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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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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

벼리 | 기사입력 2007/05/03 [21:00]

계란으로 바위치기

벼리 | 입력 : 2007/05/03 [21:00]
▲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계란을 던지는 일이었다. 커다란 바위가 그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계란을 던지는 일뿐이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소인과도 같았다…….   © 2007 벼리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계란을 던지는 일이었다. 커다란 바위가 그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계란을 던지는 일뿐이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소인과도 같았다.

사실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눈 앞에 버티고 선 커다란 바위가 아니었다. 그는 계란을 던지면서, 종종 커다란 바위보다는 커다란 바위가 커다란 바위로만 보이는 사람들을 의심하곤 했다. 그는 크기나 단단함과 같은 사물의 성질이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를 그가 완전하게 이해하게 되자 그에겐 커다란 바위가 작은 바위로도 보였고, 거대한 바다 위에 위태롭게 떠 있는 한 점 섬으로도 보였다. 마침내 그가 터득하게 되었다. 계란을 던지는 일 자체가 아주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동시에 그에게 이 즐거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즐거운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의 즐거움은 어리석음으로 비쳐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계란은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커다란 바위를 깨뜨릴 수 있는 쇠망치로 변한다는 것을. 그의 어리석음을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가 보다못해 계란 대신 쇠망치를 들고 대신 나설 수도 있고, 그의 어리석음을 어리석음으로 일깨우려는 다른 누군가가 계란 대신 쇠망치를 들고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늘 커다란 바위에 계란을 던지면서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그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어리석음으로 비쳐진다는 것에 대해서조차 그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가 한 행위의 ‘흔적’조차 그에겐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운명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다, 휘파람을 불면서.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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