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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물면 절대 놓지 말아야

〔벼리의 돋보기〕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몇 마디

벼리 | 기사입력 2006/11/08 [21:44]

한번 물면 절대 놓지 말아야

〔벼리의 돋보기〕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몇 마디

벼리 | 입력 : 2006/11/08 [21:44]
언젠가 인사동에 나가 ‘아트 상품’으로 유독 아가리가 큰 호랑이 그림에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를 본 적이 있었다. 썩 어울리는 이미지와 글귀로 다가왔다. 성남시의회 의원들이 새겨두면 좋을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 실마리 삼았다.

오는 20일부터 성남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집행부 견제·감시기관인 시의회의 권한 중의 핵심이다. 잘 써야 하고 그 자체 위엄이 있어야 한다. 칼에 비유하면 한번 빼어들면 반드시 벤다는 ‘작풍’이 있어야 하고 빼어들기만 해도 피감기관이 덜덜덜 떠는 정도의 ‘기풍’이 있어야 한다.

일부에선 현행 지방자치제가 시장 중심의 강수장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맞서는 시의회의 구조적인 허약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제도적인 보완을 외치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러나 제도 보완은 제도 보완일 뿐이다. 핵심은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부리는 사람에게 있다.

시의회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21명이나 되는 한나라당보다는 13명에 불과한 열린우리당이 훨씬 잘한다고 판단된다. 질적인 측면에서다. 그러나 의원 개개인의 면목으로 들어가면 소속 당을 떠나 상당한 편차가 있다. 적절한 때에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 근거를 들어 베스트, 워스트를 가려볼 작정이다.

정치는 현실에서 ‘세’다. 이 세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데는 양당 모두 아직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시의회 또는 시의원과 원내정당 소속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경우들이 많다. 요컨대 교섭단체의 의미와 가치를 아직 충분히 몸에 익히지 못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

냉철하게 말하면 원내정당으로부터 ‘일탈적인’ 의원들의 문제다. 이 같은 현실이 지난 의미는 엄중하다. 결국은 시의회가 시 집행부에 놀아나거나 당을 약화시키는 해당행위가 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는 결코 소속 정당 지지자들이나 나아가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다. 좌표 없이 굴러가는 시 집행부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민주노동당은 원내정당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양으로 따질 일은 없다. 남는 것은 질적인 문제. 아직은 두 의원의 의정활동에서 눈에 띄는 바가 거의 없다. 여전히 시민들에게 뚜렷하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

자, 행정사무감사에서 제도나 탓하는 한가함은 잠시 뒤로 하자. 사람 중심의 태도야말로 모든 일에서 일을 풀어가는 원칙 중의 원칙 아니겠는가. 남는 것은 사람의 문제 곧 의원의 역량문제다. 행정사무감사에 대비해서 의원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몇 가지 좌표를 설정해보자.

첫째, 행정사무감사 자체에 대한 높은 자각이다. 행정사무감사란 쉽게 말해서 ‘행정사무+감사’다. 행정사무감사라는 말 자체가 이미 행정사무 곧 시 집행부의 업무를 모르면 감사를 하기 어렵다는 교훈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유념하자.

의원들은 시 집행부로부터 이미 업무보고를 받은 바 있다. 그 동안 시를 오가면서 파악한 업무 내용도 없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소속 상임위 관련 시 업무가 무엇이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의원이 있다면 그에게 감사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그는 이미 시민들 앞에서 스스로 벌거벗은 것이다.

둘째, 문제의식이다. 문제의식이 없다면 아무리 자료를 많이 요구하고 아무리 장광설을 늘어놓아도 꽝이다. 도대체 왜 이런 자료를 요구하는데? 어떤 결과를 도출시키려고 하는데? 어떤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데? 행정사무감사에 앞서 이런 질문이 먼저 있어야 하고 적절한 답이 나와야 한다. 이 점에서 ‘한 바퀴 굴러봐야 안다’는 일부 의원들의 생각은 나태한 것이다.

아는 것이 적고 문제의식이 명료하지 않다면 차라리 부족하나마 아는 것을 토대로 몇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백번 났다. 실속 챙기기라는 점에서다. 자신보다 뛰어난 동료의원이나 자당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팀 플레이를 제외하면 쓸데없는 폼생은 지탄받는 폼사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당과 함께 시민과 함께 하는 행정사무감사다. 가령 소속 정당이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좋은 정책이 있다면 이를 반영하라는 것이다. 사안 위주의 감사보다는 정책적인 감사를 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상임위 수준을 가로질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의 정책, 국감의 테마들, 언론에서 다루는 시의적인 테마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의정활동은 의원들만의 활동이 아니다. 시민의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의정활동은 하나마나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시민들의 제안,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법, 통로를 통해 수집해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시민들의 어떤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무엇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당적인 조율과 대외적인 언명도 필요하겠다.

넷째, 사이클이 있는 행정사무감사를 펼쳐야 한다. 지난 해 행정사무감사 내용을 필히 점검하고 올해 시가 추진하는 업무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한 걸음 시야를 확대해 내년에 추진될 업무를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사이클이 그것이다. 이 점에선 행정사무감사를 새해 본예산안 심의와 연계한다는 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5대 의회의 첫 행정사무감사라는 점에서 4대 의회 마지막 해의 행정사무감사 내용 점검은 필수다. 그것은 4대 의회에서 가장 질 높은 행정사무감사라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기초에 해당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의제에 대해선 새롭게 조명해본다는 자세도 필요하다.

다섯째, 충분히 언론을 통해 ‘대박’이 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 품종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그 품종은 시 집행부가 추진하는 업무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시야를 국정이나 도정, 시민사회의 관심사로 확대할 경우, 시 집행부의 업무를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다. 안목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우량품종 개발은 최소한 언론에 그 품종의 A에서 Z까지 브리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시쳇말로 한두 가지 특장점이나 제시하는데 그치는 품종이라면 기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받아쓸 리 만무하다. 우량품목 몇 개 정도 꼼꼼히 준비하는 것은 의원의 역량을 선보이기 위한 필수작업이다.

여섯째, 남의 것을 빌리지 말라는 것이다. 남의 방식, 남이 이미 떠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또는 은근슬쩍 빌리지 말라는 것이다. 설령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 사람답다, 메시지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자기 것으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정치인은 캐릭터가 뚜렷해야 한다. 이 점에선 두루뭉실한 캐릭터는 정치인으로선 빵점이다. 자기 메시지도 뚜렷해야 한다. 자기 메시지가 없는 의원은 생명력이 없다는 의미다. 좀 부족하면 어떤가. 가령 시 집행부의 저항이 있으면 어떤가. 아류는 이류다. 가장 쉬운데도 가장 실천이 안 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의원들을 겨냥하고 동시에 이들 의원들이 제대로 행정사무감사를 수행할지를 감시하자는 의미에서 몇 마디 했다. 그다지 쓸모없는 얘기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마무리하자.

지켜보건대 무작정 또는 포장해서 시 집행부를 두둔하는 의원들이 있다. 어떤 의원들은 모른다고 맹하니 앉아 있거나 시 집행부 설명에 만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게들 하라고 의원으로 뽑아준 게 아닌데 말이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복될 우려가 있다. 새겨두시라. 시 집행부가 볼 때 이런 의원이야말로 ‘따봉’이라는 것을.

이는 능력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길을 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 시민들로부터 밥값도 하지 못한다는 신랄한 질타가 나오기 십상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시의원의 위상은 시장과 대당적이다. 시장을 불러 세워 시정은 물론 천하의 일을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성남을 이끌어갈 내일의 성남시의회 의장, 성남시장, 지역구국회의원, 도의원이 오늘의 시의원들 속에서 많이 배출될 수 있어야 한다. 의원들 스스로에 달려 있다. 멋진 행정사무감사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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