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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언(公言)인지 공언(空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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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언(公言)인지 공언(空言)인지

〔벼리의 돋보기〕남한산성, 청계천, 숭례문

벼리 | 기사입력 2008/02/11 [23:12]

공언(公言)인지 공언(空言)인지

〔벼리의 돋보기〕남한산성, 청계천, 숭례문

벼리 | 입력 : 2008/02/11 [23:12]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있으니 공공영역에 참여하는 자들이 그저 유행을 따르는 것이다. 여기엔 유행어가 되어 버린 이른바 트랜드를 따른다는 말도 덧붙여도 될 것 같다. 누가 그것을 따르는가? 정치하는 것들, 학문하는 것들, 언론하는 것들, 그리고 관료들이다. 그들은 종종 유행을 추월하기까지 한다.

‘그 사람의 정치’를 하는 자,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라선 자는 정치판에 보기 어렵다. 국가권력의 코아인 청와대는 교수들로 채워지고 있고 또 총선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도 부지기수다. 이른바 ‘폴리페서’라는 족속. 언론의 이름으로 언론을 더럽히는 사이비기자들 그리고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언론사 정치부출신 기자들. 막스 베버의 말대로 ‘영혼 없는’ 관료들은 정부, 지자체들에 얼마나 많은가.

▲ 11일 남대문(숭례문) 화재 현장을 방문한 이명박 당선자 (사진제공;민중의소리)     © 성남투데이

유행이란 무엇인가?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서 하는 게 유행이다. 왜 따라 하는가? 내가 원해서? 아니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남이 원해서다. 정확히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다. ‘욕망이란 타자의 욕망’이라고 헤겔이 말한 그것이다. 다수가 하기 때문에 나도 따라서 하는 것이다. 타자의 욕망을 내 욕망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공모, 이게 바로 유행이다.

유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잘 팔린다는 의미 외에는 어떤 것도 아니다. 다수가 읽으니까 나도 읽을 뿐이다. 그 책을 내가 원해서가 아니다. 광주시에서 해마다 하고 있는 남한산성축제를 나도 해보겠다고 나선 성남시의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베스트셀러 ‘남한산성’을 빼놓지 못한다. 관계공무원이 이 베스트셀러의 영향을 언급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이 부하뇌동(附和雷同)하듯 유행을 따라가선 곤란하다. 공(公)이 사(私)가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신자유주의적 발상에 따른 경제정책, 교육정책, 한반도대운하, 정부개편안은 이런 함의가 짙다. 뜬금없이 추진된 이대엽 성남시장의 대규모 시청사 건립도 일선 지자체들의 호화청사 건립 붐에 편승할 뿐, 정작 민복후생(民福厚生)을 위해 해야 마땅한 일들을 포기해왔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행에 대한 비판적 맥락에서 그 동안 ‘관광명소화’를 실제 명분으로 추진해온 ‘남한산성 복원’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그게 어디 복원된 성곽인가. 손에 잡힐듯 켜켜이 시간이 쌓인 옛 성곽에 억지로 끼어 넣은 거대한 돌축대에 불과하다. 너무 이질적이지 않은가. 과거와 현재의 의미있는 대화가 어려워졌다. 심각한 교란을 일으키며 과거를 말살한 관광 개발일 뿐이다. 복원이 아닌 ‘본뜨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도 그렇다. 청계천 복원이란 그럴듯한 ‘알리바이’는 실은 위장된(이 위장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폭로되었다) 도시 개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계천 복원을 두고 자연의 총체적 위기라는 엄연한 현실은 은폐한 채 임의로 자연을 급조해 낼 수 있다는 도착증세로 파악하는 이도 있다. 그 위장된 도시 개발의 뒤에는 이젠 세상이 다 아는 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새 대통령 당선자가 있다.

아, 숭례문! ‘국보 1호’가 화재로 전소되었다. 여러 주요 외신들이 보도한 바,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소실되었다. 우리 한국민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능력도 없는 지자체에 무작정 관리권을 떠넘기고 전소라는 끔찍한 사태를 사실상 방치한 문화재청, 그 동안 전시행정으로만 이용해먹은 서울시, 예산타령이나 늘어놓는 중구청. 죽을 죄를 졌다는 놈은 단 한 놈도 없다.

이런 관료들의 영혼없는 모습에 그저 탄식만 터질 뿐이다. 그런데도 ‘복원’을 떠들어대나니! 기가 막히다. 우울하기만 한데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후배가 국보 1호가 전소되는 과정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았다며 말한다. “형, 진짜루, 진짜루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할 수가 없다.

하루아침에 문화가 문화(文火)가 되는 나라. 그런데도 산업화, 민주화를 거쳤으니 ‘선진화’로 넘어가자는 공언이 우렁차게 들려오는 나라. 제기럴! 잿더미만 남은 가슴에 공언(公言)인지 공언(空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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