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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소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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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소한 즐거움

벼리 | 기사입력 2007/04/29 [22:08]

어떤 사소한 즐거움

벼리 | 입력 : 2007/04/29 [22:08]
▲ 그림자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법이다.     © 2007 벼리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자신의 이념이나 사상, 종교에 취해 그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자신의 삶이 놓여 있는 세상을 대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 유행의 유형과 품목은 관념의 차원에서든 실제의 차원에서든 매우 다양하리라.

그럼 나는? 편견에서 자유롭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이 경우 부자유는 이념적 수준이라기보다는 실천적 차원에서다. 그만큼 나 역시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고, 동시에 그런 느낌이 전해질 때 나를 넘어 인간 삶이 지닌 근원적인 한계 같은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념이나 사상적 수준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지난 20대 때는 누구 못지 않은 강한 이념형의 인간이기도 했으나 그래도 살 만큼 살았다고 느끼는 지금은 상당히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자유는 어떤 고정적인 관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달리 생성, 소멸하는 관념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그 생성, 소멸하는 관념을 응시하고 조절하는 신체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인간은 너무 인간적이어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적일 때 비로소 인간이거나 인간 이상이 된다.

삶의 과정에서 이런 신체의 힘에 대한 믿음과 발휘가 강해질수록 시대의 유행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되는 것을 느낀다. 달리 말해 꼴리는 대로 산다는 느낌이 강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고 또 졸리면 자고 배 고프면 먹는 식이다.

성남에서 나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거나 고작 이미 쓰고 나면 껍데기가 되거나 철 지난 얘기에 불과한 글 몇 줄 대하고는, 특히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담론을 펼칠 때 함부로 내게 어떤 규정을 내리는 경우를 지금도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가령 그림자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법이다.

그들이 대개 그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또는 자신의 관념과 자신이 따르는 유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들임을 경험적으로는 알고 있다. 마음 밑바닥으로부터는 그들이 규정하는 바에 개의치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보니 한 가지 즐거움이 내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규정을 내리는 자들과는 다른, 그들의 그런 입장에서 볼 때는 의외의 차원에서 그 규정을 냉소하며 벌이는 게임의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의 기반이 시대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 지점에서 출발되는 것은 물론이다.

약 올리며 도망치기에 바쁜 이런 즐거움은 그러나 사소한 것이다. 그것은 종종 서글픔을 동반한다. 적어도 이 세상을 살아본 바로는 삶이 여한이 없도록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부정이나 비판, 파괴보다는 긍정이나 배려와 이해, 건설에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물론 부정할 경우와 긍정할 경우를 오인해서는 안 된다.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는 것은 양자의 차원을 사람들이 분간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경험한 탓이다. 이는 사적인 차원과 공적인 차원을 구별해야 하는 요구와 같은 것이다.

어떻게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 어떻게 배려하고 이해하고 살 수 있을까. 나아가 어떻게 건설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가장 주체적일 때다. 가장 주체적일 때 인간은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다. 가장 자유로울 때 인간은 가장 비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인간의 삶은 지금으로선 발휘하기보다는 유지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차원은 내가 누리고 주도하는 사적인 일상을 넘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비극이다. 그러므로 진실로 자유로울 때 나는 침묵의 가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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