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드나드는 흔적은 있지만 행색이 영 빈 집 같다. 게다가 죽담 위에는 아마 여러 해 전 서너 살 어린 것이 흥이 나서 타고 놀았을 자전거가 뒹굴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 배인 모든 것은 사라지려 할 때 슬픔을 낳는다. 더구나 그것이 방치까지 되고 있다면, 고통마저 찾아온다. 자연스런 소멸이 아니라 인위적인 소멸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그러나 방치 속에 부서져 가는 그 자전거는 눈부시게 아프다. 마치 썩고 있는 시신을 보는 것 같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얼른 자전거를 치우고 싶다. 돌아서려는데 뒤통수에서 아찔한 풍경이 그려진다. 비오는 날,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낙숫물을 하염없이 맞고 있는 자전거, 서너 살 어린 것……. 그러나 삶은 단지 소멸 속에만 놓여 있지 않다. 그리고 내 천성에서 기인한 불온한 상상에 속죄심도 인다. 저 자전거를 타고 놀았을 어린 것이 어디서든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불쑥 솟아나는 것이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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