 발언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처를 절절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 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인 성남지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인 벌금 2백만원을 선고받은 이대엽 피고인이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첫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는   모습.  ©조덕원

변호사는 변론에서 이 시장이 당선무효형을 받게 되면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지난 시장선거 당시 상대후보를 월등한 표 차이로 눌렀다는 점, 추진하는 시정업무가 많아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마무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선처의 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모 씨는 이 시장이 시장선거 당시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로 선거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일을 무엇 때문에 했겠느냐고 고의성이 없음을 논거 삼아 이 시장이 성남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변론했습니다.

이 시장은 “마지막 한 번 더!”가 선처의 논거였습니다. 이는 그가 수도 없이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불변의 멘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시장은 “마지막 한 번 더 봉사하고 죽을 수 있도록 선처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에 앞서 이 시장은 자신이 “사욕도 사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진술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보면 이 시장은 마지막 한 번 더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재판부의 선처를 간곡히 호소한 것은 자신이 사욕도 사심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논거를 놓고 보면 변호사, 이모 씨는 모두 이 시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상대후보를 이긴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논거에 대해서는 시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 선거는 지방선거가 아니라 대선, 총선을 방불케 하는 선거였습니다. 따라서 과연 당시 선거가 성남지방자치의 어제를 평가하고 미래를 염려하는 지방선거다운 선거였느냐, 그런 평가를 내리고 숙제를 푸는 자리였느냐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공약을 발표한 것은 이 후보가 아니었다는 점, 이 후보가 “청와대에 한나라당 깃발을 꽂자!”고 상식 밖의 선거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날린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경기도당이 이 시장을 다시 공천하자 공천심사위원이던 임태희 의원이 공천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사퇴의사를 밝혀 큰 파문이 일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이 후보가 언론을 기피해왔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변호사나 이모 씨가 이 시장이 압도적인 표차로 상대 후보를 누른 후보라고 주장하기에는 당시 시장선거가 이 후보를 성남시장감으로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선거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방선거가 지방선거다워야 하며 성남에서의 지방자치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건강한 성남시민들의 사고에서는 변호사나 이모 씨의 논거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사욕도 사심도 없는 사람이라는 이 시장의 논거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됨됨이에 대해서 내세울 수는 있습니다. 하긴 이즘 세상이 자기PR 시대라는 말도 공공연히 하는 세상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 논거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법정의 이 피고인이 시장으로 있는 성남시가 지금까지 수없이 특혜의혹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 친인척 관련 특혜의혹 역시 되풀이해서 터져나왔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의 됨됨이를 놓고 말해도 정말 사욕이 없고 사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남에게 사욕이 없다, 사심이 없다 내세우지 않습니다. 된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됨됨이에서 우러나오는 향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향기는 자신이 내세워서가 아니라 남이 맡아서 아는 향기입니다. 차원을 달리하면 자신의 됨됨이를 남에게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경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물며 시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몸무림치는 법정에서야.

마지막 한 번 더 봉사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됨됨이가 아니라 차라리 자신의 시정수행 능력을 내세웠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내세운 됨됨이와 마지막 봉사의 실체인 시정수행 능력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이죠. 리더가 요구받는 우선적인 덕목은 능력이며, 됨됨이는 도덕군자가 아닌 상식적인 시민의 수준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한 마디로 핀트가 빗나갔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이 시장이 과연 성남지방자치호를 이끌만 한 시정수행 능력이 있는지는 큰 의문이죠. 굳이 우리가 알고 있고 확인한 그 숫한 사례들을 들지 않아도 말이죠.

재판부의 선처 호소에서 느껴지는 것은 이 시장의 몸부림, 바로 그것입니다. 그 몸부림은 그 누가 보더라도 절절한 것입니다. 그 절절함만큼은 인정하겠습니다. 따라서 그 절절한 몸부림만큼이나 성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이 시장의 간곡한 호소 그대로 시장으로서 마지막 한 번 더 봉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시장이 성남의 성군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이 시장은 새겨둬야 합니다. 시장직을 유지하든 유지하지 못하든, 앞으로 시민사회로부터 사욕과 사심이 없는 사람으로 꼭 평가받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한 번 더 봉사라는 그 불변의 멘트대로 그에 걸맞는 실체로서 시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시정수행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 시장은 언제까지 시장을 할 수 있냐에 상관없이 역대 민선시장들의 최후가 시사하듯 시민들의 자존심에 또다시 상처를 가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재판이 끝나고 나오는 길. 이모 씨와 마주쳤습니다. 이모 씨의 “4월 18일 결정난다”는 말에 이 시장의 예의 어법을 그대로 인용해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화답해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장이 그의 절절한 몸부림대로 마지막 한 번 더 봉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늘의 뜻입니다. 이것은 4월 18일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성남시민으로서 이 시장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양쪽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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