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이 한나라당에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 화살에 달린 꼬리표는 ‘못 믿겠다, 한나라당’. 원내 제1당으로 실질적 여당이라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한나라당의 독주에 유권자들이 불신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대선 축소판인 4·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수도권, 충청, 호남 패배가 전하는 메시지는 정확히 이것이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의 신화가 깨진 것은 매번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어온 ‘노무현정권 실정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은 그간 노무현정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나 기대온 정당이라는 것. 그간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한나라당 지지가 ‘한나라당발’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대선을 통해 노무현정권 실정론이 노무현정권 심판론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대선 3수를 면하기 위해서는 수권능력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이번 4·25 재·보선에서 보여주듯 한나라당은 돈 공천 의혹 및 무소속 후보 매수 시도사건,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 의혹 등 구태정치, 부패정치 이미지를 되풀이하고 만 것이다.

60%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재·보선 선거 지원유세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선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 선택의 장이라는 점에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따로 유세’는 그야말로 한편의 ‘코미디’.  이 같은 대선주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보는 한나라당이 과연 공당인지, 수권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게 했다. 대선주자들의 높은 지지율에 끼인 거품이 앞으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반적인 선거에 비해 재·보선이 통상 낮은 투표율을 보이게 되는 이면에는 재·보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일반적인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에 비해 확실하게 자신의 뜻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기획투표자’라 부를 만하다. 이 점을 재·보선 결과가 전하는 메시지와 연결지어 판단하면, 이번 재·보선은 한나라당으로서는 깊은 반성과 고민을 요구받는 선거임에 틀림없다.

4·25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이 스스로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이 높은 지지율에 호응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능력 개발과 구태정치, 부패정치 청산에 나서지 않는 한, 향후 대선 결과는 보다 구체화되고 공고화될 ‘반한나라당전선’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재·보선이 의미상 반한나라당 전선 개념으로 치러진 선거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나라당이 세 확장을 거듭해온 수도권과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에서 치러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를 누른 것에 대해 이 지역출신 원희룡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공천을 잘못한 데 대한 응징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한 대로다.

이훈구 전 양천구청장이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됐다가 검정고시 대리시험으로 중도낙마한 데 따른 지역주민의 심판이 주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의 공천 실패에 대한 풀뿌리들의 반란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이 같은 반란이 서울 양천구가 중산층 이상이 사는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으로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성남(분당)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이대엽 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 여하에 따른 성남시장 재선거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성남시장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거듭되는 실정과 폭정,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도덕적 문란, 그리고 연이은 선거법 위반의 당사자인 이대엽 시장을 공천한 한나라당의 공천 실패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설령 성남시장 재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대엽 시장 퇴진운동 차원에서든 다음 민선5기 성남시장 선거 차원에서든 어느 당을 막론하고 ‘이대엽 청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가 역대 성남의 민선시장 중 최악의 시장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