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단지 수단만이 아니다. 목적이다. 정치에서조차 경제적 가치가 압도하는 비극적인 현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된 정치는 정치를 수단으로만 보는 태도와 무관할 수 없다. 정치는 단지 정치인이라 명명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전문영역이 아니다. 정치는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이라는 실존구조를 가진 인간이 자기 실존을 실현하는 양식이다. 정치체제나 정치구조상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 실존의 가치문제로 정치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가 수단일 뿐 아니라 목적이라는 것, 정치가 인간이 정치적 동물임을 실현하는 양식이자 가치라는 것을 100만개의 촛불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적 상황이 입증하고 있다. 즉 시민들은 촛불정치를 통해 대의제의 실체가 요컨대 ‘그들만의 정치’임을 여지없이 폭로해 버렸다. 정치인의 한심한 발언이나 관변단체 동원을 통해 좌파 선동이라는 방호벽 구축으로 이 폭로에 맞서는 불순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더러 그렇다는 인정을 통해 대의제 측의 무기력을 드러내는 경우도 보인다. 대의제의 실체, 그들만의 정치는 성남시의회의 하반기 원구성에서도 여지없이 폭로된다. 그 첫째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성남시장의 합작이다. 이 합작은 분당갑 의장, 분당을 당대표, 수정구 부의장, 중원구 상임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과 시장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박권종 의원을 당대표로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들은 하반기 원구성에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성남시의회라는 대의기구 전체, 36명의 성남시의회 의원 전체를 무시해버리는 정치폭력을 자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성남지방자치를 말살하는 ‘5인방’으로 불러도 좋다. 그 둘째가 하반기 원구성 합의라는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의 합작이 그것이다. 양당 대표(박권종, 박문석) 사이에 이루어진 이 합작은 한나라당이 의장·부의장·의회운영위원장·경제환경위원장·문화복지위원장·예결특위원장·윤리위원장을, 통합민주당이 도시건설위원장·행정기획위원장을 나눠먹기 하기로 한 것을 골자로 한다. 양당 사이에 상임위원장 이동만 있을 뿐 지난 2006년 7월 8일 양당 대표 사이에 이루어진 전반기 원구성 합의와 질적으로 동일하다. ‘성남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를 경우, 두 당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는 교섭단체로 인정되는 두 당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라는 점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말하자면 이 정치적 합의는 공공적인 합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그들만의 정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시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본질적으로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섭단체인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시의회를 그들만의 정치로 몰아가는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교황식 선출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무기명 연기투표 및 제비뽑기를 제안했었다. 제도화의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원들이 이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어느 당도 이 제안에 반응하지 않았고, 끝내 그들만의 합의로 사실상 하반기 원구성 문제를 뚝딱 해치워 버렸다. 무반응으로 일관한 한나라당은 무능력 그 자체, 전후가 다른 통합민주당은 기만 그 자체다. 교황식 선출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며 의장 선거 보이콧을 밝혔으면서도 두 개의 상임위원장을 확보하기 위해 의장·부의장을 한나라당에 넘겨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자리 나눠먹기에 급급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루아침에! 그래, 그들만의 정치다. 끼리끼리 잘 놀아보시라. 그들만의 정치에는 시민이 없다. 근조(謹弔) 성남시의회.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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