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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를 향한 보편복지가 시대적 요구다

【특별기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된 복지논쟁을 보면서

서덕석 | 기사입력 2011/09/02 [23:11]

복지국가를 향한 보편복지가 시대적 요구다

【특별기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된 복지논쟁을 보면서

서덕석 | 입력 : 2011/09/02 [23:11]
▲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서덕석 목사.     ©
오세훈 서울 시장이 서울시 관내 학교 급식 방식을 주민투표에 부치면서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언하며, 시민들의 선택을 강요했다가 33.3%의 개함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시장직을 물러났다. 이로써 작년 11월부터 10개월에 걸쳐 논쟁하던 서울시내 학교급식이 생활수준 하위 50% 아동들에 대한 선별급식론이 전면 무상급식론에 밀려난 모양새가 되었다. 이번 주민투표가 절차적 요건을 갖추고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와 무상급식을 주민 투표에 부치는 것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복지에 대한 보수와 진보 양 정치진영의 입장이 학교급식문제를 통해 첨예하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학교급식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교육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의무교육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 관련된 제반 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되어져야 하는데 이를 무상으로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투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논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을 지원할 의지와 재정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무상으로 급식뿐만 아니라 교복이나 학습준비물까지 일괄 제공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민들 중 25.7%만 주민투표에 참여하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범야권의 투표 불참론에 동조하여 주민투표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의무급식을 포함한 보편적인 복지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를 보다 분명하게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주민투표가 무산된 직후 여야 정치권은 10월 보선과 내년 총선 및 대선의 가장 큰 이슈가 복지담론이 될 것이라고 벌써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복지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느냐는 문제는 경제운용 정책과 함께 시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에 속한다. 여태까지의 선거에서 복지담론이 논쟁의 핵으로 떠오르지 못했던 것은 중요성이 덜해서가 아니라 정권심판론과 지역 패권론이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고 구미에 당기는 일시적인 경제부양책과 지역개발 유인책 등에 현혹되어 유권자들이 개개인의 삶의 질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비교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엉뚱하지만 논쟁을 확대시켜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쪽을 복지포퓰리즘으로 공격함으로써 다가 올 선거들에서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를 놓고 국민의 선택을 묻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여태까지의 우리나라 복지는 일본의 제도를 본받아 복지의 일차적인 책임을 가족에게 지우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서 적은 비용으로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왔다. 사회복지를 개별 영역으로 축소시키고 그 책무를 공공 영역에서 담당하려하지 않고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시키는 정책은 보수정당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사회복지비 투자를 줄이기는 대신 부자 감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데다 이른바 삽질 경제를 통해 경기부양에 골몰해 일본경제가 침몰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일 터이다. 미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사회복지 수준은 경제 규모와 국가의 지위에 비추어 빈약하기 그지없어 가난해서 의료보험료도 못내는 국민들은 병원 문턱에도 못 가보고 노숙자들은 민간기관들의 구호에 의존해 살아간다. 국가 재정의 대부분이 대외전쟁을 수행하는 전비와 국방비 등 정부 운영비로 빨려 들어가는 탓에 부채가 쌓였고 의료보험 개혁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역시 2대에 걸친 부시정부 동안 지속적인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과 천문학적인 전쟁 경비가 국가부도 위기를 가져오게 만든 주범이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복지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공격하지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북구의 선진국 중에서 복지재정의 과다로 망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 나라의 복지 정책은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국가가 보장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은 국가 재정의 대부분이 국민의 복지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국방비와 불필요한 사회적 기반시설 건설에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쏟아 붓는 대신 무상의료로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대학까지의 수준 높은 의무 교육을 제공하며, 실업자에 대한 직업 재활과 가족 서비스 등 균등한 삶의 질을 보장해 줌으로써 국민들의 자부심과 사회적 생산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정부 총재정 지출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28.1%인데 OECD회원국 평균보다 13.4%나 낮다. 이는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않고 돈이 없다는 핑계로 사회복지비용 확대를 기피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MB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어 국가부채는 늘어난 반면, 지방 자치단체 보조금과 복지관련 재정은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줄여나가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복지비 지출은 9%로써 이 역시 OECD 회원국 평균 23%에 비해 턱없이 낮고 서구 복지국가들의 복지비에 비하면 1/4에도 못 미친다. 이런 마당에 복지 과잉을 운운한다는 것은 해괴한 논리로써 국민들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을 감안할 때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보수주의자들이 복지 과잉이라고 엄살떠는 배경에는 사회적 불평등이 계층의 차이를 벌리고 소수 기득권자들에 의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 부의 편중과 가난한 계층에 대한 징벌적 차별을 원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보편복지(복지국가론)가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도록 하기 때문에 강남의 부자들은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점심을 무상으로 먹이자는 것조차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식에게 공짜밥 먹이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내게 될까 봐 무서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 재정의 위기 앞에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선 워런버핏을 비롯한 미국의 부자들과 프랑스의 13대 갑부들은 미친 사람들인가? 아니다. 이른바 부자감세가 국가부도의 근본 원인임을 스스로 간파하고 국가재정의 확충을 통해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만 자신들의 고객(이윤 창출기반)들이 유지 된다는 기본적인 상식에 충실한 사람들인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 부자들과 한나라당만이 이 땅을 재벌과 몇몇 부자들만 생존할 수 있는 별천지로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다가 올 선거들에서 국민들이 모두가 잘 사는 복지국가를 위해 보편복지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부자들만 살판나고 대다수 국민들은 그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만족하는 선별복지를 선택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성남푸드뱅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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