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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장,똥물 흐르는 탄천 속을 걸어봐!

[벼리의 돋보기] 거짓말 하는 시장, 바른말 하는 지식인

벼리 | 기사입력 2005/02/22 [08:39]

이시장,똥물 흐르는 탄천 속을 걸어봐!

[벼리의 돋보기] 거짓말 하는 시장, 바른말 하는 지식인

벼리 | 입력 : 2005/02/22 [08:39]
이대엽 시장은 2002년 6월 시장 선거 당시 탄천의 자연생태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잘한다! 조직개편을 통해 탄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탄천관리과도 두었다. 잘한다! 잘할 거라 믿고 또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실제는 탄천을 죽이겠다고 나선 정반대의 사람으로 나섰을 뿐이다. 가히 ‘무대포정신’으로 충만한 이 시장의 반자연생태적인 태도는 사례 한 가지만 들어도 분명해진다.
 
‘탄천 비키니 축제’라도 열 작정이었는지 탄천에 인공 일광욕장을 위시해서 비치발리볼장, 수경분수, 물놀이장을 조성한 것이 그것이다. ‘똥물’이 흐르는 탄천에 이런 반환경적인 시설들을 설치하면서 이 시장은 ‘빠리 세느강 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먼 나라 이야기를 도용하고 “많이 이용해달라”는 애교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수립 단계에서 개장식에 이르기까지 지역언론, 지역 안팎의 환경단체, 시민운동단체로부터 얼마나 두들겨 맞았던가! 그런데도 더 설치하겠다는 것이 이 시장의 태도다.
 
▲이대엽 시장이 지난 해 8월 야탑동과 태평동의 탄천둔치를 직접 방문해 현장확인을 하고 시민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간이매점 설치 등을 지시하고 있다.  이 시장은 물놀이장 이용에 관한 주민이용도가 높다며 탄천에 추가로 2곳을 더 조성하라고 확대간부회의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성남투데이

주지하는 대로 탄천은 이 시장의 반자연생태적인 탐욕을 표상하는 각종 시설들이 쏟아지듯 마구 들어섰다. 이는 지난 해 말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밝혀진 사실로 탄천이 한계용량을 넘어서 이미 과부하가 걸렸음을 뜻한다. 양식 있는 시의원들이 이 시장에게 몇 차례 충고한 바 있다. 시가 탄천종합기본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탄천을 접근하기 전까지는 쓸데없는 짓들 하지 말라고. 그러나 ‘골 때린다!’ 한술 더 떠서 도시의 미래공간계획인 도시기본계획에 탄천을 아예 ‘공원’으로 지정해버리는 시장 아니던가.
 
탄천의 자연생태 복원이라는 공약과는 정반대인 ‘탄천의 공원화’! 바로 이것이 이 시장의 탄천 접근법이다. 이 시장이 탄천을 살아 숨쉬는 자연하천으로 되살리겠다는 의지는 없고 대신 얄팍한 편의주의적 사고에 매몰돼 생색내기로 일관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탄천경영, 성남경영의 막중한 책임을 위임해주었건만 이 시장은 듣지도 못한 모양이다. 인류문명의 종말에 대한 과학적 예측이 자연의 훼손, 생태계 파괴에 근거하고 있다는 경고 말이다.
 
하긴 이 시장이 갈수기 건천화 해소를 이유로 탄천에 팔당 원수를 퍼붓고는 탄천이 맑아졌다고 광을 팔아서 배꼽 잡고 웃는 일도 있었다. 원수 투입전후 수질비교분석도 하지도 않은 채 근거없는 소리를 내지른 탓이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성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탄천을 1급수로 만들겠다고 버젓이 거짓말까지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왜 거짓말인가? 탄천은 죽었다 깨어나도 1급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당의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환경, 탄천의 주변 산림 및 녹지공간, 용인의 하수처리라는 세 가지 문제를 정면대응하지 않는 한, 탄천은 원천적으로 1급수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이 세 가지 핵심을 비껴가면서 오히려 탄천 공원화에 목을 매는 사람이 탄천 1급수를 내세우는 것은 거짓말이며 시민을 우습게 보는 비뚤어진 태도의 자기폭로일 뿐이다.
 
이런 ‘거짓말쟁이 시장’을 향해 근거를 제시하며 ‘거짓말 하면 못쓴다’는 입 바른 소리가 지난 18일 나왔다. 시가 발주한 ‘탄천종합기본계획’ 연구용역에 참여한 생태조경 전문가 최정권 교수의 지적이 그것이다. 탄천종합기본계획 중간보고회에서 나온 그 지적의 요지는 “용인 하수처리장을 가동하고 탄천의 자정기능이 확보된 이후에나 3급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시장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들의 속이 무지 뜨끔했을 것이다.
 
▲이대엽 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탄천 1급수만들기 프로젝트를 검토 지시하고 있다.     © 성남투데이

근거없이 1급수 거짓말을 치는 이 시장과는 달리 학문적인 근거 위에서 현실적 목표인 3급수를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다행으로 여긴다. 이 3급수도 남은 이 시장 임기 중엔 꿈도 꾸지 못하는 원시적인 목표라는 점이 덧붙여져야 한다. 게다가 최 교수는 보고에 앞서 "용역을 발주한 행정기관이 용역을 '블랙박스'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용역은 유리상자가 되어야 하며, 공공기관의 정책결정과정은 투명해야 한다”고 언급해 연구용역의 활용문제에 대한 원칙도 분명히 했다.
 
새겨들어야 한다. 행정관료들의 무능을 전문가들의 연구용역 남발로 대체하거나, 소중한 연구용역 결과를 케비넷 속에서 사장시키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그간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면서도 간도 쓸개도 빼놓고 그저 전문가의 이름으로 연구용역비나 챙기고 마는, 그렇고 그런 전문가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최 교수의 지적은 참으로 값이 나간다. 혼탁한 세상에서 지식인의 존재 의미와 그 가치를 일깨우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최 교수가 탄천 접근에서 "전략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사업계획을 추진하라"는 조언 역시 귀를 열고 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 시장의 위험한 줄타기 같은 즉흥적인 시정행태를 싫증나도록 봐온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 전략적 관점이야말로 시의 탄천 접근에서 일의적(一意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가 시가 수질·생태 업무를 통합할 것, 친수시설 도입을 탄천종합기본계획에 맞춰 시행할 것, 디자인의 질 제고, 실무자·시의원·전문가의 실무형 선진하천답사 및 견학이라는 네 가지 실행경로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일의적인 의미에서 자리매김된다.
 
우려에서 최 교수가 제안하는 전략적 관점을 ‘기술주의’로 나아가 ‘잘못된 욕망론’으로 읽지 않기를 덧붙인다. 어떤 경영에서나 전략적 관점을 채택하고 실행경로들을 셋팅한다고 해도 그 기반에는 일의 목적과 가치를 보편적인 관점에서 성찰하는 철학적 지혜가 깔려 있음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최 교수의 전략적 관점에 깔린 사고와 태도란 생태학적인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 연구용역 결과가 기대되는 탄천종합기본계획은 현실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 교수가 “시의원들도 반바지 입고 탄천에 직접 들어가 발을 담가보라”는 권유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엄밀히 보자면 탄천의 자연생태 복원은 자연생태에 관한 사고와 태도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탄천에 발을 담그는 생태학적 체험은 그 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점에서 최 교수의 권유를 빌어 이 시장에게도 주문한다.
 
시장부터 바지 걷어 부치고 똥물이 흐르는 탄천에 들어가 한 십리쯤 걸어보라. 그간 시민들을 기만하며 탄천에 얼마나 허튼 짓을 했는지 진지한 참회심이 우러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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