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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자전거

벼리 | 기사입력 2005/03/10 [03:00]

부서지는 자전거

벼리 | 입력 : 2005/03/10 [03:00]
▲ 창말(창곡동)에서     ©2005 벼리
 
사람이 드나드는 흔적은 있지만 행색이 영 빈 집 같다. 게다가 죽담 위에는 아마 여러 해 전 서너 살 어린 것이 흥이 나서 타고 놀았을 자전거가 뒹굴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 배인 모든 것은 사라지려 할 때 슬픔을 낳는다. 더구나 그것이 방치까지 되고 있다면, 고통마저 찾아온다. 자연스런 소멸이 아니라 인위적인 소멸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그러나 방치 속에 부서져 가는 그 자전거는 눈부시게 아프다. 마치 썩고 있는 시신을 보는 것 같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얼른 자전거를 치우고 싶다.
 
돌아서려는데 뒤통수에서 아찔한 풍경이 그려진다. 비오는 날,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낙숫물을 하염없이 맞고 있는 자전거, 서너 살 어린 것…….
 
그러나 삶은 단지 소멸 속에만 놓여 있지 않다. 그리고 내 천성에서 기인한 불온한 상상에 속죄심도 인다.
 
저 자전거를 타고 놀았을 어린 것이 어디서든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불쑥 솟아나는 것이다.
 
  • 高度
  • 슬픔
  • 불안이라는 병
  • 유언
  • 국화차를 마시며
  •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 춘란처럼
  • 無題
  •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 이것은 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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