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먹은 은행나무란다. 바라보기만 해도 두렵고 왜소해진다. 짧은 내 삶은 저 장대한 은행나무에 비하면 참으로 별 것 아니다. 두려움과 왜소함은 지독한 슬픔으로 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우연의 만남이 아닌가. 서로 다른 시간을 가르고 마주한 지금, 여기, 서로 다른 둘이 아니다. 대우주가 소우주를 응시한다. 천년의 은행나무가 마흔 다섯 해 근근 살아온 삶을 응시한다. 소우주가 대우주를 응시한다. 마흔 다섯 해 근근 살아온 삶이 천년의 은행나무를 응시한다. 서로에게 말을 건다. 멀리서도 그리움으로 암컷, 수컷이 서로를 탐닉하듯 침묵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침묵인. 침묵의 풍경. 천년과 마흔 다섯 해의 우연한 공존, 한 찰나에 무한의 공존. 그 속에 은행나무는 내 꽃을 피우고 내 삶은 은행나무 꽃을 피운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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