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다. 털북숭이의 보송보송함이며 수수한 빛깔이며 눈으로도 만질 수 있는 부드러운 촉감. 그 이름답다. 그러나 가만 보니 골바람에 쉼 없이 몸을 떤다. 포근함은 금새 여리고 약한 인상으로 바뀐다. 그러나 다시 가만 보니 여리고 약하지 않다. 그 떨림은 겨울을 밀어내는 독기가 아닌가. 게다가 그 털북숭이의 모습은 눈이 와도 얼어붙지 않고 혹여 어설프게 날이 풀려 비로 바뀌어도 젖지 않는, 사실은 강골 아닌가. 버들강아지는 행색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꽃이다. 다른 봄꽃들이 아직도 겨울 속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을 때 앞장 서서 꽃을 피우자니 부득이했을 터. 봄의 첫 전위로서 그 꽃 같지 않은 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봄이야, 봄!’ 갯가 바위 틈에 끼인 버들강아지가 말한다. 나도 그렇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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