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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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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의 차이

〔벼리의 돋보기〕 BBK 특검을 보는 눈

벼리 | 기사입력 2007/12/26 [05:26]

사실과 진실의 차이

〔벼리의 돋보기〕 BBK 특검을 보는 눈

벼리 | 입력 : 2007/12/26 [05:26]
▲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 첫 주말인 지난 12월 22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 BBK 진상규명, 부패정치 청산 촉구대회가 열렸다.(사진출처; 민중의소리)     © 성남투데이
당선자는 후보보다 더 무겁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선자 역시 후보 시절보다 자신의 언행에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당선자가 별 거냐. 이 나라에서 가장 무겁게 책임져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머슴 중의 머슴, 상머슴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자.

분명하다. BBK문제는 이 당선자가 책임져야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그런 문제다. 후보 당시, 그는 BBK 특검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는 왜 당선되자마자 BBK문제로부터 도망치는가. 왜 책임을 회피하고 오만을 부리는가.

이는 그가 20일 “특검에서 무혐의가 되면 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이는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압박일 뿐 아니라 BBK 특검을 주도한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다. 무엇보다도 그와 BBK가 무관하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다수 시민들에 대한 협박이다.

BBK 특검을 받아들인다고 했으면 받으면 그만이다. 특검 뒤 나올 결과에 따라 시민들이 판단할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특검을 받고 나서 혐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처신하면 그만이다. 특검을 아직 받지도 않고 당선자라고 오히려 이 무슨 협박이며 오만인가.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가 영 딴판이다. 후보 때나 당선자인 지금이나 역시 그는 불안하다.

그의 협박성 발언에서 후보 때와 전혀 다른 당선자라는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활용한 그의 권력의지가 읽힌다. 암 누구 명인데. 그러니 시류를 따르고 그와 명운을 같이할 세력들의 동조가 뒤따를 수밖에. 그래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거부권 행사 요구,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그를 지원해온 언론권력들의 BBK 특검 백지화 요구, 법조계 일각의 특검 위헌론 주장이 터져 나왔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이 짜고치는 고스톱판은 그의 무책임하고 오만한 권력의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력들의 이명박 비위 맞추기라는 점에서 곧 들어설 이명박 정권의 불안한 출발을 예고한다. 시작부터 원칙과 정도를 저버린 불온한 시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흐름에 야합이나 투항, 분열 등을 통한 반이명박전선이 흐트러지는 일이 더해져 실제 특검이 물 건너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만하고 불온한 특검 무효화 시도에서 새삼 사실과 진실이 어떻게 다른지를 깨닫게 된다. 이 각성은 이 당선자를 보는 눈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그와 BBK와 무관하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근거로 그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지만, 그 진실의 근거는 오히려 다수 시민들의 불신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와 BBK의 유관함을 보여주는 ‘상식적인 사실들’이 완전히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 점에서 이 상식적인 사실들이 무시되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것은 이 당선자와 BBK와 무관하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입맛에 맞는 사실들’을 엮은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사실의 위조가 아니라 사실의 취사선택이 위조될 수 있다는 것 곧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행위나 행위자가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의 대상은 정권교체기라는 특수한 시기와 맞물려 정치검찰로 비난받는 검찰일 수도 있고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즉 검찰은 그와 BBK가 무관함을 입증하는 사실들을 내세워 그 사실들이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검찰이 검찰이 아닌 정치검찰로서 또는 정치검찰 배후의 누군가가 자기 입으로 말한 것일 수 있다. 이런 교묘한 화법을 복화술(腹話術, ventriloquism)이라 하던가.

사실이란 게 별 거 아니다. 특정한 맥락에서만, 특정한 맥락에 놓인 사람들에게만 그렇다라는 믿음을 낳은 어떤 것에 불과하다. 특정한 맥락을 떠나서, 특정한 맥락에 놓인 사람과 무관할 때, 사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거짓 증거에 의해 범인으로 몰리고 이것이 ‘사실’이 되어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사실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는가.

사실과의 관계 유무가 진실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진실은 상대성을 지닌 사실을 벗어나며 사실 이상의 의미를 낳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창출되는 의미에서 진실은 제한적이고 상대적 의미만을 낳는 사실과는 달리 언제나 무제한적이고 절대적 의미를 낳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진실은 사실을 넘어 스스로 의미를 지니고 살아 움직인다. 이것이 진실이며 진실의 위대함이다.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BBK특검이 무효화되거나, 특검이 추진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그가 특검에서 무혐의가 된다고 치자. 그렇다고 과연 진실이 달라질까. 다수의 시민들이 보고 들은 상식적 사실들로부터 판단한 그 진실이 과연 무너질까. BBK뿐 아니라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 숫한 사례들에서 이미 충분히 보았듯이 그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차마 부끄럽다는 다수의 믿음이 과연 무너질까.

우리는 교실에서 행한 모의투표를 통해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킨 어린것들에게 당분간 어른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짓말쟁이를 대통령으로 뽑는 어른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어린것들의 항변에 당분간 침묵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쩌다가 우리의 공동체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오호통재(嗚呼痛哉)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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