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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진행중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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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진행중인 역사’

〔벼리의 돋보기〕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민노당

벼리 | 기사입력 2007/08/07 [02:42]

5·18은 ‘진행중인 역사’

〔벼리의 돋보기〕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민노당

벼리 | 입력 : 2007/08/07 [02:42]
“5·18 광주는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이다. 당시 시민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자들은 제대로 반성조차 않고 있다. 광주시민들의 처절한 희생 위에 꽃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명박 후보는 역사를 책임질 자격이 아예 없음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양승조 의원의 6일자 논평의 일부다. 이는 5일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불모지’ 광주에서 광주지역 지역언론들과 가진 공약발표 간담회에서 5·18 광주민중항쟁을 ‘5·18 사태’, ‘광주사태’라 지칭한 데 따른 것이다. 논평 취지에 공감한다. 이 논평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5·18 광주는 여전히 진행 중인 역사’라는 진술이다.

아마 동질적이고 공허한 시간이라면 역사는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연속성의 폭파, 도약과 같은 이질적이고 충만한 시간이 없다면 역사는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역사는 발전이나 진보가 아닌 ‘단절’이다. 이 점에서 역사는 발전이나 진보의 연속이 아닌 단절의 연속이 주목되어야 한다. 단절이 강하면 강할수록, 단절의 연속성이 오래이면 오래일수록 역사는 진행형이 된다. 역사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함께 더불어 숨 쉬는 것이다.

‘5·18 광주는 진행 중인 역사’라는 진술에서 광주 앞에 5·18이라는 기호가 붙은 점은 주목될 필요가 있다. 이 기호는 80년 5월 18일에 일어난 광주민중항쟁이 ‘진행 중인 역사’라는 표상하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즉 ‘5·18’은 시계처럼 흘러가버린 시간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 또는 역사의식의 기념비와 같은 것이다. 이 나라에서 만든 달력에 ‘5·18’이라는 기호가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으로 기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태’는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았던 ‘학살자’가 쓰던 용어이며 당시 광주에서 반란군들이 자행한 천인공노한 ‘학살’에 침묵하던 언론이 쓰던 용어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반란군들의 용어를 그대로 쓴 것, 당시 침묵으로 군사쿠데타 세력과 공모한 언론의 용어를 그대로 쓴 것은 그에게 5·18은 ‘흘러가버린 시간’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에게는 역사가 진행형이라는 명제는 전혀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사태’ 발언이 문제되자 이 전 시장측에서는 “별 뜻 없이 나온 표현”이라고 변명했다. 우리가 무슨 지들 놀이개감인 줄 아나. 별 뜻 없이 나온 표현이라는 것은 ‘무마용’이며 이 점에서 ‘위선’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5·18 광주민중항쟁을 현재와 미래 속에서 그 의미를 구체화·풍부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양 의원의 논평에 나와 있듯 당시 시민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린 자,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한 자들을 확증해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야 할 청산의 의무도 있다. 이런 의무에 비쳐보면 이 전 시장 측 해명은 참으로 놀랠 노자다.

이 전 시장 발언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논평은 어떤가. 민주노동당은 “누가 보아도 '별 뜻 없이 나온 표현'에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라고 조롱했다. 이 전 시장이 ‘역사의식이 결여된’ 대선후보라는 의미에서다. 실제 논평에 이 전 시장에게 “대통령을 하고 싶어 하는 이 땅의 처절한 역사에 대해 공부와 성찰부터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별 뜻 없이 나온 표현'에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틀렸다. 역사를 흘러가버린 시간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 전 시장의 발언은 특정한 역사관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지금 문제 삼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일부 언론에서 이 전 시장의 이런 류의 발언을 두고 ‘말실수’로 치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논평을 끄집어 올려 문제 삼는 것은 그것이 단지 논리적으로 ‘군중심리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해서만은 아니다(우리는 결코 떼거리가 아니다!). 그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란 표현이 담고 있는 발상이 문제인 것이다. 이는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용납될 수 없다는 ‘동일성의 철학’을 배경으로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일성의 철학의 실천적인 의미는 창조와 힘의 원천인 차이를 배제와 제거, 대립으로 말살하는 ‘적대의 정치학’이 아닌가.

이 전 시장의 ‘5·18은 사태’라는 발언은 크게 주목되어야 한다.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의 ‘5·16은 구국혁명’이라는 발언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그녀의 비틀린 역사관(일부 언론에서 우편향의 역사관이라 표현한다)이 많은 유권자들에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대선과 관련해서는 그녀의 ‘아킬레스건’으로 인지되고 있지 않은가. 이 전 시장의 발언도 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이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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