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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 외유 어떻게 볼까?

〔벼리의 돋보기〕‘의원외유’ 대신 ‘하루 남한산성 단풍놀이’를!

벼리 | 기사입력 2006/10/16 [00:16]

시의원 외유 어떻게 볼까?

〔벼리의 돋보기〕‘의원외유’ 대신 ‘하루 남한산성 단풍놀이’를!

벼리 | 입력 : 2006/10/16 [00:16]
성남시의회가 이미 호주로 떠난 사회복지위원회를 시작으로 각 상임위원회 별로 의원외유에 나선다. 뿐만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기초지자체나 기초의회로 역시 각 상임위원회 별로 의원외유에 나선다. 어떻게 봐야 하나? 국회라면 국가 간 의제가 있는 경우나 국제의원연명 회의와 같은 정례적인 경우도 있어 의원외교 차원에서 의원외유가 의미 있을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알아두시라. 언론에서 ‘의원외유’라는 표현을 쓸 때는 예외없이 냉소적인 의미로 쓴다는 것을. 어떤 명분을 내걸든 실은 해외여행을 즐기고 오는 것을 일컫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세비를 들여 사실상의 해외여행을 갔으니 왕왕 ‘낭비성 관광’에 불과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국제망신을 시키는 대형사고가 터져 나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일도 있다.

지방의회는 어떤가? 광역의회에서 기초의회로 내려올수록 의원외유는 국회보다 몇 수 아래다. 기초의회의 경우, 의원외유는 열에 아홉 ‘공부’를 표방한다. 그래서 명분은 연수니 견학이란다. 그러나 의원외유 후 성과보고서 한번 제대로 내는 경우가 없고, 지역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시민은 알 길이 없다. 의원외유의 분명한 현주소다. 오히려 해외든 국내든 지역 밖으로 나가서 사고치고 언론에 두들겨 맞는 일은 양념일 뿐이다.

의원외유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공부? 물론 훌륭한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떠나는 의원외유는 아무 소용이 없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프로그램을 갖추고 사전에 이를 둘러싼 충분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의원외유는 열에 아홉 혈세 낭비다. 게다가 공부가 의원외유에만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의원에게 공부는 늘 필요하다. 의정활동을 수행하기에 역량이 부족해서 또는 역량 보강 차원에서다. 그러나 공부는 의원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다. 의회에서 공부하라고, 의원 연습이나 하라고 뽑아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뽑아준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제의 의미는 이런 뜻이 분명히 담겨 있다. 봉급 주고 일을 시키는 대신 분명한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이 점에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켜보다보면 답답한 경우가 아주 많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원외유만이 아니라 공부 차원에서 시 집행부를 상대로 모른다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를 흔히 보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저 사람들, 도대체 시 집행부를 감시·견제하기 위해 의원이 된 게 맞나?’라는 비탄이 터져 나온다. 시쳇말로 개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뒤돌아서는 피눈물 나게 공부하긴커녕 부끄러움도 없이 제 무능을 드러내는 의원들은 의원으로서 전혀 준비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셈이다.

이번에 성남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첫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물론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단, 철저한 사전준비와 사후 평가보고서 공개, 의정활동 활용사례가 나오지 않는다면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또 해외연수가 의정활동 현장에서 중심과제인 행정사무감사, 본예산안 심사에 큰 장애를 주거나 항상 민심을 살펴야 하는 의원들이 중대한 지역현안을 놓치는 경우가 생길 경우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여둔다.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보면 기자회견을 통해서라도 사전에 해외연수의 목표와 프로그램을 분명히 밝히고 떠나겠다고 했으면서도 아무 말도 없이 떠나거나 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중요한 심의를 빠지면서까지 호주로 떠난 일부 사회복지위원들은 앞으로 의정활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엄한 잣대를 들이밀 작정이다.

특히 성남시의회가 해외연수와 더불어 각 상임위 별로 2박3일씩 추진하고 있는 국내 다른 기초지차제 및 기초의회 비교견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핵심적인 이유는 성남시의회와 같거나 더 큰 메이저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아니라 마이너 기초지자체나 기초의회를 보러가기 때문이다. 비교견학 대상지가 가령 통영시, 무안군, 여수시의회, 연기군의회, 양양시의회 같은 마이너 기초지자체나 기초의회다.

이 같은 비교견학은 백화점을 경영하는 사장이 고객서비스가 더 좋거나 장사가 더 잘 되는 백화점을 견학하러 가는 게 아니라 저 시골동네에 있는 구멍가게를 견학하러 가는 격이다. 코미디다. 정말 배울 만한 데 가령 서울시나 서울시의회, 광역급 지자체나 광역의회를 보러가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정책적인 시사를 통해 의정활동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굳이 마이너급을 고집한다면, 적어도 그들에게 한수 가르쳐주기 위해서, 성남시의회의 강점과 장점을 전수하기 위해서 정도는 되어야 한다.

게다가 시 집행부를 정신이 나갈 정도로 쪼아대야 하는 행정사무감사와 성남의 비전에 직결되는 새해 본예산 수립을 앞두고 있고 구시가지 상권을 말아먹을 대형유통점 입점문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1공단 특혜의혹문제, 시급을 다투는 모란민속5일장 이전문제 등 지역의 각종 현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남시의회가 마이너급에 황금같은 시간과 혈세를 쏟아 붓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성남시의회는 지금부터 준비하고 챙겨도 모자를 수밖에 없는 초선이 다수가 아닌가.

이번 비교견학은 회사 경영을 들어 말하면 직원들이 회사 망하게 하는 일을 하는 셈이다. 아니, 일도 아니다. 어떤 회사 사장이 이런 이득이 나지 않는 일을 하는 직원을 봉급주고서는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당장 해고감이다. 회사 사장이 바로 성남시민이다. 시민을 위해 중요하게 또는 우선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마이너급 비교견학이나 떠나는 의원들을 과연 어떤 시민이 곱게 보겠는가. 이번 비교견학은 명백히 혈세 낭비다.

의원들이 받는 봉급은 시민들의 돈이다. 그냥 돈이 아니다. ‘대가’를 요구하는 피 같은 돈 바로 혈세다. 이 점을 의원들은 우습게 생각해선 결코 안 된다. 혹여 내 돈 아니라고 무의식으로라도 가볍게 여기는 의원이 있다면, 그런 의원은 당장 관두는 게 백번 낮다. 다시 강조하지만 의원들에게 봉급 주는 이유는 그만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며 따라서 의원들은 제대로 일하라는 시민들의 의사와 의지를 긴장 속에서 엄중히 느껴야 한다.

차라리 성남시의회가 단체로 우리 고장 남한산성으로 하루 단풍놀이를 가면 쌍수를 들어 지지할 용의가 있다. 이는 마이너급 비교견학 추진에 대한 비아냥이 결코 아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진지한 제안이다. 행정사무감사, 새해 본예산 수립, 각종 지역현안 챙기기 등 중대사를 앞둔 성남시의회가 결전에 임해 의회의 강한 능력을 발휘하기에 앞서 하루 충분한 휴식과 의회 본연의 임무 수행 의지를 다지는 단합을 위해서 필요한 제안인 탓이다.

이 점에서 사실상 성남시의회를 움직이는 원내정당들의 현명한 재고를 기대한다. 낭비성 의원외유를 성남시의회가 왜 떠나냐, 우린 그런 짓 안 한다, 비용을 반납해 유익한 일을 통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 시민을 위한 본연의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는 간결하면서도 힘 있고 아름다운 메시지가 성남지역사회에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대에서 원내정당 차원의 마이너급 비교견학 철회성명서는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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