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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서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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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서민경제

벼리 | 기사입력 2007/04/02 [00:30]

근조 서민경제

벼리 | 입력 : 2007/04/02 [00:30]
▲ 지난 22일 성호시장 상인들이 가슴에 단 검은 리본. ‘근조 서민경제’     © 2007 벼리

솔직히 말해서 분당에 살고 싶지 않다. 그 도시에선 사람 냄새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당을 만든 노태우 정권이나 당시 정권의 들러리로 나선 그 잘난 도시계획가들이 ‘도시’를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삶’은 만들어내지 않은 탓이다. 도시계획가들은 도시의 삶을 만들어내는 것은 주민들의 몫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주민들의 몫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분당은 사람 냄새를 풍기기에는 구조적으로 너무나 획일적이다.

외국에서 온 예술가들을 안내하며 그들과 함께 분당과 성남 구시지를 답사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반응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당보다 성남 구시가지가 주민들이 살기에 훨씬 좋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성남 구시가지에서 구릉지를 힘들게 걸어 올라가면서도 올망졸망한 집들과 골목길에서 흘러나오는 주민들의 표정과 얘기들, 다양한 교제에 눈과 귀를 떼지 않았고, 갖가지 시각적인 표현물들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런 그들이 분당에선 사람을 볼 수 없는 ‘이상한 도시’라며, 주민들의 생활방식이 극히 단조롭다고 비판했다.

성남 구시가지를 좋아한다.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이 사람 냄새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주상복합이다 아파트단지다 해서 일부 지워지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남 구시가지에는 옆집이 있고, 동네가 있으며, 동네에는 가게가 있고, 동네와 동네 사이에는 재래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경제적인 조건을 가진 도시에선 사람 냄새가 풍기지 않을 수 없다.

분당은 삭막한 회색도시다. 획일화된 도시 곧 획일화된 아파트, 획일화된 대형매장 따라서 획일화된 생활방식을 보인다. 그런 분당과 사람냄새 나는 성남 구시가지는 아주 다를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도시는 성남 구시가지와 같은 도시다. 아니 오랜 체험에 입각해 말하자면 성남 구시가지는 대한민국 대표 서민도시임에 틀림없다.

서민도시에는 서민도시에 맞는 도시정책이 요구된다. 획일화된 도시구조, 획일화된 생활방식을 도입하려는 도시정책은 서민들의 삶이 체질적으로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대엽 시장이 성남 구시가지 지역경제와 생활문화의 중심축인 재래시장을 돌보기는커녕 오히려 대형유통점 입점 허가를 줄줄이 내줌으로써 오히려 재래시장을 죽이려는 경우가 그렇다.

쇼핑의 편리함이나 질적 수준의 향상이 대형유통점 허가를 내주는 이유가 된다면 그것은 반서민적인 발상이다. 그로 인한 중소상인 중심의 상권 붕괴는 지역경제 붕괴를 넘어 구시가지 공동화라는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소비 증대, 교통체증 및 환경문제 유발도 불가피하다. 대형유통점 입점을 방치하는 것은 구시가지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청주, 여수, 부천, 영천, 대천, 의정부 등 다른 지자체들은 도시계획조례를 이용한 입지제한을 비롯해 업무지침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서민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런데  왜 이대엽 시장은 서민경제, 서민생활을 무너뜨리려는데 앞장서는가? 이 같은 물음은 지난 22일 전면 철시투쟁과 성남시청 앞에서 가진 대규모 항의집회에서 재래시장인 성호시장 상인들이 가슴에 단 검은 리본 ‘근조 서민경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대엽 시장이 주민들의 삶을 살피는 시장으로서 이 물음에 아픔을 느끼기만 해도 문제의 반은 해결되는 것이다. 이 물음에 이대엽 시장이 제대로 답을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수많은 성남 구시가지 상인들의 가슴에서 검은 리본 하나가 더 추가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근조 성남시장’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 紅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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