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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와 같은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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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와 같은 ‘가족’입니다

〔벼리의 돋보기〕 김경준씨 가족을 생각한다

벼리 | 기사입력 2007/11/25 [07:33]

그들은 우리와 같은 ‘가족’입니다

〔벼리의 돋보기〕 김경준씨 가족을 생각한다

벼리 | 입력 : 2007/11/25 [07:33]
얼마 전 이 나라의 철학자들이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시민의 양심선언을 지지하며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폭넓은 사회적 제안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철학자들은 우리를 향해 “우리 사회와 국가는 한 시민의 양심을 알아볼 능력도 없는가?”라며 절규했었습니다. 하늘이 무심치 않았습니다. 마침내 23일 국회에서 ‘삼성 특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초국가적인 범법집단인 삼성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진 것이죠.

당시 철학자들은 그들의 심사를 이렇게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이라는 국가권력 담당자들이 자기 인생을 걸고 삼성제국의 거대한 비리를 짚어낸 한 인간의 양심을 알아볼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데 실망한다. 우리는 언론을 비롯한 이 사회의 각종 권력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고수하면서, 김용철이라는 한 시민의 양심이 묻히고 그가 파렴치범으로 각인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처신을 보이는 데에 절망한다.”

뿐만 아니라 철학자들은 김용철 시민의 양심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양심은 오직 착하고 선량한 인간만이 가지는 선한 인성의 발동이 아니다. 아무리 악한 인간일지라도 그 어떤 계기를 통해, 그리고 스스로 올바르고 싶고 남들로부터 올바른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원천적 욕구를 갖기 때문에, 자신의 양심을 공표하고 그 진정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을 수 있다.”

김용철 시민의 양심에 대한 철학자들의 검증은 우리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삼성 내부의 부패고리 공개라는 사회적 유의미성, 더 이상 얻을 것이 없고 그나마 얻은 것도 송두리째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는 이익에 대한 초연성,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꺽이지 않도록 수도원에 자신을 가두는 나약성에 대한 자기저항성, 자기 양심의 진정성에 쏟아질 수 있는 모든 의혹과 비난 앞에 스스로를 드러내고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선 항상적 자기시험 용의성이 그것입니다.

이런 철학자들의 철학적 판단을 꼼꼼히 검토해본 입장에서는 “김용철 시민이 인간의 인간됨을 실현하기 위해 그를 지탱해온 단단한 껍질 같은 것을 벗어버린 인간”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결론에 따라 이젠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라는 주장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고발자보다도 지독하고 그 어떤 증인보다도 빈틈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거주하는 양심”이라는 경구를 빌어 한국사회를 능멸하는 삼성제국의 해체에 동참하자고 호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대권력인 이명박 후보·한나라당과 맞서고 있는 김경준씨 가족에 대해서도 김용철 시민의 경우와 아주 흡사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김경준씨 구속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고 있는 바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통해 한 가족이 거대권력과 혈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보도되고 있는 김경준씨 누나 에리카 김의 발언들, 그리고 BBK와 이명박 후보의 관련성을 입증해준다고 주장된 자료들을 가지고 입국한 김경준씨의 칠순 노모의 발언들을 꼼꼼히 확인한 결과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김경준씨 가족의 발언에 따라 새로운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있습니다. 김경준씨 가족이 밝히고 있는 사실들에 따라 BBK와 이명박 후보와 관련성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BBK와 이명박 후보와 관련성이라는 의혹도, 매우 합리적 의심으로서의 의혹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김경준씨 가족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믿음이 우리 사이에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태 전개에 따른 반응은 정치적으로 이명박 후보 주변에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 후보 측의 말이 버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BBK와 관련한 ‘이명박 후보의 이실직고’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 교체’ 요구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 측이 당초 “범여권이 김경준을 이용해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며 김경준씨를 ‘제2의 김대업’로 몰아붙였던 것과는 정반대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방이 아닌 헛방’이라던 이 후보의 주장이 ‘헛방이 아닌 한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김경준씨 가족을 사기꾼 가족으로 몰아붙여 왔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된 우리는 지금 느끼는 게 있습니다. 판단도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한 가족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에서 누가 그 가족이 증거물을 위조하고 거짓말한다고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그 가족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가족에 불과하지만, 그 상대는 그야말로 거대권력 아닙니까? 이것은 보기 드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김경준씨 가족을 대체 누가 사기꾼 가족으로 볼 수 있단 말입니까? 이 가족을 사기꾼 가족으로 몰아붙이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상식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급변하는 새로운 사태를 염두에 두면 김경준씨 가족의 태도와 이 후보 측의 맹비난 사이에는 분명 메울 수 없는 괴리가 있습니다. 이 괴리에서 두 가지 담론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선을 뛰어넘어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이야기거리로 삼을 수 있는 담론일 것입니다. 첫째, 한 가족을 사기꾼 가족으로 몰아붙이는 이 후보 측에 대해 ‘집단적 광기’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위험한 광기가 아니겠습니까? 둘째, 이 후보 측으로부터 김경준씨 가족이 짓밟히면 짓밟힐수록 마치 내 가족이 짓밟히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 후보 측은 무슨 근거로, 어떤 자격으로 김경준씨 가족을 그렇게 짓밟는다는 말입니까?

이명박이라는 한 개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이 그렇게 가치있는 일입니까? 이 후보는 스스로 내놓지는 못하고 고작 찔러야만 내놓고, 고작 들춰져야만 변명하고 사죄할 뿐입니다. BBK 아니라 지금까지 드러난 흠결만으로도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이해될 뿐입니다. 반면 김경준씨 가족은 당당하고 의연합니다. 그런 모습에서 김경준씨 가족은 ‘가족의 명예’를 생각하며 이 후보 측과 맞서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정치인에게만 명예가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 후보의 경우 과연 명예라는 게 있을까하는 의심만 더해갑니다.

이 세상에 가족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요? 김경준씨 가족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가족입니다. 당당하고 의연한 김경준씨 가족을 생각합니다. 그런 가족의 모습을 통해 김경준씨 가족은 또 다른 ‘김용철 시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짙어 갑니다. 정치적 문제에 대한 자기 판단이 분명한 ‘세계시민(world citizen)’이라는 생각이 점점 짙어 갑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말도 있고, ‘긴 것은 길고 짧은 것은 짧다’는 말도 있습니다. 무엇이 진리일까요?

고대 최장집 교수가 명쾌하게 지적한 대로 지금 이명박 후보는 민주주의사회의 법의 지배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양식과 상식으로 정치를 판단하는 우리에게 끝없는 인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터질 것은 터지고 마는 법입니다. 그 때 모든 게 분명해질 것입니다. 정치나 역사엔 그런 순간이 느닷없이 찾아오는 법이니까요. 그 때 제 자리를 찾아가는 정치의 의미, 역사의 의미가 드러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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