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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콩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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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콩잎

우리뉴스 | 기사입력 2004/10/09 [06:31]

벌레 먹은 콩잎

우리뉴스 | 입력 : 2004/10/09 [06:31]
가을이군. 아침저녁으로 알맞게 서늘한 기운이 참으로 누릴 만하다. 느티나무 가로수들도 한 길에 서 있지만 단풍이 서로 달라 마치 변주곡을 들려주는 듯하다. 어디 그 뿐이랴, 청계산에 지는 노을은 얼마나 흐믓한가. 그러던 찰나,
▲ 형상으로서는 부서진 콩잎,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태평역 인근 공한지 콩밭에서 담았다.     ©우리뉴스

길가 공한지를 잘 쓴 콩밭을 보았다. 묘하다. 무슨 놈의 기는 벌레들이 그리도 성했길래 온전한 콩이파리들이 없는가. 흉해서? 아니다. 이미 심사(心事)를 토로하지 않았는가? 묘하다고!

이 묘한 심사의 정체를 굳이 구구하게 풀어볼 생각은 없다. 풀어놓게 되면 묘함은 묘함이 되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이런 심사를 엿보려는 사람이 없지 않다면,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그녀를 위해 실마리를 여는 수고로움은 감추고 싶지 않으니.

의정불이(依正不二)라 하던가. 자연과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들이 둘이 아니라는 소리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고 뒤인지, 어디가 중심이고 어디가 주변인지 따질 일은 결코 아니라는 소리겠다.

바로 형상으로서는 부서진 콩잎이 그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콩잎에는 의정불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것을, 나는 듣는다. 눈 여겨 볼 것은 자연은 침묵으로 그것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이른바 무정설법(無情說法)이리라. 그것을 듣는 심사, 그 때의 심사는 참으로 묘한 지고…….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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