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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과의 대화

벼리 | 기사입력 2005/03/04 [02:22]

고목과의 대화

벼리 | 입력 : 2005/03/04 [02:22]
▲ 천년 먹은 은행나무란다. 하남 고골에서.     ©2005 벼리

천년 먹은 은행나무란다. 바라보기만 해도 두렵고 왜소해진다. 짧은 내 삶은 저 장대한 은행나무에 비하면 참으로 별 것 아니다. 두려움과 왜소함은 지독한 슬픔으로 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우연의 만남이 아닌가. 서로 다른 시간을 가르고 마주한 지금, 여기, 서로 다른 둘이 아니다.
 
대우주가 소우주를 응시한다. 천년의 은행나무가 마흔 다섯 해 근근 살아온 삶을 응시한다. 소우주가 대우주를 응시한다. 마흔 다섯 해 근근 살아온 삶이 천년의 은행나무를 응시한다.
 
서로에게 말을 건다. 멀리서도 그리움으로 암컷, 수컷이 서로를 탐닉하듯 침묵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침묵인. 침묵의 풍경.
 
천년과 마흔 다섯 해의 우연한 공존, 한 찰나에 무한의 공존. 그 속에 은행나무는 내 꽃을 피우고 내 삶은 은행나무 꽃을 피운다.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 몽골 초원에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어떤 사소한 즐거움
  • 조롱
  • 근조 서민경제
  • 봄날에
  • 성불사
  • 남한산에서
  • 紅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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