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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

벼리 | 기사입력 2005/03/02 [00:18]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

벼리 | 입력 : 2005/03/02 [00:18]

▲ 복수초. 지난 해 춘분께 남한산 깊은 골짜기에서 숨 막힐 듯 지켜본 꽃이다.     ©2005 벼리

 
꽃은 어떻게 피는 것일까?
 
비가 촉촉히 내리고 거름이 녹아 들어 피는 것일까?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서 피는 것일까? 다사로운 햇살이 비쳐 피는 것일까?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피는 것일까?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생명들이 수고하여 피는 것일까? 여름, 가을, 겨울 지나 봄이 와서 피는 것일까? 어제 피었으므로 오늘 피는 것일까?
 
꽃은 어떻게 피는 것일까?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이 없고, 이것인 어떤 것은 때로 저것이고 저것인 어떤 것은 때로 이것이므로, 세상의 모든 인연을 맞아들여 피는 것일까?
 
꽃은 어떻게 피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인연을 끊어낼 때, 억제할 수 없는 힘을 터뜨릴 때, 그 힘, 자기 힘으로, 스스로 피는 것은 아닐까? 돌연변이, 생성, 창조, 안에서 밖을 향한 돌진, 무구한 파괴가 아닐까?
 
꽃이 그런 힘을 잠재하고 있지 않다면, 가능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함께 아우른, 그 잠재하는 힘이 없다면 꽃은 필 수 있을까? 그 힘은 스스로 비약하는 힘이 아닐까?
 
아아, 저 꽃은 어떻게 피는 것일까?
 
꽃은 핀다. 스스로 핀다. 피지 않는 꽃은 없다. 피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 숨 막힐 듯 꽃은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 않다, 스스로 피지 않기 때문이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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