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조롱:
로고

조롱

벼리 | 기사입력 2007/04/03 [09:45]

조롱

벼리 | 입력 : 2007/04/03 [09:45]
▲  피켓을 높이 쳐들고 덩실덩실 추는 아주머니의 춤은 조롱이다. 그것은 은폐된 것을 폭로하는 몸짓이자 은폐된 것에 덧붙이는 새로운, 전혀 다른 몸의 해석이다. 그 아주머니는 장 바닥에서 살아온 상인이다.     © 2007 벼리

3일 시청 앞 거리에서 성남지역 중소상인들이 펼치는 이대엽 시장 퇴진운동을 지켜봤습니다. 그것은 때로 장엄한 투쟁이자 때로 흥겨운 축제였습니다.

이날 오랜 만에 시민들 앞에 얼굴을 비춘 이재명 변호사가 지적한 대로 시민들의 삶을 살피지 못하고 오히려 거리에 나서도록 만든 잘못된 정치, 잘못된 행정에 대한 장엄한 투쟁이었습니다. 그 한가운데 이대엽 시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인들이 언제 투쟁을 해봤겠습니까.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그저 순박하기만 합니다. 그들이 투쟁하는 모습은 어설프기까지 하니까요.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천성적으로 순박한 사람들임을 알게 합니다.

시장 바닥에서 살아온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한 아주머니가 흥에 겨워 춤을 춥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닙니다. 그저 흥에 겨워 앞으로 나와서는 수많은 상인들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높이 쳐든 피켓을 잠시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그 피켓에는 생각도 없이 덜컥 특정개발업자가 추진하는 개발을 돕기 위해 시민과 상인들을 위해 써야 할 시유지 동의를 내준 한 공무원의 이름과 그에 대한 상인들의 분노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피켓을 높이 쳐들고서 그 아주머니는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모든 상인들이 그 아주머니의 춤에 열광합니다. 많은 상인들이 자리에 일어서서 덩실덩실 따라 춤을 추기까지 하니까요.

아주머니의 춤을 보면서 투쟁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투쟁이자 축제. 그것은 순박한 사람들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투쟁을 축제로 만드는 것은 순박함입니다. 아주머니가 덩실덩실 추는 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박함은 세상에 둘도 없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광경이기도 합니다. 피켓을 높이 쳐들고 추는 그 아주머니의 춤은 빗나간 정치, 빗나간 지방자치에 대한 ‘조롱’이기 때문입니다. 그 조롱은 다른 어떤 조롱보다도 명쾌합니다. 때 묻지 않은 순박함에서 나오는 조롱이기 때문입니다.

피켓을 높이 쳐들고 덩실덩실 추는 아주머니의 춤이 왜 조롱이겠습니까? 그것은 상인들이 몰랐던, 상인들에게 은폐된 것을 덩실덩실 추는 춤을 통해 확실하게 폭로하고 있으니까요. 그 춤은 동시에 은폐된 것에 덧붙이는 새로운, 전혀 다른 몸의 해석이니까요. 빗나간 정치, 빗나간 지방자치, 바로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아름다운 조롱이란 바로 이런 조롱이 아니겠습니까.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 紅一點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