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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가 눈사태로 변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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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가 눈사태로 변하지 않으려면

〔벼리의 돋보기〕2008년이 선진화의 원년?

벼리 | 기사입력 2008/01/01 [21:16]

눈덩이가 눈사태로 변하지 않으려면

〔벼리의 돋보기〕2008년이 선진화의 원년?

벼리 | 입력 : 2008/01/01 [21:16]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 성남투데이
이른 아침 새해맞이를 마치고 남한산을 내려오는 많은 성남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과장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보기에는 인산인해인 듯싶었습니다. 동네 담배가게를 찾다가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빨갛고 밝았습니다.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감내하며 새해 햇살을 듬뿍 받은 탓이겠습니다.

1월 1일. 남한산 어디를 올랐을까요. 수어장대? 남장대? 경험으로 보건대 첩첩한 산들과 망망무제의 하늘을 배경으로 한 남장대 해돋이가 일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멀리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벌봉까지 갔다 왔을까요. 요즘은 더러 남한산에 이어진 검단산 헬기장으로도 오른다고 하더군요.

남한산 또는 검단산에서 맞이한 새해는 어땠습니까. 혹시 양귀비보다 더한 미인은 아니었습니까. 그 미인을 맞이하는 얼굴에 쏟아지는 햇살들은 그 감촉이 어땠을까요. 얼마나 가슴을 달아오르게 했을까요. 그 때, 어떤 소망을 빌었을까요. 무슨 희망을 보았나요.

소망을 빌고 희망을 찾는 새해맞이. 충만의 시간이겠습니다. 삶의 고통이나 번민이 전혀 떠오르지 않거나 떠오른다 해도 일순간 사라지는 그런 느낌을 맛보았다면 그 시간은 무척 행복했겠습니다. 요즘 같아선 그런 시간은 그리 흔치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해는 지고 뜨고를 반복하며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것은 늘 한결같습니다. 이 명백한 사실을 숙고해보고 체득한 사람이라면 새해맞이를 통해 부여하는 새해의 의미도 인간의 나약함을 감추는 자기위안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에서 인간이 마주하는 해, 그 의미는 얼마든지 다르게 추구될 수 있습니다. 가령 누군가 시름에 젖어 라면 한 끼를 먹다가 문득 해를 올려다볼 수도 있습니다. 어느 땐가는 얼어붙은 산하대지를 녹여내는 해를 느끼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새해맞이를 어둠 속으로부터 출현하는 남한산을 지켜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창가 의자에 기대앉아 오래오래 지켜봤지요.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산. 그 산이 서서히 육중한 체구를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산 뒤로 해가 뜨고 있던 게지요.

남한산이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암수가 교합하듯 해가 산이 되는 그런 짜릿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남한산을 바라보며 한 마디 혼잣말을 토했습니다. “오늘 해는 아주 특별하군.” 이런 개인적인 체험이 실제 수고롭게 새해맞이를 하거나 새해 소망을 의탁한 사람들과 많이 다른지는 모르겠습니다.

▲ 눈덩이가 눈사태로 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새해 벽두에 이명박 당선자의 신년사 보도기사를 접하며 드는 깊은 우려입니다. 마침내 남한산 위로 새해가 떴습니다. 무자년 아침이 밝았습니다.      ©성남투데이

새해 첫 신문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신년사 보도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자”며 “선진화의 시작을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하자”는 그의 말이 실려 있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아주 거슬렀습니다.

지켜야 할 법과 질서가 있다면 그것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자각에서 단지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빌미 삼는다면 아무리 그럴듯해도 그것은 수사에 불과합니다. 이 당선자, 그가 보여준 그는 과연 누구입니까.

선진화요? 박정희식 자본주의화의 길, 그 반인간적이었던 산업화와 본질적으로 뿌리가 같습니다. 특히 공동체의 존립은 물론 성숙을 위해서나 결코 양보하거나 퇴보해서도 안 되는 동력, 민주주의를 곁가지 취급하는 선진화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선진화는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로 도식화된 조야한 단계론적 역사인식의 산물입니다. 선진화로부터 출발해 이에 지난 역사적 경험들을 끼어 맞춘 일종의 종말론적 역사인식의 산물입니다. 승자 독식의 패권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이런 역사인식과 사고를 지닌 정책과 정치가 앞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얼마나 흔들어댈지 두렵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시달릴까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휩쓸려 갈까요. 혹여 이런 시류에 맹신, 맹동하는 부류가 춘삼월 호시절을 구가하지 않을까요.

그와 그와 무관한 천운을 함께 말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눈여겨봐야 할 것들을 방기한 채 민심 즉 천심이란 교설로 묻어버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이 당선자의 등장이 단지 하나의 선택에 불과함을 드러낼 깊은 성찰이, 이런 성찰에 입각한 새로운 의미추구 행위가 공동체 도처에서 수행될 필요를 절실히 느낍니다.

눈덩이가 눈사태로 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새해 벽두에 그의 신년사 보도기사를 접하며 드는 깊은 우려입니다. 마침내 남한산 위로 새해가 떴습니다. 무자년 아침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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