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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눈

벼리 | 기사입력 2005/02/24 [23:18]

생강나무 눈

벼리 | 입력 : 2005/02/24 [23:18]
▲ 남한산 법화사지 선(禪)바위 근처 생강나무 눈. 부풀고 있다.     ©2005 벼리


봄은 오는가. 그것을 아는가. 나의 자연, 몸은 그것을 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자연은 '상실'의 위기에서 벗어난 셈이다. 기쁘다. 아직 움 트지 않았지만 바위를 기대고 선 생강나무 눈에서 봄은 오고 있다. 분명하다.
 
그러나 나의 자연은 표피적이지 않다. 실체의 몸에 안착(眼着)하지 않는다. 상실의 위기에서 벗어난 나의 자연은 '자연 이상'이므로. 그러므로 겨울은 죽은 것도, 정지되어 있지도 않다.
 
어쩌면 몸이 머물고 있는 지금, 이 겨울은 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온갖 변이를 '잠재(潛在)하는' 씨의 세계일 터. 그렇다.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 알 수 없지만, 생각으로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하·다.
 
겨울 속에 봄이 있다. 그리하여 봄은 온다. 봄은 오는가. 아직 움 트지 않았지만 바위를 기대고 선 생강나무 눈에서 봄은 오고 있다. 낮은 음성으로 시 한 수 읊자.


여러 갈래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고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없다


들려오는 새 소리
가지마다 뭉클한 눈.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 紅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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