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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상인가 동물의 왕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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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상인가 동물의 왕국인가

〔벼리의 돋보기〕이명박의 위험한 정치적 사유

벼리 | 기사입력 2008/02/01 [08:05]

인간세상인가 동물의 왕국인가

〔벼리의 돋보기〕이명박의 위험한 정치적 사유

벼리 | 입력 : 2008/02/01 [08:05]
30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펼칠 영어교육 강화정책을 제2의 청계천 프로젝트라고 밝혔습니다. 영어교육 강화정책이 이 당선자의 고유상표라는 뜻입니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듯이 영어교육 강화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계천은 어디 진짜 청계천 입니까? 무늬만 청계천이지.

이 당선자가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이 당선자의 코드에 맞춰 당차게 밀어붙이겠다는데. 그래서 이 당선자가 인수위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 방식은 부정어법이었습니다. 31일 그는 영어교육 강화정책에 대한 각종 의미있는 비판과 우려에 “이해관계가 있어 반대한다”고 매도했습니다. 반대로 낙인된 비판과 우려를 “역주행하면 사고난다”고 매도했습니다.

맙소사! 대통령 할 사람으로 봐주기에는 수준 이하의 발언입니다. 그가 비판자가 아닌 추진자의 입장임을 인정한다 해도 비판과 우려에 가려볼 것은 가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기본을 볼 수 없으니 수준 이하라는 겁니다. 가려보긴 커녕 반대니 역주행이니 하고 매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명백한 오류입니다.

진술의 진리값을 따지지 않고 진술자를 공격하는 이른바  ‘인격을 공격하는 오류’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BBK 명함문제가 터졌을 때 유권자의 관심은 사실이냐 아니냐가 쟁점이었습니다. 이를 공개한 이장춘 씨에게 이 당선자가 “같은 경상도 사람끼리 그럴 수가 있느냐”고 전화했다는 폭로를 우리는 대선 때 들었습니다. 그 경우와 똑같은 경우입니다.

문제 자체를 따지지 않고 인격으로 바꿔치기해 공격하는 이런 저열한 태도야말로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의견수렴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국에는 너무 안 어울립니다. 공화국 대통령 감으로 보기 어렵게 합니다. 이 당선자가 천하사람들의 천하를 한 사람의 천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공평함으로 천하를 다스린다(公則天下平矣)’는 정치의  원칙은 아는지요?

이 당선자의 31일 발언에선 영어에 대한 그의 생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외국에서는 개인의 소득 차이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제2의 청계천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영어교육 강화는 당연하다는 주장 아니겠습니까. 위험합니다. 두 가지 다른 생각 때문입니다.

첫째, 돈벌이 수단은 영어를 잘 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설령 영어를 포함해 외국어를 잘 하는 게 돈벌이 수단이 된다고 해도 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인적 자원이 풍부한 이 나라에선 영어 못지않게 다른 외국어를 잘 하는 인재를 많이 길러내야 합니다. 후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영어교육에 치우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백배천배 나은 외국어 교육정책일 겁니다.

둘째, 외국어 교육문제는 우리말, 우리글과의 관계를 따지지 않고 따로 말해질 수 없습니다. 언어가 인간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우리말, 우리글은 우리의 삶 그 자체이자 우리의 얼이기 때문입니다. 후대를 길러내는 교육에서 외국어 교육이 우리말, 우리글을 위협하는 경우라면 그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말 두려운 것은 이 당선자의 발언에 깔린 정치적 사유입니다. 강한 사회진화론의 냄새가 풍기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의 발언은 영어 못하는 사람은 죽으라는 소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간세상이 동물의 왕국처럼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된다고 보는 사회진화론에 해당됩니다. 잔인하고 따라서 위험한 정치적 사유 아니겠습니까.

설령 인간세상에 동물의 왕국과 같은 현상이 있다고 칩시다. 실제로 약육강식의 논리를 보여주는 사회현상을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자유주의는 그 극단을 보여주지요. 그러나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그 부당함을 지적하며 더불어 사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세상을 추구하는 것은 가치의 문제입니다.

사실에도 불구하고 인간세상이 동물의 왕국으로 격하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가치 추구행위가 인간세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부자가 소수이고 서민이 다수입니다. 공부 못하는 다수, 서민이라는 다수를 인정하고 살필 줄 알아야 인간을 인간으로, 인간세상을 인간세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게 아닙니까.

100여년 전 이른바 개화파는 친일매국과 종속근대화의 길을 걸은 사대주의세력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들의 정치적 사유가 바로 사회진화론이었습니다. 역사가 가리키고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 당선자와 그를 추종하는 실용주의세력은 친미매국과 브레이크 없는 신자유주의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요? 이 시대의 사회진화론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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